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 관두고 月 1000만원 벌어요"…그녀의 비결은 [방준식의 N잡 시대]

방준식 2023. 5.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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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토' 호스트 활동중인 유혜진
홍대 루프탑 '도심속 불멍' 모임
2030 몰려들면서 입소문 타 인기
"성수기때는 월 1000만원씩 벌죠"
저는 호텔리어로 일했어요. 승무원 꿈을 이루려 퇴사를 했는데 딱 코로나가 터졌죠. 새로운 직업을 찾아 헤매다 공간공유에 대해 알게 됐어요. 다른 호스트들은 한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하거나, 파티룸을 만들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더군요. 저는 별다른 재주가 없어서 나만의 콘텐츠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도심 속 불멍'을 열었어요. 멀리 캠핑을 가지 않고도 홍대 옥상에서 즐기는 불멍으로 입소문이 났어요. 밤에 날씨만 좋으면 별도 볼 수 있죠. 어느새 2호점까지 열었죠. 직장을 다니면서 성수기때는 월 1000만원까지 벌고 있습니다.(웃음)
플로리스트로도 활동 중인 유혜진 씨.

'누구나 하나쯤은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다'고 한다. 호텔리어에서 승무원의 꿈을 꾸던 한 청년은 퇴사후 고민에 빠졌다.부모님의 일을 도맡으려 플로리스트 준비를 하다 우연한 기회로 공간공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자신처럼 지친 이들과 도심에서 맘 편하게 불멍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열었다. 루프탑 공간에는 어느새 대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로 가득찼다. 회사를 다니면서 파티룸 2곳을 운영하면서 어느새 베테랑 모임장이 됐다. 모임 커뮤니티 '문토'에서 호스트로 활동중인 유혜진(26)씨의 이야기다.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모임 커뮤니티 '문토'에서 호스트로 활동중인 2년차 N잡러 유혜진(26)입니다. 저는 여의도 MEA메리어트 호텔에서 호텔리어로 근무했었습니다. 그러다 오랜 꿈이었던 승무원을 준비하기 위해 퇴사를 했더니 코로나가 터졌어요. 1~2년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새로운 직업을 찾다가 부모님께서 30년동안 해오신 꽃 일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관련해서 자격증을 따던 와중에 공간대여를 알게 됐죠. 지금은 회사를 다니면서 부업으로 파티룸 2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플로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죠."

Q. 어떻게 처음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2021년 12월에 공간공유를 도전했어요. 직접 공들여 공간을 꾸몄지만 평일에는 예약이 잘되지 않아 고민이 컸었죠. 저와 같은 ‘열정넘치는 N잡러분들 모여봐요’라는 콘텐츠를 시작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모여 자극을 받기도 하고, 서로의 N잡을 공유도 하는 모임이었죠. 입소문이 나면서 자신감이 생겼죠. 그렇게 2호점을 열었습니다. 넓은 루프탑 공간이 매력적이었죠. 그때부터 옥상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기획했습니다. 바베큐도 해보고 한가지 주제로 대화를 하는 모임도 하다가 지금은 ‘도심 속 불멍’ 모임을 매주 열고 있어요. 멀리 캠핑을 가지 않고도 불멍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좋았어요. 매주 재방문 해주시는 분들도 생겼습니다.(웃음)"

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불멍 콘텐츠는 날씨가 생명입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기상부터 체크하죠. 불이 잘 붙어야 하기 때문에 장작도 꼼꼼하게 고르고 있습니다. 제가 자주 쓰는 장작이 자주 품절이 되는 편이라 수량을 항상 체크라고 넉넉하게 주문을 해두고 있습니다. 불멍을 하면서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우 고구마 불꽃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늘리고 있죠. 주로 평일 저녁에 진행하다 보니 술은 적당히 맥주 한 캔 정도만 하고 있죠. 막차 시간을 계산해서 모임의 시간 분배도 해야합니다."

직접 꾸민 루프탑 공간.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도심 속 불멍 컨텐츠는 사실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저는 캠핑을 해본 경험이 없었어요. 불 붙이는 것도 서툴렀고, 장작을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도 몰랐죠. 덜마른 장작을 썼다가 불은 안붙고 연기만 나서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었죠. 이제는 불을 붙일때 나무젓가락을 쓰는 등 저만의 노하우도 생길 정도가 됐습니다.(웃음)" 

