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전기요금 15~16일 결정 가닥…하반기 인상 압박 더 거세지나

이정현 기자 2023. 5. 1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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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당정협의 후 발표 가능성…kwh당 7원 인상 유력
2분기 인상 폭 축소 시 하반기 추가 인상 압박↑…정부 판단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3.5.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40일 넘게 미룬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안을 오는 15~16일 중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요금 인상의 명분으로 제시했던 '책임 있는 자구책' 수립 요구는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의 자진 사퇴와 25조원 규모의 고강도 재무절감 대책으로 충족된 상태다.

이제 2분기 요금 인상 폭을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kwh당 7원을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가까스로 2분기 인상 결정은 마무리 되겠지만, 하반기 요금 결정이라는 큰 산이 남았다. 정부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대목이다.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4.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40일 넘게 2분기 전기요금…15~16일 중 결정 'kWh당 7원' 유력

14일 여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오는 15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한국전력공사(015760)가 내놓은 자구책을 검토한 뒤 2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요금 결정을 당일할지, 다음 날로 미룰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당정은 한 달 넘게 미뤄온 전기요금을 빠른 시일 내 올려야 한다고 강조해 온 만큼 양일 내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까지 나서 고심 끝에 결정한 인상 폭은 kWh(키로와트시)당 7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전에 따르면 kWh당 7원이 오르면 월 전기요금은 1인 가구는 평균 1830원, 2인 가구 2300원, 4인 가구는 2440원이 각각 인상될 것으로 추산된다. 10원이 오르면 1인 가구 2620원, 2인 가구 3280원, 4인 가구는 3480원씩 인상된다. 인상 요금은 이달 1일 사용분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적용 중인 1분기 전기요금은 직전분기보다 kWh당 13.1원이 오른 146원이다. 새 정부 들어 원가주의 '요금 현실화'를 내 건 정부는 지난해 2분기부터 지난 1분기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kWh당 32.4원 인상했다.

하지만 지난 3월 2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앞두고 고물가 지속 상황에 따른 국민여론 악화를 고려, 인상 시점을 뒤로 미뤘다. 인상 요인에 따른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도 서민가계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 폭'을 조율하겠다는 판단이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전기·가스요금 인상문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 경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인 만큼 곧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與 "책임 있는 자구책 내놔야"…한전 사장 사퇴 포함, 25조 규모 자구책 추진

여당이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도 주저했던 이유는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여당은 한전이 방만경영에 대한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물론 일련의 한전 적자 사태가 우리나라 전기요금 결정 체계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여론에 비쳐 한전의 자구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이에 한전은 지난 12일 오는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 절감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5월 비상경영체제 돌입 이후 추진 중인 20조1000억원(5개년)에서 5조6000억원(28%)을 상향한 목표치다. 한전은 본사에서 3조9000억원, 전력그룹사에서 1조7000억원의 재정 절감을 추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대책으로는 여의도 남서울본부 매각과 한전 아트센터 등 보유 사옥의 공간 효율화를 통해 수익 증대를 꾀하고, 1직급 이상 임원급에 대해서만 적용해 온 임금 인상분 반납을 2~3직급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구책 발표 직후에는 정승일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사퇴요구가 직접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한전의 에너지공대(한전공대) 감사 은폐 의혹과 직원들의 태양광 사기 의혹 등 최근 불거진 논란을 이유로, 정 사장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정 사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에 발탁됐다. 2021년 6월 한전 사장에 취임한 정 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였다.

정 사장의 사퇴를 포함, 한전이 사상 유례 없는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여당이 요구한 요금 인상 명분은 충족된 상황이다.

ⓒ News1 DB

◇2분기 인상 폭으로는 한전 적자 해소 '미미'…하반기 인상 압박 더 커져

지난해에만 32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낸 한전이 재무위기 개선을 위해 추산한 올해 적정 요금 인상 규모는 ㎾h당 52.4원이다. 오는 2026년까지 동일한 수준의 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그나마 적자를 털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지난 1월 산업부와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을 따진 결과다. 적정 요금 목표액 달성을 위해서는 매분기 13.1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정부는 지난 1분기에 ㎾h당 13.1원을 인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2분기 요금 인상 폭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유력시되면서 하반기 요금 인상 압박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됐다.

특히 당장 다음 달로 닥친 3분기(7~9월) 요금 조정 여부가 가장 큰 문제다. 본격적인 여름시즌에 맞물려 냉방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인 탓에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체감도는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2분기에 반영하지 못한 적정 요금 인상분을 메꾸기 위해서는 하반기 추가적으로 인상분을 더해야 하는데, 자칫 국민적 반감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다. 환경적으로는 내년 총선도 앞둔 정치 상황도 요금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이에 대한 고뇌는 에너지 주무부처 수장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 장관은 지난 11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지금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그(올해 총 kWh당 52원)정도 인상요인이 있다는 예측이 있지만, 단기간에 (모두 인상을)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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