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보다 낫다”…국산 첨단 기술로 무장한 최신 전투기가 뜬다 [박수찬의 軍]
1970년대 한국군 전력증강계획이었던 ‘율곡사업’이 시작한 이후 한국은 오랜 기간 방위산업을 육성하며 군사과학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을 개발하고 내부 장비나 부품 국산화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지상 분야와 달리 항공분야는 전자장비와 엔진을 비롯한 구성품 중 상당수를 선진국에 의존해야 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2일 대전에서 공군 주관으로 열린 ‘2023 공군 민군협력 세미나·전시회’에서 FA-50 경공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해당 레이더는 현재 FA-50에서 쓰이는 이스라엘 엘타 EL/M-2032 기계식 레이더보다 다수 표적을 동시에 추적·탐지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AESA 레이더는 최근 운용되는 전투기에는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전자장비다.
일반적으로 AESA 레이더를 장착한 전투기는 기계식 레이더를 적용한 전투기보다 3~4배의 전투력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전투기 도입 시 AESA 레이더 탑재를 요구하는 이유다.
LIG넥스원이 공개한 레이더는 국내 최초로 공랭식을 적용한 전투기용 AESA 레이더다.
LIG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하에 정부예산 약 850억원을 투입해 전투기용 AESA 레이더 핵심기술 응용연구 2건(2006~2013), 시험개발 2건(2014~2021)을 수행했다.
지난 2021년부터 자체적인 투자와 더불어 FA-50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의 협업을 통해 신형 레이더 시제품을 제작했다.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이사는 “FA-50 AESA 레이더 개발 완료를 위해서는 지상 통합 시험 및 FA-50 탑재 비행시험 등 검증을 위한 숙제가 남아 있는데, 업체 자력으로 극복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앞으로 민·관·군 협력과 지원을 통해 ‘FA-50의 진정한 국산화 달성’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선진국에서도 소형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과거에는 F-16보다 작은 경공격기나 훈련기 등에 AESA 레이더 탑재가 어려웠다.
이에 따라 폴란드에 팔릴 FA-50PL에는 미국 레이시온의 최신 소형 AESA 레이더가 쓰일 예정이다.
레이시온은 F-16보다 작은 F-5 전투기나 T-7 훈련기 등에 탑재할 수 있는 팬텀스트라이크 AESA 레이더를 공개한 상태다. FA-50을 비롯한 경공격기와 무인기 등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무게도 가볍고 비용도 저렴하다는게 레이시온 측의 설명이다.
유럽 레오나르도가 만든 빅센-500E처럼 경전투기나 훈련기 탑재를 위해 개발, 시장에 출시된 레이더도 있다.
하지만 성능 등의 측면에서 국산 레이더도 미국 등 선진국이 개발한 레이더와 비교할 때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군이 지난 2일 개최한 ‘2023 공군 민군협력 세미나·전시회’에는 AESA 레이더 외에도 FA-50이나 KF-21에 쓰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다수 소개됐다.
풍산은 성능과 안전성을 높인 20㎜ 기관포탄을 제안했다. 현재 공군 F-15, F-16, F-4 전투기에는 M61A1 20㎜ 기관포가 탑재되어 있다.
이 기관포는 KM246, KM56A3 고폭소이탄을 사용한다. 신관이 작동하면 고폭화약을 폭발시켜 파편을 형성해 표적을 타격하게 된다.
하지만 취급 및 저장 조건에 따라 위험도가 높아진다. 미 공군에서도 F-16 기관포 내에서 탄약이 폭발한 사례가 있다.
풍산은 “선진국에서는 전술적 우위 확보와 사용자 안전 차원에서 FAP 탄약을 개발하고 있다”며 “KF-21 전투기 운용과 수출을 고려하면 20㎜ FAP 탄약 개발이 필요하다. K169 개발을 통해 확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고폭 화약 없이 파편 효과를 내는 20㎜ 기관포 탄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LIG 넥스원은 FA-50과 KF-21에 탑재되는 한국형유도폭탄(KGGB) 운용을 개선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KGGB는 노후 기종인 F-4, F-5 전투기에서의 운용을 고려해 PDU(Pilot Display Unit)라고 명명된 휴대 단말기를 조작해 투하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LIG넥스원은 이같은 개념을 FA-50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FA-50의 무장장착대에 전용 통신장비인 KIU(KGGB Interface Unit)을 장착, 항공기 임무컴퓨터와 KGGB 간에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최대 4개의 KGGB를 운용할 수 있다.
이같은 제안이 실현되면 FA-50 조종사는 임무계획장비에 임무계획을 저장할 때 KGGB를 함께 고려할 수 있게 된다. 훈련 과정에서 모의투하훈련도 가능하다. 비상탈출 시 조종사 안전을 보장하고, PDU를 사용함으로서 발생하는 시야 이동도 사라진다.
이스라엘 업체들은 항공기와 순항미사일 등을 조기에 포착해 대응시간을 단축시키는 ELM-2083 레이더, 주야간 표적식별장치인 라이트닝 포드를 소개했다. 이밖에도 다수의 업체가 드론 방호 기술과 야간투시경 등을 제안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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