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무덤' 육군 22사, 3군단으로 옮겨도 문제없을까
'국방개혁 2.0' 따라 경계구역 더 늘어나 부담↑
과학화 경계시스템 도입한다지만 우려 많아
강원 고성군과 속초시 등 북한과 맞닿은 최북단에 위치한 부대. 휴전선과 동해안 등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내륙 28㎞, 해안 69㎞ 등 보통 사단의 2~4배에 달하는 총 97㎞의 경계 책임구역을 맡고 있는 부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등 전방 경계와 해안 경계를 동시에 맡은 전군에서 유일한 부대.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했을 때 출입국 관련 업무도 맡고, 경계 구역 내 등산로·관광지가 많아 대민 업무도 빈번한 부대. 육군 제22보병사단 얘기다.
지리적 특성 탓도 있지만 정작 22사단이 유명해진 건 잦은 사건·사고로 바람 잘 날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지휘관의 꽃’으로 불리는 사단장(소장)으로 진급해도 22사단장으로 발령을 받으면 근심한다는 부대. ‘별들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린다. 세간에 알려진 굵직한 사건·사고만 해도 △‘노크 귀순’ 사건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오리발 귀순’ 사건 △귀순 탈북자 월북 사건 등이 있다. 넓은 경계 책임구역과 이에 수반하는 장병들의 과중한 업무가, 그간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건·사고를 유발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계 실패·허위 보고 등 총체적 난맥상 '노크 귀순'
‘노크 귀순’은 경계 실패, 허위 보고, 보고 누락 등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귀순하기 위해 2012년 10월 2일 밤 동부 전선을 넘어온 북한군 병사는 남북관리구역 동해지구 출입관리소를 경비하는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을 ‘노크’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30m가량 떨어진 생활관(내무반)으로 이동해 문을 두드렸다.
불침번이 있었지만 건물 내 확인을 위해 이동 중이라 북한군 병사가 똑똑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귀순 의사를 표시하며 1소초 문을 두드릴 당시 해당 소초 출입문 상단에 설치된 소형 폐쇄회로(CC)TV에 녹화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후 검열 결과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이튿날 오전 1시 사이 CCTV가 작동하고 있었지만 녹화가 되지 않았다. 귀순자는 이 시간대 북측과 남측 철책을 차례로 통과해 소초까지 이동했지만, 철책과 소초 외곽을 감시하는 경계용 CCTV는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돼 허점을 드러냈다.
허위 보고와 보고 누락도 잇달아 발생했다.
사건 당시 부소초장(부사관)은 “북한 병사를 CCTV로 확인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추정해 보고했다. 해당 부대는 이튿날 사실관계를 재확인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알았다”고 정정 보고해 1군사령부 상황장교(소령)를 거쳐 합동참모본부 상황장교(소령)에게 전달했다.
합참 상황장교는 귀순자 신병이 중앙합동심문조로 넘어가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해 바뀐 자료를 보지도 않았고, 윗선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정승조 당시 합참의장이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하게 된 이유다.
파장은 적지 않았다. 22사단장과 연대장, 대대장이 줄줄이 보직해임됐고, 상급부대인 8군단, 1군 사령부, 합참 작전본부장과 작전부장 등이 보직해임이나 근신 정직 등 징계를 받았다. 당시 합참에 근무했던 한 장교는 “제발 ‘노크 귀순’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냐”고 취재진에게 읍소할 정도였다.
5명 사망·7명 부상... '임 병장 사건'
‘노크 귀순’ 사건 2년이 채 안 지난 2014년 6월 22사단은 또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됐다. 이번엔 이른바 ‘임 병장 사건’으로 불리는 GOP 총기난사 사건이었다.
전역을 3개월여 앞둔 임모(31) 병장은 같은 달 21일 오후 2시~ 7시 55분 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근무 투입 당시 지급받았던 K-2 소총 1정과 수류탄 1발, 실탄 75발을 반납하지 않은 임 병장은 오후 8시 15분쯤 부대원들에게 실탄 10여 발을 발사했다. 수류탄도 터트렸다. 장병 다섯 명이 사망하고 일곱 명이 부상을 입었다.
