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반도체 수요 회복…하반기엔 수급 개선될까

김기훈 2023. 5. 1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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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감산 동참에도 메모리 가격 뚝뚝…2분기도 하락 전망
감산 덕 하반기엔 수급 균형 전망…IT 수요 회복 여부도 주목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에도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감산은 없다던 삼성전자도 결국 감산에 동참했지만, 아직 공급 축소 효과가 본격화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경기침체로 IT 수요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극적인 수요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적극적인 감산 노력에 힘입어 메모리 수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PC·스마트폰 등 수요 '꽁꽁'…"감산이 수요 위축 못 따라가"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1분기 대비 각각 13∼18%, 8∼13%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10∼15%, 낸드 가격이 5∼10% 하락할 것으로 봤는데, 전망치를 더 낮춘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감산이 수요 위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감산으로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가격이 오르는 요인이지만, 수요가 공급에 못 미치면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PC와 스마트폰, 서버 가릴 것 없이 전반적으로 IT 수요가 얼어붙었고 올해 안으로 수요 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PC 수요는 코로나 대유행 초기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세계 PC 출하량 감소가 20년 만에 최악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판매 역시 역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가 작년 대비 6.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도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서버용 D램 교체 수요도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적자에...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급감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실적을 발표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이날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천40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5.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63조7천45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8.1% 감소했다. 순이익은 1조5천746억원으로 86.1% 줄었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무려 4조5천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3.4.27 ondol@yna.co.kr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 개선…챗GPT 등 수요 창출 기대

IT 수요 부진과 재고 증가에 따라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공급초과율은 최악 수준으로 올랐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월 D램 공급초과율은 114.5%를 기록했다.

공급초과율은 수요와 공급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경우를 100%로 가정하고, 숫자가 100%보다 높을수록 공급이 넘쳐나는 것을 뜻한다.

D램 공급초과율이 110%를 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2005년과 2008년 D램 업체들이 물량을 쏟아내며 '치킨 게임'을 벌였을 당시 공급초과율이 115% 수준이었다.

다만 월별 D램 공급초과율은 2월 114.0%, 3월 113.2%, 4월 106.8%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직 수요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차츰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급이 균형을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렌드포스는 7월부터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웨이퍼 투입에서 메모리 칩 생산까지 3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감산 효과는 3∼6개월 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투자 축소와 올해 1분기 시작된 감산은 2분기부터 작용하면서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 적자 전환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불황 장기화로 올해 1분기에만 3조4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적자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3조4천2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2조8천639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6일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3.4.26 xanadu@yna.co.kr

하반기 들어 수요가 일부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위 연구원은 "공급업체의 재고 수준은 연중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나 메모리 가격 최저점에서 재고를 축적하고자 하는 IT 업체들의 가수요(假需要)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수요-공급 균형은 소폭이나마 공급자 우위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계절적으로 하반기에는 서구권의 신학기 시작과 함께 블랙 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이 몰려 있다. 또 IT 하드웨어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도 대개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가격이 저점일 때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가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인공지능(AI) 기반 챗봇인 '챗GPT' 열풍이 반도체 수요 개선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챗GPT 인기에 발맞춰 다양한 AI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챗GPT 활성화에 따라 폭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D램의 용량과 대역폭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D램 등 고성능·고효율 메모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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