Q. 월 매출은 어느정도 발생하시나요.
"모임을 여는 횟수마다 달라요. 일주일에 1번씩 매주 진행한다고 치면 월 80만원 이상 나옵니다. 일주일에 2~3번씩 열면 매출이 2~3배가 되죠. 호스트의 체력에 따라 다른것 같아요. 열심히만 할 수 있다면 최고의 N잡이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모임을 즐기는 저에게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수익도 나오는 덕업일치라고 생각합니다. 파티룸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매출 차이가 큽니다. 비수기때는 월 100만원 정도 벌때도 있고, 성수기때는 한 공간에서 800만원~1000만원가량 벌기도 해요. 월평균으로 생각하면 한 공간에서 100만원~200만원정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2호점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모임을 진행하게 됐어요. 초기비용은 3500만원정도 들었죠. 처음에는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 불을 피우는 화로대를 작은 것을 샀었죠. 그러다 2중 연소가 되는 화로를 보고 장비 욕심이 생기는 바람에 교체 비용이 들어갔죠. 루프탑용 의자도 새로 구매했습니다. 일부 장비는 동업자에게 일정 정도 비용을 지불해 사용하고 있어요."

홍대 루프탑 공간.

Q. 순수익을 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몇주 만에 초기비용은 다 회수 됐어요. 모임을 진행할때마다 '호스트 수고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순수익은 매회 발생하고 있죠. 돈도 돈이지만, 저는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입니다. 제 콘텐츠를 통해 한주가 행복했다고 말씀해주시는 후기가 저를 더욱 힘이 나게 해주죠. 모임을 계속 이끌어가는 원동력입니다."

Q. 파티룸의 장소를 홍대로 고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울의 파티룸 3대 성지는 △홍대 △건대 △강남입니다. 대학가 근처라 유동인구가 많죠. 강남은 직장인들의 회의장소 워크샵 등으로 인기 지역입니다. 저는 직장이 연남동 쪽이어서 홍대를 1순위로 골랐습니다. 이밖에도 경기도로 가는 버스들이 많이 지나는 곳이 사람들이 잘 모이는 위치입니다. 서울역 이런 쪽도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Q. 공간을 고르는 노하우가 있나요.
"저같은 경우에는 지하 공간은 일단 거릅니다. 소음 이슈가 적고, 넓은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기가 어렵고 장마철에는 침수 등 걱정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상층을 최우선으로 선택합니다. 3층 이상일 경우에는 무조건 엘리베이터가 필수 입니다. 고객들의 이동 뿐 아니라 관리에서도 편리하거든요. 화장실도 실내에 있거나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지도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어있는 공간을 보고 '이렇게 꾸민다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딱 드는 곳을 선택합니다." 

홍대 루프탑 모임 모습.

Q. 고객의 입장에서 어떤 공간이 잘팔릴까요.
"우선 저라면 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피할 것 같습니다. 공간을 찾아오다 지칠 것 같거든요. 모임의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큰 화면이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TV나 빔프로젝트 같은 거요. 인원에 맞게 테이블과 의자도 넉넉한지도 중요합니다. 모임의 취지와 공간에 맞는 분위기도 확인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Q.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홍대 한복판에서도 날이 좋으면 밤에 별이 잘 보여요. 게스트 한분이 카이스트출신에 천문학을 공부하고 계신 박사님이셨던 적이 있어요. 그 모임 멤버와 함께 별 보러 가자고 약속하고 천문대도 다녀왔죠. 좋은 인연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신기했던 경험이었습니다."

Q. 제2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퇴직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혼자서 고민하기 보다 내 상황을 알리고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좋은 소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혼자서 고민하고 생각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우선 집밖으로 나와서 다양하게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좋아하는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덕업일치’의 삶을 살게 됐어요.(웃음)"

Q.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친구들은 저처럼 일주일 살면 2주는 누워있어야 한다고 말하곤 해요. 저처럼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있어요. 공간사업을 하고 있다보니 주변에 공간대여를 하는 호스트들과 많이 교류를 하게 되는데, 만나는 분들마다 추천해드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만 괜찮다면 쉽고 좋은 기회인데 이런 게 있는줄 아예 몰랐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Q.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까요.
"플랫폼을 통해 다른 호스트들과 교류를 할 수 있어서 흥미로워요. 수익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혼자 모임을 여는게 가장 좋지만, 다른 호스트님들과 컬래버를 통해 더 다양하고 재밌는 컨텐츠를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즐거워요. 각자 본인 컨텐츠에서 잘 하는 것들을 1박으로 떠나는 여행 컨텐츠에 녹여 내보려고 매주 회의를 하는데 그 과정마저 너무 재미있어서 요즘 제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누구나 하나쯤은 자기만의 컨텐츠가 있다'고요. 저도 이 말에 매우 공감합니다. 잘 하는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 뿐일지라도, 내가 주도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취향을 나눈다면 그게 바로 내 컨텐츠가 아닐까 싶어요. 그게 음악이 될 수도, 미술이 될 수도, 단지 한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일 수도, 술을 마시는 것일 수도 있죠. 누구나 호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요.(웃음)"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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