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 식량난 해결할 6가지 방안…식품코팅·정밀농업
“인류는 코로나19 같은 질병에 걸려 사망하기 전에 영양실조로 사망할 것이다(세라 거 영국 엑서터 대학교수).”
세계 식량 공급에 대한 전망이 심상치 않다. 세계 인구 수는 80억명에 이르는데, 농업환경은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세계식량계획(WFP)·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하는 '세계 식량 위기 대응 글로벌 네트워크'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극심한 식량 불안'을 겪는 세계 인구는 58개국 2억5800만명으로 추산됐다. 전년보다 6500만명(33%) 급증한 수치다.
식량난이라는 ‘예고된 재앙'을 대비할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농업·식품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환경오염이 덜하면서 식량을 증산할 수 있는 6가지 방안을 소개했다.
1. 식품을 오래 보존하는 ‘코팅 기법’
먼저, 식품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코팅 기법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폐기되는 음식물은 25억t에 이른다. 전체 식량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양이다. 음식물 폐기량만 줄여도 식량 수급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식품산업 혁신기술에 관한 책을 펴낸 리처드 먼슨은 식품 코팅 기술을 활용해 식료품의 유통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어필(Apeel)의 사례를 들었다.
어필은 농산물 껍질 등을 활용해 식용 코팅막을 개발했다. 작물의 껍질과 과육에서 지방산과 유기화합물을 추출해 섞어 만든 코팅막은 무색·무미·무취로 언뜻 봤을 땐 알아차리기 어렵다. 어필 측은 “코팅막을 활용하면 식품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산화반응도 차단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며 “아보카도·오렌지 등의 유통기한을 두배 늘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2. 물부족 시대, 염분에도 견디는 ‘신품종 개발’
물부족은 기후 변화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국제응용농업연구센터(ICBA)에 따르면 전 세계 10억㏊ 면적의 토양이 염분화됐다. 중국 대륙(9억5970㏊)보다 넓은 면적이다.
타리파 알자아비 ICBA 박사는 염분을 잘 견딜 수 있는 작물을 품종개량해 재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알자아비 박사는 “염분에 저항력이 있는 대추야자 변종을 확인했다”며 “염분화된 토양에서 식용식물인 퉁퉁마디(함초)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제응용농업연구센터는 하이드로젤(물을 머금고 있는 젤), 지하 관개법(sub-surface irrigation) 등 농업용수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3. 농사 효율 극대화한 ‘정밀농업’
정밀농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비료·물·노동력 등 투입 자원을 최소화하면서 생산량을 최대화하는 생산방식이다. 드론·센서·빅데이터 등은 정밀농업을 가능케 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찬드라 마드라무투 캐나다 맥길대 생명자원공학과 교수는 “정밀농업을 통해 농업 생태계에 미치는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밀농업을 위해 ‘디지털 매핑’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드론이나 센서를 활용해 세계 토양의 특성과 유형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전자 지도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예컨대 ICBA는 드론을 활용해 대추야자 농장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농장과 비슷한 토양환경을 조성해 양분·수분 흡수와 손실을 측정하는 ‘라이시미터(Lysimeter)’와 센서를 활용한 첨단 분석법을 동원, 비료와 물 사용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4. 미래 식량으로 주목 받는 ‘식용곤충’
유엔식량농업기구(FAO)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는 미래 식량자원으로 식용곤충을 주목하고 있다.
‘곤충’이라는 말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식용곤충은 상용화가 된지 오래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식품기업 네슬레는 곤충 단백질과 기장, 콩팥 모양의 갈색 콩인 잠두(蠶豆)가 함유된 애완동물 먹이 제품을 출시했다.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인섹타(Insectta)’는 콩기름 공장과 양조장에서 나오는 찌꺼기 등 음식 폐기물로 동애등에 유충을 키워 동물사료로 만들고 있다.
먼슨은 “곤충 사육에는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빛 없이도 사계절 내내 잘 자란다"며 "오염물질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국내 곤충산업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곤충사육 농가수와 곤충산업 판매액은 2016년 1600농가, 225억원이었지만 2021년에는 3000농가, 450억원으로 늘었다. 2010년 ‘곤충산업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0종의 곤충이 식용곤충으로 등록돼 대체 단백질과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5. 식량난 해소하고 열섬현상 완화하는 ‘도시농업’
도시농업·수직농법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도시농업은 옥상·주말농장 등 도심에 있는 생활공간을 활용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활동이다. 마드라무투 교수는 “도시농업은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며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폐공장이나 건물을 활용해 수직농법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직농법은 기존의 단층재배 방식이 아닌 거대한 다층선반에서 빛과 수분을 최적 상태로 공급하는 농업이다. 식량난과 농경지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9년 등장한 개념이다. 스마트팜 기술을 접목한 수직농장은 온도·습도·빛 등 농사에 영향을 주는 조건들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 기상·기후 여건에 관계 없이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
먼슨은 “수직농법은 작은 면적으로 더 많은 양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며 “연중 내내 지역식당과 마트에 신선한 채소를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6.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접근법
CNN은 전체 생태계를 아우를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안과 바다, 토양과 숲, 농지와 도시 등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총체적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드라무투 교수는 “해양에서 단백질 자원을 얻고, 습지를 양식과 양어장으로 활용하며, 숲 생태계를 활용해 곡식을 재배할 수 있다”며 혼농임업(Agroforestry)과 삼림경영의 철학을 제시했다. 이어 "농림업과 임업으로 식량 생산량을 늘리면서 저장량을 늘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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