임 병장은 난사 직후 무장한 채 탈영했고, 군은 9개 대대급 병력을 투입해 수색 작전을 펼쳐 이튿날 오후 2시 17분쯤 숲 속에 숨어 있던 임 병장을 발견했다. 이윽고 임 병장이 발포해 총격전이 벌어져 부상자도 생겼다.
이후 대치 현장에 도착한 아버지와 형, 그리고 군 당국의 투항 권유를 듣고 불안함을 느끼던 임 병장은 23일 오후 2시 55분쯤 소총으로 자신의 몸통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생포됐다.
상관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 병장은 2016년 2월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집행대기 중인 61번째 사형수가 됐다.
사고 수사결과 임 병장은 후임 병사들이 평소 자신에게 경례를 하지 않고, 상관이 후임들 앞에서 별명을 부르고 뒤통수를 치며 모욕하는 등 군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아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일에는 자신을 만화 캐릭터인 ‘스펀지밥’ 등 희화화한 그림을 보고 격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교 재학 중 ‘왕따’를 당하고 금전을 갈취당하는 등 괴롭힘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도 병력관리, 지휘감독 소홀 등 사건 책임을 물어 육군 22사단장과 연대장, 대대장 등이 줄줄이 보직해임됐다.
'오리발 귀순'·'새해 월북' 등 사건 끊이지 않아
이후에도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지만 다시 한번 22사단이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건 이른바 ‘오리발 귀순’ 사건이었다. 북한에서 어업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한 북한 남성 A씨가 2021년 2월 16일 일체형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착용한 채 헤엄쳐 바다를 건너 강원 고성군 민간인통제선 이남 지역에서 발견된 사건이다.
A씨가 최초로 남한 땅을 밟은 건 16일 새벽 1시 5분이었지만, 군 당국이 이 사실을 처음 알아챈 건 3시간이 지난 오전 4시 16분이었다. A씨가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감시장비에서 다섯 차례 포착됐고, 물체 움직임을 감지하면 울리는 경보가 두 차례 울렸지만 당시 영상 감시병은 알아채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열 차례 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이 중 여덟 차례나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비해 문재인 정부가 부대구조 개편 등을 추진한 ‘국방개혁 2.0’에 따라 8군단을 해체하고 이 부대 소속이던 22사단을 3군단 소속으로 재편하는 계획이 연기됐다. 게다가 이후 군단 간 통합을 가정해 열린 연합훈련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22사단 임무 구역에서 철책을 넘어 귀순했던 남성이 지난해 1월 첫날 똑같은 수법으로 월북한 소위 ‘새해 월북’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 남성은 22사단의 책임 경계구역에 있는 GOP 철책을 넘고, GP 주변의 감시 장비에 포착된 뒤, 군사분계선(MDL)까지 3개의 관문을 통과해 북한으로 향했다. 군 당국은 이 사람이 철책을 넘어 비무장지대에서 포착되기까지 2시간 40분 동안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다. 또 하나의 명백한 경계 실패 사례였다.
‘국방개혁 2.0’에 따라 없어지는 23사단의 일부 영역까지 책임구역 부담이 늘어날 예정이었던 터라 계획을 재검토했지만, 논의 끝에 이달 1일 8군단은 임무 해제됐고, 22사단은 3군단 예하로 변경됐다. 국방부는 최신 CCTV, 열상 감시장비(TOD), 광망 철책 등으로 이뤄진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도입해 넓어진 책임구역 경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군 안팎의 우려가 크다.
한 육군 대령은 “22사단은 다른 부대보다 넓은 구역에서 해안과 철책 경계를 동시에 해야 하고, 해군 1함대와 합동작전 요소가 많아서 사단이 감당하기 힘든 면이 많다”면서 “그래서 책임구역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다가 22사단을 지휘할 3군단과 태백산맥으로 가로막혀 있는 것도 향후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 측은 22사단이 위치한 영동 지역에 3군단 예비지휘소를 두는 등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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