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부동산' 다 판다는 한전…침체기에 가능할까[세쓸통]

이승주 기자 2023. 5.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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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한전 낙찰률 31.5%→20.4%←12.5%
낙찰가율 300%대부터 10번 유찰까지
'제안 공모형 매각' 등 처분법 고민 필요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에서 참석자 소개에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2023.04.06. 20hwan@newsis.com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한국전력공사 영업손실이 1분기에도 계속되면서 적자가 최악인 38조원까지 불어났습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을 호소하며 대국민 이해를 촉구하는 동시에, 한전 스스로도 뼈를 깎는 경영혁신을 이루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4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전남 나주시 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오는 2026년까지 총 25조원이 넘는 재무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합니다. 앞서 수립했던 20조1000억원에 추가로 25조원 이상을 더한, 총 45조이 넘는 규모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죠.

'매각가능한 모든 부동산 매각한다'는데…시장은?

한전은 정승일 사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을 포함 성과급과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는 안, 추가로 올해 필요한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지 않고 자체적인 조직인력 효율화로 재편하는 안 등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 25조원 추가 절감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한전이 보유한 알짜 부동산 카드를 내놓을 수 밖에요.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신사옥으로 지을 글로벌비즈니스센터, GBC의 착공신고필증을 교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가 건축허가서를 내어 준 작년 11월 26일 이후 5개월여만이며 현대차가 옛 한전 부지를 매입한 지 약 6년 만이다. 지하 7층으로 국내 최고 높이 건물로 지어질 예정이며 업무시설과 숙박시설, 공연장, 판매시설 등 들어서고 고층 타워동 104층, 105층은 전망대로 쓰이게 된다. 사진은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신사옥 건립 부지 모습. 2020.05.06. bjko@newsis.com


실제로 한전은 "매각대상 44개소(전력그룹사 포함) 외에도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 하에 부동산 처분을 추진한다"고 밝혔죠. 그 일환으로 수도권 대표 자산인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 매각,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위치한 '한전아트센터' 등은 임대를 놓고요. 이 밖에 추가 임대자산을 지속 발굴키로 합니다.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한전의 목표대로 부동산을 매각만 하면 적자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까요. 하필 현재 부동산 침체기와 맞물렸기 때문이죠. 기준금리가 연이어 인상되고 대출규제 강화까지 더해져 부동산 수요가 크게 줄었거든요.

경·공매 시장 침체…2021년5월부터 '낙찰률' 뚝

이 같은 분위기는 경·공매 시장에도 두드러집니다. 공공기관이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공매입니다. 공매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관으로 이들의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경매 방식입니다. 그래서 민간에서 실시하는 법원 경매와 구체적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매물을 입찰과 경쟁을 거쳐 처분한다는 큰 틀에서 유사합니다.

그래서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경매 시장 통계를 대신 살펴봤습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전국 아파트 경매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낙찰률(경매 물건 중 실제 낙찰비율)은 39.7%로 지난해 5월(42.9%)대비 약 3.1%포인트 줄었습니다.

전국 아파트 경매시장 낙찰율·낙찰가율 등 통계(출처=지지옥션)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기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된 가격 비율)은 94.3%에서 19.3%포인트 떨어졌죠. 아파트에 한정해 산출한 자료지만, 경매 시장에서 약 1년 동안 수요 감소로 감정가 대비 점점 낮은 가격에 팔리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한전 매물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캠코가 운영하는 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올라온 지난 1월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약 5개월 동안 한전이 매각을 진행한 물건은 총 72건입니다. 이중 약 12.5%에 해당하는 9건만 낙찰, 나머지는 유찰·취소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0건 중 41건(31.5%)이 낙찰된 것과 비교하면 수요가 반토막도 안 되는 셈이죠.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이 같은 분위기는 더 심화합니다. 지난 8월1일부터 12월말까지 약 5개월 간 물건 88건 중 18건이 낙찰·유찰됐죠. 즉 지난해 초부터 5개월 단위로 31.5%에서 20.4%, 12.5%로 수요가 줄어든 것이 확인됩니다.

최대 3배에도 팔렸는데, 올해는…"매각방식 다각화 필요"

개별 매물을 살펴도 올들어 침체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지난 2021년에는 감정가의 약 3배에도 팔린 매물이 눈에 띕니다. 전남 완도군 소안면의 한전 소안센터 업무시설은 감정가의 342.73%, 같은 지역 금당S/C근린생활시설은 291.8%에 낙찰되죠. 지난해에는 대구 수성세무서 북측 인근의 11㎡ 규모의 도로가 감정가의 398.41%, 경기 의정부 용현동에 약 5만㎡ 규모 토지가 230%에 팔리긴 하지만, 대체로 낙찰가율은 100%대에 머뭅니다.
출처=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온비드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올해에는 매각된 매물 모두가 100%대 낙찰가율에 그칩니다. 최고 낙찰가율은 154.89%인 전남 함평군의 단독주택입니다. 몇년 째 유찰된 매물도 눈에 띕니다. 경북 경주시에 있는 대구본부 경주지사 안강서비스센터 업무시설은 2021년 나온 이래 현재까지 10차례 유찰됐죠.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출규제와 금리에 대한 부담은 이전보다 완화됐지만 여전히 수요가 얼어붙은 상태"라며 "올해에도 경공매 시장을 포함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죠. 즉 한전이 부동산을 팔아 적자 개선하려면 제 값 받아 제 때 팔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해 한전은 의정부변전소 부지를 최초로 '제안 공모형 매각' 방식을 도입, 감정가의 3배인 2945억원에 매각한 바 있습니다. 급할 수록 신중해야 합니다. 돈 되는 자산을 팔아 치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값 잘 받을 수 있는 그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할 때 아닐까요.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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