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본능' 만화에 빠진 일본…창작자 절반 "웹툰 만들어봤다"

김경윤 2023. 5. 1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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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가(만화의 일본식 발음) 제국'으로 불리며 전 세계 만화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일본의 콧대 높은 만화가들이 최근 웹툰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14일 일본 소비자 동향 조사업체 MMD연구소의 '웹툰 제작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만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1천320명 가운데 46.8%(이하 복수응답)은 이 기간 '세로 읽기 만화', 즉 웹툰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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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만화 창작자 60%, 향후 웹툰 만들 의향 있어…라인망가에 주로 투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만가(만화의 일본식 발음) 제국'으로 불리며 전 세계 만화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일본의 콧대 높은 만화가들이 최근 웹툰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14일 일본 소비자 동향 조사업체 MMD연구소의 '웹툰 제작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만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1천320명 가운데 46.8%(이하 복수응답)은 이 기간 '세로 읽기 만화', 즉 웹툰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여전히 전통적인 '가로 읽기 만화'를 만들었다는 응답(50.8%)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히 높은 수치다.

또 최근 1년간 가로 읽기 만화를 만든 경험이 있는 창작자 가운데 58.9%는 향후 웹툰을 만들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 가로 만화와 세로 스크롤 방식 웹툰은 단순히 그림이 놓인 방향만 다른 것이 아니다.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연출과 칸의 크기, 배치 등이 전부 달라지기 때문에 기존의 가로 만화를 웹툰에 옮기거나 반대로 웹툰을 단행본으로 펴낼 때면 작가들이 상당 부분 수정하거나 아예 다시 그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우철 제본(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책 제본) 방식의 만가를 만들어오던 일본의 만화가들이 웹툰에도 뛰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그간 익혀온 만화 연출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형식에 도전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최근 1년 새 만화를 제작한 사람이 만든 만화 형식 [일본 소비자 동향 조사업체 MMD연구소 조사결과 발췌]

일본 만화가들이 웹툰에 도전하게 된 것은 그만큼 일본 내에서 웹툰 시장이 커진 데다가, 신인의 경우 데뷔하고 팬을 모으기 용이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가의 경우 여전히 유명 출판사의 깐깐한 심사를 거쳐 만화 잡지에서 연재되는 예전 방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웹툰은 아마추어 플랫폼 등을 통해 곧장 독자를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웹툰을 제작했다는 50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서는 34.2%가 라인 망가에 투고했으며, 21.8%는 픽시브 코믹, 18.4%는 코미코에 투고했다고 답했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경우도 많았다.

트위터에 작품을 올렸다는 창작자는 31.4%,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경우는 27.8%였다.

반면 출판사에 투고했다는 응답은 11.2%에 불과했다.

라인망가 투고율이 높은 것은 한국의 '도전만화'에 해당하는 아마추어 플랫폼인 '인디즈'를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5년 '인디즈'를 운영한 이후 웹툰 '선배는 남자아이', '니토와 타즈카의 일상' 등이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두 웹툰은 지난해 일본 최대 만화행사인 '2022 애니메 재팬'에서 애니메이션화를 원하는 만화 순위 1위와 3위를 차지했고, 실제로 '선배는 남자아이'는 현재 애니플렉스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다.

'인디즈'를 통해 데뷔한 웹툰 '선배는 남자아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웹툰 플랫폼도 일본 현지에서 창작자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웹툰 측은 "만화 산업의 역사가 길고 많은 만화가 지망생을 보유한 일본 시장 특성상 웹툰 창작자 생태계가 잘 구축될수록 더욱 다양한 장르와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독보적인 오리지널 작품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 창작자 생태계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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