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미치게 만드는 ‘찰떡궁합’…이맛에 산다는 ‘외박유혹車’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5.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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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망치는 취미 ‘車+오디오’
자율주행땐 바퀴달린 콘서트홀
‘귀르가즘’ 끝판왕으로 진화중
자동차는 자율주행시대 귀르가즘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사진출처=기아, 하만]
“텔 미 콴도 콴도 콴도(Tell me quando quando quando)”

마이클 부블레의 재즈곡 ‘콴도콴도콴도’가 온몸을 휘감으며 감미롭게 흘러나온다. 눈을 감고 10여초 지나자 생생하면서 맑은 음질에 귀가 정화되는 듯하다. 청중이 아니라 무대 중앙에서 가수와 밴드에 둘러싸인 기분이다.

아직은 사이가 어색한 연인의 손등에 조심스럽게 스킨십 하듯이 밝음, 활동적, 편안함, 따뜻함으로 구성된 사운드 커스텀 조절장치에 검지로 원을 그리듯 움직이자 노래 분위기가 달라진다.

조용한 카페에서 연인이 속삭이는 것처럼 감미로웠던 음질이 물에 던진 돌멩이가 일으킨 파문처럼 잔잔하게 퍼지다가 다시 봄 햇살처럼 따스해진다. 검지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 파동에 맞춰 머릿속 깊이 잠들어있던 추억들도 하나둘 맞춤 소환되면서 오버랩(overlap)된다.

제네시스 G90 실내 [사진출처=현대차]
고백컨대, 막귀가 득음(得音)했다. 지난달 킨텍스(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마련된 제네시스 부스를 찾아 ‘뱅앤올룹슨 베오소닉 사운드’를 체험했을 때다.개인적으로 좋은 음악을 듣더라도 리듬이나 노랫말에 감동하지 음질이나 음색에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스피커와 이어폰은 ‘내돈내산(내돈 주고 내가 산 것)’이 아니라 사은품으로 줘야 썼다. 평생 막귀로 살아왔기에 음량만 조절되고 귀를 찢는 것 같은 비명만 지르지 않으면 만족했다.

시승 때도 마찬가지다. 명품 사운드를 갖췄다며 자동차 브랜드가 아무리 자랑해도 한 귀로 흘러들었다. “비싸서 그런지 음질이 좀 좋은 것 같네” 수준에 그치고 정숙성을 체험해보겠다는 핑계로 음악을 꺼버렸다.

시승이 아닌 ‘시음(試音)’을 위해 찾은 제네시스 부스에서 G90과 GV60에 적용한 뱅앤올룹슨 사운드는 목이 아니라 귀가 득음하는 ‘막귀탈출’의 기쁨을 선사했다.

청각, 자율감각 쾌락반응 일으켜
렉서스에 적용된 사운드 기술 [사진출처=하만]
사실 두 눈을 감으면 소리가 세상을 지배한다. 소리만 들어도 해당 소리와 연관된 장면이 떠오른다. 단순히 청각에 국한되지 않는다. 귀와 연관된 눈·코·입·피부의 기억까지 소환한다.

청각은 세상과 사물을 판단하는 인간의 오감(五感) 중 가장 일찍 발달하고 영향력도 크다.

태아는 20주가 되면 고막을 가지고 32주가 되면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감각도 청각이라고 한다.

청각은 시각, 촉각, 후각보다 사람 간 전달이나 전파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소리’라는 매개체 덕분이다.

먹방(먹는 방송)이나 광고에서 자율감각 쾌락반응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를 활용하는 것도 청각이 지닌 우수한 전파력 때문이다.

G90 뱅앤울룹슨 사운드 시스템 [사진출처=하만]
청각은 요즘 산업계가 가장 공들이는 감각이다. 효과 빠른 ‘시각’에 초점을 맞췄던 마케팅만으로는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시각의 조력 감각이자 대체 감각인 청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기술이 발전해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비슷한 성능과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을 갖추게 돼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청각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성능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UX)과 감성이 구매결정에 영향을 주는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차량이 ‘바퀴달린 사랑방’으로 진화하는 것도 청각 마케팅 강화에 한몫하고 있다.

