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기들과 판 키웠다…라덕연 일당, 시작부터 달랐다
약 3년에 걸친 시세조종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 라 대표는 자신의 출신 대학, 대학원 사람들에게 접근해 조직을 꾸렸다. 일반적인 주가조작 사례와 달리 대주주와 사전 공모는 없었다. 공개적인 투자자 모집이 아닌 자산가 중심으로 다단계 방식을 동원해 투자금을 끌어모은 것 역시 기존 사건과 차이점이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라 대표는 동국대 정보관리학과(경영정보학과) 00학번 출신으로 파악됐다. 그의 측근 중에도 동국대 출신이 있었다. 투자자문업체 호안에프지의 감사로 있었던 조모씨 역시 동국대 반도체과학전공 00학번이다. 졸업 후 국내 한 반도체 회사에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라덕연 일당은 수십 곳의 회사를 인수 또는 설립했는데 조모씨는 한 언론사의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업체는 서적 잡지 및 기타 인쇄물 도매업을 사업목적으로 2020년 6월쯤 설립됐다. 이 언론사는 고액의 광고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추측됐다. 주가 폭락 사태 전 운영을 중단했고 지난 2일 취재진이 해당 언론사를 찾았을 땐 문이 닫혀 있었고 거처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라덕연 일당에서 투자자 모집을 담당한 여성 골퍼 역시 동국대 출신으로 파악됐다. 유명 프로 골퍼와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라 대표는 대학원 사람들에게도 손을 뻗쳤다. 2012년 국민대 비즈니스IT전문대학원 트레이딩시스템 전공으로 입학한 라 대표는 졸업 후 2016년 동기였던 A씨를 찾아간다. A씨는 여러 증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A씨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라 대표가 자신에게 '저(低)PBR주' 전략을 들고 와 자문사를 같이 차리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라 대표는 2014년 졸업논문으로 '수급 데이터를 활용한 코스피200 선물 데이트레이딩 전략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그가 제안한 전략도 선물, 옵션 전략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저PBR주는 거래량이 적고 새로운 사업을 할 확률이 낮아 증권가에선 잘 안 보는 주식"이라며 "많은 종목 중에서 라 대표는 선광을 엄청 좋아했고 '같은 값이면 선광'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라고 했다. 이어 "매수 진입 시점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0.4배 사이일 때였고 0.6배까지 올랐을 때 매도하는 걸로 계획했다"고 했다.
A씨는 라 대표의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해 함께 투자전략을 짰다. △사업 확장성의 한계 △높은 대주주 비율 △시장에서의 무관심 등의 특징을 가진 저PBR주를 물색했고 이를 토대로 투자자문사를 차렸다. B씨는 인천에서 라 대표와 약 6~8개월 정도 같이 살면서 여의도 증권가로 투자설명을 다녔다.
하지만 A씨는 라 대표가 어느 순간 다단계로 투자자를 모집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모집 문제로 A시와 라 대표는 여러 차례 다툼을 벌였고 2017년 고향으로 내려왔다. 이후 2018년 라 대표와 연락이 끊겼다.
A씨는 "라 대표가 저뿐 아니라 국민대 대학원 동기들 모두와 연락을 끊었다"며 "그때부터 이번 사태를 작정하고 준비했던 것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에 지인이 라 대표 얘기를 꺼내면서 선광, 대성홀딩스 주식이 어떠냐고 물었다"며 "차트를 보니 급상승했고 '라 대표가 다단계를 했구나'라는 생각에 (지인에게) 빨리 정리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일련의 흐름을 종합하면 라 대표의 행태는 다른 주가조작 사건들과 다른 점이 많았다. 일반적인 주가조작은 대주주가 시세조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라 대표의 경우 지인들을 중심으로 주가조작 조직을 꾸렸다. 라 대표 일당은 해당 기업 오너의 승계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자신들의 지분을 대주주에게 넘기는 방식의 출구 전략을 짜기도 했다.
또 소규모가 아닌 연예계, 재계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접촉해 투자금을 모았다. 투자자 소개를 활용한 다단계 방식을 동원한 것 역시 차이점이다.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차액결제거래(CFD)와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를 단행한 탓에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빚을 안겼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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