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손흥민 ②BTS 지민 ③잔망루피가 전 세계 하늘을 날게 된 사연
2000년 이후 차츰 확산된 비행기 동체 래핑
각사 홍보모델부터 캐릭터, 공익광고 등 붙여
최근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이색 홍보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항공기를 K팝 간판 걸그룹 사진과 엑스포 유치 기원 문구로 꾸민 대한항공의 래핑 항공기다. 이 항공사는 3일 인천 정비격납고에서 부산엑스포 특별기(보잉 777-300ER)를 선보였다.
최대 277명이 타고 유럽이나 미국 등 주로 장거리를 오가는 기종인데 겉면은 다름 아닌 블랙핑크가 장식했다. 이 걸그룹은 부산엑스포 공식 홍보대사는 아니다. 이 그룹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3월 대한항공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두 회사가 손잡은 것이다.
관광 마스코트→만화 캐릭터→연예인까지
항공기 래핑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래핑(Wrapping)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했다. 주로 지하철 역사 계단이나 벽면 같은 시설물이나 차량에 랩을 씌우듯 광고물을 덧씌우는 광고기법인데 그 대상이 여객기로 확대된 것이다. 대한항공은 2001년 제주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하르비를,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슛돌이,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및 패럴림픽 땐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로 동체 겉면을 감쌌다. 2008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도입됐을 땐 모나리자 형태로 형상화한 한글로 꾸몄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A350 두 대에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김민재, 김승규 선수 등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이미지를 붙이고 이들의 선전을 응원했다. 이 기간엔 카타르 월드컵이 열렸다. 이 항공기는 국내선과 미주·유럽·동남아 등의 국제선에 투입돼 전 세계 하늘길을 누볐다. 2006년엔 독일월드컵에 출전한 태극전사와 한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대장금 사진을, 2008년엔 프랑스 파리 신규 취항을 기념하며 경회루와 개선문 이미지를 래핑했다.
제주항공은 잔망루피, 티웨이항공은 포켓몬
제주항공은 지난해 이 회사 새 모델로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대세 캐릭터가 된 잔망루피를 선정하고 비행기를 꾸몄다. 인기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에 등장하는 루피 캐릭터의 다양한 성격 중 익살, 잔망스러움을 과장한 부(副)캐릭터인데 앞서 래핑 모델로 활약한 핑크퐁에 이어 여객기 표지모델이 됐다. 앞서 송중기와 동방신기 등 이 회사 브랜드 모델이던 한류스타 이미지가 있던 자리다.
티웨이항공도 주식회사 포켓몬과 파트너십을 맺고 피카츄제트TW기를 선보여 탑승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항공기 왼쪽 겉면엔 조종석에서부터 하늘을 나는 피카츄와 쉐이미, 꼬부기, 이브이, 메로엣타, 이상해씨가, 우측면엔 하늘을 나는 피카츄와 파이리, 윈디, 메로엣타, 푸린이 그려졌다. 좌석 등받이와 창문, 종이컵 등 곳곳에도 캐릭터를 붙였다.
비행기에 이미지 붙이면 끝? 전문가 손길 필요해
지하철 계단이나 버스와 달리 표면에 굴곡이 진 항공기를 감쌀 때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피카츄제트TW기는 캐릭터 수가 많고 래핑 범위가 워낙 넓어 오래 걸렸다"며 "대만 타이난 격납고에서 꼬박 일주일간 붙였다"고 설명했다. 2021년 중국 팬들이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생일을 기념해 제주항공 여객기에 이 그룹 사진을 래핑하는 선물을 했는데 당시 경남 사천시 격납고에서 5일 동안 작업했다고 한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비행기에 색을 입히는 작업에 비해 큰 비용은 들지 않는다. 자체 정비 인력을 갖춘 대한항공은 수시로 래핑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달 초 가정의 달 행사를 열고 직원 2만 명의 이름으로 슬로건을 입힌 항공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모든 스타의 얼굴이나 제품 이미지를 항공기 동체에 붙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항공사 홍보 모델이 비행기를 장식한 사례도 있지만 항공사들이 래핑 모델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선택하거나 주로 국가 차원의 행사를 응원한 배경에는 상업광고를 막은 규제도 있다. 이 때문에 카드 제품이나 게임 캐릭터 등 홍보 목적의 그림은 원칙상 허용되지 않았다. 2010년 스타크래프트 게임 캐릭터 이미지가 여객기를 장식했는데 이는 대한항공이 글로벌 게임사 블리자드의 e스포츠게임 후원사 자격으로 공동 마케팅을 벌여 허용됐다고 한다. 실효성 논란 끝에 지난해 12월 시행된 개정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에 따라 이제는 비행기 겉면에 상업 광고도 할 수 있게 됐다. 항공사들이 래핑 광고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길이 열린 셈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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