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희 "생명력 긴 노래가 목표…각자 삶의 배경음악 되길"

이태수 2023. 5.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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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조동익과 같은 노래 두 가수가 부르는 '투트랙 프로젝트' 진행
"노래가 생명체라면 가사는 숨…보편적 정서에 낯선 표현이 중요"
작사가 겸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최소우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좋은 가수의 목소리를 빌려서 생명력이 긴 노래를 오빠(조동익)와 함께 만들어보고자 했어요."

작사가 겸 싱어송라이터 조동희는 어느 날 TV를 보다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26년 된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1997)가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신곡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좋은 노래가 가진 긴 생명력에 노랫말을 쓴 자신도 탄복했다. 그리고는 제주도에 사는 오빠인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조동익과 언젠가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했다.

조동희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유리가면'이라는 만화에서 한 배역을 두 배우가 해석하는 장면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며 "같은 내용을 이렇게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동희의 이야기는 하나의 노래를 두 명의 가수가 각자 불러 두 개의 음원으로 발매하는 '투트랙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다. 두 가수가 자기만의 감성으로 같은 노래를 다르게 해석해 삶의 양면성을 표현했다.

투트랙 프로젝트 [투트랙 프로젝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투트랙 프로젝트' 시즌 1에는 정승환·장필순('연대기'), 잔나비 최정훈·한영애('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이효리·정세운('오늘부터 행복한 나'), 이승열·스텔라장('슬픔이 지나간 자리') 같은 국내 정상급 뮤지션이 참여했다. 이달 21일 시작되는 시즌 2의 첫 주자로는 성시경이 나선다.

조동희는 "시즌 1의 첫 노래 '연대기'를 정승환이 불렀는데, 장필순도 불렀다고 하니 부담스러운 마음에 '무릎 꿇고 부르겠다'더라"며 "녹음실을 찾아갔는데 장필순의 톤으로 부르고 있길래 '너만의 아름다운 톤이 있으니 너처럼 불러달라'고 말해줬다"고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조동희는 포크 음악의 대부 고(故) 조동진과 조동익의 동생이다. 조규찬, 나윤선, 이효리 등 다양한 가수들의 노래 가사를 썼고, 2011년 1집 '비둘기'를 통해 직접 가수로도 데뷔했다.

그는 '투트랙 프로젝트'에서도 '불규칙적 통증처럼 한동안은 그럴 거야…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라거나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햇빛이 쌓여가면 다시 오늘을 깨우네'라는 등 이슬처럼 맑은 특유의 가사로 노래를 채웠다.

조동희는 "노래가 생명체라면 가사는 숨이다. 곡이 노래가 되려면 가사가 있어야 한다"며 "좋은 가사란 보편적인 정서를 담은 낯선 표현들로 상투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랑한다는 말을 저렇게 한다고?' 싶을 정도의 가사를 쓰기 위해 부단한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동희는 작사에 참여한 여느 노래와 마찬가지로 '투트랙 프로젝트'에서도 우리의 일상 언어를 씨실과 날실 삼아 해당 가수에게 꼭 맞는 옷을 짜냈다. '추억이 아프게 몸을 부비며 깨어진 조각을 끌어모은다 끝없는 달팽이잠'이라는 문구로 아픈 기억과 이로부터의 회복을 묘사한 것처럼 말이다.

그는 "K팝 시장이 글로벌해졌지만 그래도 나는 예쁜 한국말로 한국 사람을 위로하고 싶다"며 "가사가 의미보다는 효과적인 음 전달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노래도 하나의 생명체인데 이를 관통하는 혼이 너무 분절돼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소신을 밝혔다.

작사가 겸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최소우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동희는 2020년 자신의 레이블 '최소우주'를 설립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기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사무실도 작은 곳으로 옮기는 등 회사명처럼 '최소' 규모로 버텨내야 했다.

그는 "레이블 설립은 내가 지나치게 계산하지 않는 무모한 성격이라 가능했다"며 "이 정도는 내가 책임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라는 누구나 힘든 시절을 겪으면서 자신에게 선물을 주듯 유럽 여행을 갔다"며 "행복한 일탈을 느끼며 '오늘부터 행복한 나'를 썼는데, 이효리가 부르면 효과적이겠다고 생각했다. 이 노래를 통해 답답함 속 숨구멍 같은 시간을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효리는 제주도에서 남편인 이상순의 기타 연주에 맞춰 '오늘부터 행복한 나'를 녹음했다. 이효리가 이상순을 보고 "오빠도 노래해"라고 제안해 부부가 함께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조동희는 "부부가 노래하는 그림이 너무 예뻤다"며 "이효리는 스마트하다. 이야기하면 바로 알아듣고 자기 웃음소리도 노래에 넣더라"라고 되돌아봤다.

"'투트랙 프로젝트'의 목표요? 각자 삶의 배경음악이 되는 거예요. 시즌 3가 나오면 저도 가창자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하하."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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