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대차 日법인장 "전기차로 승부 본다…이미 경이로운 일도"
"판매량 많지 않지만 아이오닉5 '올해의 수입차' 선정…하반기 코나EV로 대중화 '도약' 가속"
(요코하마=뉴스1) 이형진 기자 = "지금은 판매 대수나 마켓쉐어(시장점유율)보다 고객 경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원상 현대자동차(005380) 일본법인장(상무)은 11일 요코하마 현대차 고객 경험 센터(Customer Experience Center, CXC 요코하마)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뉴스1 기자를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CXC 요코하마는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였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공간이었다. 최근 현대차는 주요 전략 차종을 출시하면서 팝업스토어 형식의 공간 전시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현장에서 풍기던 고급스러운 향과 음악이 이곳 요코하마에선 상시로 흘러나왔다.
1층에는 서비스 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2층 고객 라운지 공간에서 자신의 차가 정비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직접 바리스타를 고용해 아이오닉5·넥쏘로 각각 브랜딩 된 커피를 제공한다.
시승도 가능해 매월 300명 가량 공간을 찾고 있다고 한다. 외부 공간에서는 차량 인도식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탁송이 가능하지만 기념 행사를 하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아 인수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공간 구성은 '고객 경험'을 중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깔렸다. 조 법인장은 일본에서 공간 구성에 집중하는 브랜드는 렉서스와 메르세데스-벤츠 정도뿐이라고 강조했다.
조 법인장은 "지난해 5월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후, 약 1년 정도 시간이 됐는데 판매 대수 관점에서는 기대보다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더 팔고 싶었다"면서도 "차를 사신 분들의 만족도는 컸다. 아이오닉5는 대부분 상위 트림 위주의 차들이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3년만에 일본 시장 재진출에 나선 현대차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ZEV, 순수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로만 일본 시장을 재공략하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전동화로 전환하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와 시장은 아직 이 같은 흐름 합류에 더디다.
당장 판매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전동화에 주저하는 일본 업체들처럼 일본의 인프라도 소비자들도 전기차 시장에 덜 성숙한 탓이라는 평가다. 지속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쌓고, 전기차 선두주자 이미지를 심으면 결국 전동화 흐름에 맞춰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 법인장은 "올해와 내년까지는 고객 목소리 경청에 집중하고 있다"며 "매주 전국 조직장들을 영상 회의로 모아 고객의 작은 불만 하나하나도 논의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는데, 실시간으로 고객이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곳은 일본 법인이 유일하다. 테슬라·폴스타 등 전기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완성차 업체들은 온라인 판매 확대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일본 시장 온라인 판매는 고객 경험 데이터를 축적하는 '테스트 베드' 성격도 동시에 담고 있다.
판매량과 무관한 성과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아이오닉5는 한국 자동차 브랜드 사상 최초로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의 '올해의 수입차'로 선정됐다. 선정 당시를 회상하던 조 법인장은 "일본 언론 매체도 꽤 많이 접촉했었다"며 "경이로운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에선 칭찬하고 속내는 다른 경우가 많다. '한국차를 사도 되나'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뛰어 넘은 것"이라며 "한국 브랜드라고 해서 안 줄 수가 없다고 해서 상을 탄 것이다. 시승한 고객들은 아이오닉5에 100% 만족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 특유의 정숙한 주행, 일본 브랜드의 전기차들보다 월등한 1회 충전 주행거리, 외부기기를 구동 가능한 V2L 기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누리고 있다. 조 법인장은 "일본은 잦은 지진으로 정전되는 경우가 있어서 가정에 배터리를 두는 경우도 많은데, 아이오닉5의 V2L 기능은 그런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일본 법인은 올해 하반기 코나EV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올해 풀체인지되면서 현대차의 미래적인 패밀리룩 '수평형 램프'를 달고 출시된 모델이다. 구체적인 시점은 아직 고민 중이지만, 차급 크기가 큰 아이오닉5보다 일본 현지에서 더 범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조 법인장은 "아이오닉5는 상품 만족도는 높았지만, 구매로 이어지기에는 차가 커서 한계가 있었다"며 "아이오닉5가 길을 만들었다면, 대중화에는 코나EV가 딱이다. 일본 반응도 좋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다만 조 법인장은 아이오닉6나 내년 국내 출시 예정인 대형 SUV 아이오닉7,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 여부에는 말을 아꼈다. 세단 전기차인 아이오닉6는 일단 전시차만 가져와서 시장을 좀 관망한 후에 출시 여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아이오닉7은 차급이 일본 시장에 맞지 않아 도입을 고민하지 않는 상황이다. 제네시스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문의가 적지 않은데, 브랜드 차원의 결정이라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했다.
조 법인장은 "자동차 판매는 리니어(선형)하게 가지 않는다. 쌓여 있는 것들이 모여 도약하게 된다"며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차데모(일본 시장 전용 충전 단자)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일 수 있는 시점이 온다. 그때 더 많은 일본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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