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꼬박꼬박 초음파검사 받아도 놓친다?
간암은 발생률뿐만 아니라 사망률도 높은 ‘독한’ 암이다. 간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31.4명으로 일본의 2배, 미국의 3배나 많다. 간암 5년 생존율은 37.7%로 예후(치료 경과)가 불량해 암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위다.
이 같은 간암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생존 기간이 3개월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도 있다. 그러나 작은 종양을 일찍 발견하면 수술ㆍ간이식ㆍ간동맥 화학 색전술ㆍ고주파열치료술 등 다양한 치료법을 쓸 수 있기에 생존율도 높일 수 있다.
◇간암 증상 악화된 뒤에야 발생
간암은 대부분 만성 BㆍC형 간염, 간경화, 알코올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하지만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남순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바이러스ㆍ알코올ㆍ지방ㆍ약물 등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아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를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며 “간 자체에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염증이나 간암이 발생해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암이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한 후에야 불편함을 느낀다.
그런데 정기 건강검진 등으로 간암을 조기 발견해 적극 치료하면 완치율이 90% 정도 된다. 암이 전이되지 않은 데다 간 기능 상태가 좋아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따라서 간암을 조기 발견하려면 종양 표지자 혈액검사(알파 태아 단백 검사)와 간 초음파검사를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또한 간 기저 질환자는 더 자주 검사해야 한다. BㆍC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가 가장 고위험군이고,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암 환자도 꽤 있기에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간경변 환자라면 2~3개월에 한 번씩 검사하는 게 좋다.
하지만 수술이 가능한 조기 간암은 간 초음파검사만으로는 절반 정도밖에 발견할 수 없다. 최준일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특히 비만ㆍ알코올 섭취 등으로 지방간이 심하거나 간경화가 많이 진행됐다면 초음파검사만으로 간 전체를 관찰하는 게 불가능하기에 초음파검사의 진단 능력이 더 떨어진다”고 했다.
이에 대한간암학회와 국립암센터 간암 진료 지침은 간암 검진 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권하고 있다. CT나 MRI 검사는 지방간이나 간경화 정도에 따라 진단 능력이 달라지지 않고, 조직 검사를 하지 않고 간암을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준일 교수는 “따라서 만성 BㆍC형 간염, 간경화 환자 같은 간암 고위험군은 CT나 MRI를 이용한 간암 검진을 시행하는 게 좋다”며 “이들의 간암 발생 가능성이 연간 2~3%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혈액검사에서 간암 종양 표지자가 증가됐을 때에도 CTㆍMRI를 이용한 간암 검사가 권장된다.
◇B·C형 간염 예방 중요…2년 내 재발률 40%
간암을 예방하려면 간경변 원인이 되는 BㆍC형 간염 예방이 중요하다. B형 간염은 예방백신 접종으로 막을 수 있다. C형 간염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해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을 예방하려면 과음을 피하고, 알코올성 간 질환이 발생하면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최근 과체중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인한 간 손상도 문제되고 있다. 적절한 신체 활동과 식단 조절 등으로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간암은 재발률이 높다. 수술해도 2년 이내 재발할 확률이 40% 이상이다. 남순우 교수는 “간암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CTㆍMRI 검사를 해야 한다”며 “간암은 일찍 발견해야 치료 옵션이 더 많다”고 했다.
종양 크기가 작고 혈관 침범 등이 없는 초기 단계(암 종양이 1개이고 지름 3㎝ 이하)에는 간 절제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조금 크더라도 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로 간을 절제하는 게 좋다.
지름 1~2㎝ 미만의 작은 간암이라면 고주파 열 치료를 통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간암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이식이다.
다만 간암은 아주 초기에 발견하기 쉽지 않고 대부분 초기 상태를 벗어난 이후에 발견되므로 ‘간동맥 화학 색전술(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ㆍTACE)’을 가장 많이 시행한다. 대퇴동맥 혈관을 통해 간 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어 항암제와 색전 물질을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종양 크기가 크고 암이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간암에는 경구 항암제(넥사바, 스티바가, 렌비마 등)나 주사 항암제(옵디보, 테센트릭+아바스틴 등)로 병 악화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간 절제술이나 간동맥 화학 색전술보다 효과가 떨어지므로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된 간암은 항암제를 주로 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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