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드림팀' 동남아를 홀렸다…"금융권 BTS 만들기 본격화"

국종환 기자 서상혁 기자 2023. 5.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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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K-금융] 7개 금융사, 싱가포르·인니 IR 열기 '후끈'
이복현 'K-금융' 영업사원 자처…금융권 해외진출 "적극 지원"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해외IR에 참석한 금융기관 및 금융사 수장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최훈 주 싱가포르 대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싱가포르, 서울=뉴스1) 국종환 서상혁 기자 = "한국 금융시장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 투자설명회(IR)를 통해 많이 배우게 됐습니다."(싱가포르 글로벌 보험사 고위 임원)

"이번 설명회는 인도네시아 금융회사 입장에선 한국의 선진 금융 기법을 배울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5점 만점에 5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인도네시아 은행 CEO)

국내 7개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이 싱가포르·인도네시아에서 함께 한 '금융권 공동 해외 투자설명회(IR)'가 5일간(8~12일)의 공식 일정을 마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화재·한화생명·KB손해보험 등 국내 대형 금융사 CEO로 구성된 '금융권 드림팀'이 총출동해 해외 투자자들과 금융권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금감원장의 해외 IR 참석은 이번이 처음으로, 금융회사들의 지원 요청에 따라 성사됐다.

해외 방문단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서 잇따라 합동 투자설명회(IR)와 포럼을 열어 'K-금융'(한국 금융)을 적극 홍보하고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또한 각 금융사별로 현지 기업과 다양한 업무협약(MOU)을 맺어 협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글로벌사업 확대 발판을 마련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태국을 더한 3개국 금융감독기구 수장 등을 연이어 만나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면서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현지 금융당국 수장과 국내 금융사 CEO들의 첫 만찬을 주선해 네트워킹 강화에 큰 역할을 했다.

국내 언론사 중에선 뉴스1이 유일하게 이번 '금융권 드림팀'의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방문 전 일정을 동행하면서 현장의 열기와 소식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 왼쪽),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9일 '금융권 공동 투자설명회(IR)'에서 참석자들과 소통하는 모습.

◇ 싱가포르서도 빛난 'K-금융'…KB·하나 "글로벌비중 40%로 늘리겠다"

첫 공식 일정으로 금융권과 금감원이 9일 싱가포르 팬퍼시픽 호텔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K-금융 투자설명회'(INVEST K-FINANCE: SINGAPORE IR 2023)엔 200여명의 해외 기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사전신청자 외에 30여명의 금융 관계자가 추가로 참석해 준비된 자리는 일찌감치 만석이 됐고, 일부 관계자는 장시간 선 채로 설명회를 경청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금융업계의 존재감과 성장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행사에 나선 각 금융회사 수장들은 이구동성으로 '글로벌 진출'을 강조하며 해외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요청했다. 투자자들은 설명회 내내 한국과 한국 금융업계에 대한 호기심과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고, 거침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장기적으로 글로벌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미래 비전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해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한국보다 앞서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선 일본의 경우 현재 40% 내외인데,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40%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며 "동남아 시장에서의 기회 요인을 잘 활용하는 한편, 해외 시장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현지 금융회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맏형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장기적으로 비은행·비이자·글로벌·영업이익경비율(CIR)을 모두 40% 이상으로 맞추는 '40 이니셔티브' 계획을 발표했다. 윤 회장은 "내부적으로 '40 이니셔티브'를 강조하고 있는데, 40대 수치 '네 개'를 만들자는 의미"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여 '주주의 이익'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모든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애로를 현지 금융당국에 전하는 '소통 창구'를 자임하는 한편, 필요시 규제 완화도 검토하겠다며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현장을 찾은 투자자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 외국계 재보험사 관계자는 "조만간 한국에 업무차 방문하는데 그 전에 한국의 금융 시장, 특히 손해보험 시장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배우고 싶어 현장을 찾았다"며 "IR을 통해 한국 시장을 더 배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K-Finance Week In Indonesia 2023'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사진 왼쪽) 등 국내 금융권 참석자들이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 셔츠를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News1 서상혁 기자

◇ 인니에선 '바틱' 입고 '현지화 진심' 전해…인니 당국과 '첫 만찬' 성사

7개 금융사가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K-파이낸스 위크 인 인도네시아 2023'(K-Finance Week In Indonesia 2023) 포럼도 사전신청자(130명)보다 수십명이 더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포럼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아 현지에 한국 금융을 알리고 양국 간 금융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을 찾은 인도네시아 정부·금융회사 관계자만 90여명에 달할 정도로 현지 관심이 뜨거웠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7개 금융사 CEO 등 국내 참석자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batik) 셔츠를 입고 포럼에 참석해 현지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인사말이 끝날 때마다 '뜨리마 까시'(Terima kasih·'감사하다'는 의미의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해 인도네시아 '현지화'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문화·사회적 차이가 커 '현지화'와 '사회 융화'가 시장 진출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포럼의 핵심 키워드도 '현지화'였다. 인도네시아에는 은행·증권·카드·캐피탈·생명보험·손해보험 등 28개의 한국계 금융사가 진출해 있지만, 아직까지 문화·사회적 차이로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고객들의 성향이나 산업의 특성 또한 다르기 때문에 현지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고객과의 관계 정립이 중요한 금융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금융교육, 소외계층·중소기업 지원이나 채용 확대 같은 현지 커뮤니티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참여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남훈 KB금융 글로벌전략 총괄 전무도 토론회에서 "인도네시아의 문화나 시장 관행, 소비자의 니즈를 이해하는 게 부족했다"며 "앞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현지 이해관계자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으로 'K-컬처'를 활용하라는 제언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정부 측 패널로 포럼에 참석한 셉티안 하리오 세토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차관은 "인도네시아 국민, 특히 중산층과 청년층은 한국의 문화를 대단히 좋아한다"며 "인도네시아 기업들도 K팝을 활용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은 그런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인도네시아 금융당국 수장과 국내 금융사 CEO들의 첫 만찬을 주선해 현지 네트워킹 강화에 큰 역할을 하며 해외진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가운데)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국내 행사 참석자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 셔츠를 입어 인도네시아 현지화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News1 서상혁 기자

◇ 세계로 가는 'K-금융'…'금융권 BTS' 만들기 본격화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이번 해외 방문에 대한 성과를 바탕으로 'K-금융'의 글로벌화와 금융업계 해외진출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를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월 '해외 투자자 대상 간담회'에서 "포화된 국내 시장을 탈피해 은행들의 해외진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은행산업의 사업구조 다각화와 경쟁력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방탄소년단(BTS)과 같이 글로벌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하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며 한국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에서도 김소영 부위원장이 오는 16~19일 은행연합회, 시중은행 부행장들과 함께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국내 금융지주의 경우 총이익의 80% 이상을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구조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사업구조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사들은 미래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해외진출과 디지털전환 등에서 찾고 있다. 그동안 유독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금융업계를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육성시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일부 은행에선 이러한 해외진출 노력이 차츰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해외법인에서 거둔 순이익은 총 1645억원으로 전년 317억원과 비교해 5배 넘게 성장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사옥 전경.ⓒ News1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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