[요즘군대]'공보정훈병과' 창설 74주년… "장병 정신전력 책임진다"
비전투병과인 탓에 진급은 상대적으로 불리… 지휘관 보직 없어
[편집자주] '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군에 '공보정훈병과'가 창설된 지 올해로 70여년이 지났다.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를 책임지는 동시에 군의 활동을 국민에게 알리는 공보정훈병과는 대표적인 비전투분과지만 그 중요성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란 게 군 안팎의 평가다.
공보정훈병과는 과거 일제강점기 광복군의 정훈 조직에서 유래했다. 광복군 총사령부 정훈처와 예하 지역부대 정훈조에선 당시 대일(對日) 항전의 당위성을 알리고 민족의식을 고양하는 교육·선전활동을 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방부에 정훈국이 설치됐고, 1949년 5월12일 육군본부 정훈감실이 발족했다. 육군은 이날을 기리고자 1992년부터 매년 '정훈의 날' 기념식을 열고 있다.
육군은 이달 12일 공보정훈병과 창설 제74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10일 박정환 참모총장 주관으로 영관급 공보정훈장교 160여명이 참석한 '북한 인권 참상 알리기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해군은 1948년 2월 해안경비대 총사령부에 공보실을 설치했고, 1949년 5월20일 해군본부 정훈감실을 발족했다. 또 공군은 육·해군보다 1년 늦은 1950년 4월1일 정훈감실을 창설했다.
이에 해군과 공군 공보정훈병과는 각각 5월20일과 4월1일에 매년 기념식을 한다.
공보정훈병과의 주임무는 정신전력교육과 언론공보다. 장병들의 정신력을 강하게 키우고, 사기 충전을 위한 문화예술 활동을 조직하며, 군의 소식을 대내외에 알리는 역할이다.
장병들에게 군인정신과 안보관·국가관 등을 가르치는 '정신전력교육'은 공보정훈병과의 핵심 임무로 꼽힌다.
특히 정신전교육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최근 한국전쟁(6·25전쟁)의 참상을 겪지 않은 젊은 장병들에게 군인의 본분을 되새겨준다는 점에서 더 중요해졌다는 평을 받는다.
전직 공보정훈장교 A씨는 "현역 시절 장병 교육과 탈북자 초빙 강연 등을 기획했다"며 "수많은 장병들 앞에서 교육을 하는 데 자칫 구시대적인 교육이 되지 않기 위해, 장병 눈높이에 맞는 정신교육을 위해 늘 연구하고 공부했다"고 전했다.
'공보' 역시 공보정훈병과의 전통적 업무다. 군 내 사건의 외부 발설을 무조건 통제하던 시절은 끝났지만, 오히려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릴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언론 공보를 담당하는 군 장교들은 군 내 주요사안을 언론에 알리는 보도자료와 언론 대응 가이드라인(PG·Press Guideline)을 작성하고 필요시 언론사 취재진의 현장취재를 지원한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역 후 언론계에 진출하는 공보정훈병과 출신 장교들도 종종 있다.
A씨는 "내가 직접 작성한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24시간 기자들 전화를 대기했는데, 사우나에 갈 때도 비닐 팩에 휴대전화를 넣고 들어갔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공보정훈병과 임무 중 장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분야는 '문화예술' 업무다. 공보정훈장교들은 부대 홍보자료 제작을 위한 영상 촬영에서부터 위문공연 등 문화행사를 기획한다.
이처럼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공보정훈병과지만 비전투병과인 탓에 '진급'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편이다.
현재 육군의 경우 공보정훈병과장 겸 육군본부 공보정훈실장 직위가 '준장'(별 하나)으로 고정돼 있는 반면, 해·공군은 사실상 '대령'이 한계다.
해·공군 공보정훈장교들도 준장까지 진급이 가능한 것으로 돼 있지만, 비전투병과 내에서도 진급시 다른 주특기에 밀리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해군은 비전투병과의 경우 주특기별 순번에 따라 1명만 준장으로 진급토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병대도 공보정훈실장이 병과 내 유일한 대령으로서 최선임을 맡는다.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계급 역시 대령이다.
일각에선 공보정훈병과 특성상 지휘관 보직이 없다는 점이 진급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직 영관급 공보정훈장교 B씨는 "대령급 공보장교들은 동기들이 장군을 된 경우가 많아 마음속으로 설움을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B씨는 "공보장교들 대부분은 군의 정신과 대외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우수자원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현행 공보정훈병과 명칭을 '정훈병과'로 되돌리는 것도 검토 중이다.
앞서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9년 "군과 국민과의 소통 역할을 강조한다"는 이유에서 병과명을 기존 '정훈'에서 '공보정훈'으로 변경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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