금상첨화, 이(耳) 맛에 산다
퀀텀로직 서라운드 기술 [사진출처=하만]
자동차 청각 마케팅은 남자 입장에서는 ‘금상첨화’이자 ‘설상가상’이다. 남자를 망치는 2대 장난감이자 취미인 자동차와 오디오가 만났기 때문이다.

제품 자체도 비싸지만 제대로 즐기기 위해 사양을 추가하고 튜닝하면 ‘천만’ 단위를 넘어 ‘억’소리가 날 정도로 돈이 많이 들어서다. 섣불리 빠지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가산을 탕진할 수도 있다.

그만큼 차와 오디오는 찰떡궁합 매력을 발산한다. 게다가 소음은 죽이고 소리는 살리는 기술 덕에 차는 음악을 즐기기 좋은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반 가정집 내 평균 생활소음은 50데시벨(㏈) 수준이지만 일반적으로 달리는 차에서 발생하는 내부 소음은 70㏈ 정도다. ‘정숙성의 대명사’ 렉서스가 이끈 소음 차단 기술로 자동차 내부 소음은 도서관 수준인 40㏈ 수준으로 낮아졌다.

현대모비스 사운드 시스템 개발 장면 [사진출처=현대모비스]
조용한 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 카 오디오 시스템은 홈 오디오 시스템보다 설계하기 어렵다. 집과 달리 온도 변화가 큰 데다 진동과 외부 소음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좁은 차량 내부에서는 소리가 난반사되는 데다 스피커를 움직일 수 있는 홈 오디오 시스템과 달리 스피커를 고정된 상태로 놔둬야 한다는 점도 좋은 음질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

‘오감 만족’을 추구하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는 이에 세계적인 오디오 회사들과 협업해 전용 사운드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귀르가즘 유발엔 찰떡궁합
퀀텀로직 서라운드 기술 [사진출처=하만]
남자 망치는 2대 취미는 하만(Harman)을 통해 ‘환상의 케미’를 발산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의 카오디오 브랜드는 뱅앤올룹슨, 바우어스앤윌킨스(B&W), 렉시콘, 하만카돈, 인피니티, 레벨, AKG, JBL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하만인터내셔널코리아는 현대차그룹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에 뱅앤올룹슨·렉시콘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기아 국내 판매모델은 렉시콘·하만카돈 시스템, 현대차와 기아 해외 판매모델은 하만카돈 시스템을 장착했다.

제네시스 G90에 적용한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은 총 23개의 스피커 시스템을 통해 귀르가즘(귀+오르가즘)을 선사한다.

각 좌석에 배치된 3웨이(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 스피커들은 모든 영역의 사운드를 고르게 블렌딩해 섬세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발산한다.

볼보에 적용된 B&W 사운드 시스템 [사진출처=볼보]
기아 K9이 채택한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의 퀀텀로직 서라운드는 악기별 위치를 하나하나 구분해 콘서트홀에 와 있는 것같은 서라운드 음향을 제공한다.

클라리 파이 기술은 렉시콘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MP3, 스트리밍, DMB 등은 음원 압축 과정에서 음질이 손상된다. 볼륨을 높일 때 찢어지는 소리가 나는 이유다.

클라리 파이 기술은 음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재해석한 뒤 원음에 가까운 풍부하고 선명한 사운드로 만들어준다.

렉서스 LS 500에는 마크 레빈슨 레퍼런스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됐다. 23개의스피커는 차량을 ‘달리는 콘서트홀’로 바꿔놓는다.

온몸에 전율을 선사하는 ‘귀르가즘’ 자동차 사운드 시스템은 남자를 망친다는 욕을 먹다가 이제는 남자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이(耳)맛’에 타는 재미를 선사하는 동시에 집에 가기 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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