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에이스→좌승사자→HHH까지…고민 지워가는 롯데, '90억' 투수만 남았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이 끝난 뒤 롯데 '안방마님' 유강남은 '고민이 많았던 선발진들이 조금씩 좋아진다'는 취재진의 말에 "이제 한 경기 잘 던졌지만, 이제 (한)현희만 남았다. 현희가 잘 던질 것 같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롯데는 올 시즌 초반 9연승을 질주, 2012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4월을 단독 1위로 마치는 돌풍을 일으켰다. 득점권 찬스에서 강한 집중력과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선 나균안의 거듭된 호투, 탄탄한 불펜진이 주역이었다. 그러나 상승세 중에도 고민이 없지는 않았다. 바로 선발진이었다.
'털보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좌승사자' 찰리 반즈, '안경에이스' 박세웅과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을 통해 영입한 'HHH' 한현희까지 단 한 명도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 네 투수들은 18번을 등판하는 동안 6이닝 이상을 던진 것도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선발진 소화 이닝이 리그에서 가장 적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표본은 많지 않다. 하지만 5월부터는 선발진들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원·투 펀치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비록 승리와 연이 닿지는 못했지만, 스트레일리가 지난 9일 두산전에서 6이닝 2실점(2자책)으로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스트레일리가 좋은 스타트를 끊자 흐름은 이어졌다. 이튿날 반즈가 6⅔이닝 8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지난해 월간 MVP 경쟁을 펼쳤던 4월의 모습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13일에는 한현희가 수원 KT 위즈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마크했다.
한현희는 4피안타 4볼넷을 허용하는 등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결코 쉽지 않은 경기를 치렀지만, 6이닝 동안 110구를 던지면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80억 포수' 유강남의 기대가 현실이 되는 순간. 이적 첫 퀄리티스타트는 물론 승리까지 덤으로 따라왔다.
4월 고전하던 네 명의 투수들 가운데 세 명이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상황에서 남은 것은 박세웅이다. 물론 박세웅의 투구도 나쁘지 않았다. 박세웅은 노디시전으로 물러났지만, 지난 12일 KT전에서 5이닝 동안 투구수 96구, 5피안타 2볼넷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 투구 중 가장 좋았다.
하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을 상대로 구원 등판해 '콜드게임'의 수모에 빠진 한국 대표팀을 구하고 체코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압도적인 투구를 펼치는 등 유일하게 박수받을 만한 활약을 펼쳤던 것과 지난 수년간의 퍼포먼스를 고려했을 때 지금의 모습은 분명 아쉽다.
래리 서튼 감독은 "박세웅은 자신에게 많은 압박감을 주는 선수다. 워낙 열심히 하고 훈련량도 많다. 그리고 팀을 위해 헌신하고, 특히 팀이 잘 될 때 더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며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선수지만, 그 부분이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박세웅이 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팀이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와일드카드'를 통한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목표로 갖고 있기에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유강남은 선발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 박세웅의 이름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언젠간 올라올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 그 반등의 시점이 과연 언제가 될까.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댄 스트레일리, 찰리 반즈, 한현희. 사진 = 마이데일리 DB, 롯데 자이언츠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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