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공원'에 진심인 최정훈에 거는 기대[김노을의 선셋토크]

김노을 기자 2023. 5.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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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노을 기자]
잔니비 최정훈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메세나폴리스 신한플레이 스퀘어에서 진행된 '2022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 열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세상만사'를 리메이크해 열창하고 있다. 두 사람이 38년 만에 함께 하는 무대이자 '송골매'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마지막 공연인 '2022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 열망'은 9월 11, 12일 서울 케이스포돔에서 열린다. /2022.07.06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밴드 잔나비 보컬 최정훈이 '밤의 공원'에 모든 걸 걸었다. 정말 말 그대로 모든 걸 다 걸고 나선 그에게서 자못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14일 오후 KBS 2TV 심야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최정훈의 밤의 공원'(이하 '밤의 공원')이 첫 방송된다.

KBS는 '더 시즌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분기마다 진행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심야 음악 프로그램 명맥을 이어간다. 최정훈은 전 시즌 MC를 맡았던 가수 박재범의 마이크를 넘겨 받아 두 번째 시즌 진행자로 활약한다.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 계보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1992~1994)를 시작으로 '이문세쇼'(1995~1996), '이소라의 프러포즈'(1996~2002), '윤도현의 러브레터'(2002~2008), '이하나의 페퍼민트'(2008~2009), '유희열의 스케치북'(2009~2022)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올해 들어 '연간 프로젝트'라는 설명 아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 KBS가 얼마나 심야 음악 프로그램에 진심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정훈 역시 '밤의 공원'에 진심이다. 최정훈이 속한 잔나비는 실력과 인지도 등 여러 면에서 국내 인디 밴드 중 독보적이다. 세련되면서도 자신들의 색이 뚜렷한 복고풍 음악으로 '한국의 비틀스'라 불리는 잔나비는 평소 존경심을 드러냈던 비틀스에 비견되며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과거엔 그룹사운드라 불렸지만, 현재는 밴드라는 말이 더 익숙한 국내 기성·신인 밴드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 없다는 편견, 쉽게 말해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편협한 시선에 묶여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잔나비는 그런 시선을 보기 좋게 깨부쉈고, 수만 명 관객을 동원하는 거물급 밴드로 거듭났다.

/사진제공=KBS
그런 잔나비의 중심에 선 최정훈은 '밤의 공원'을 위해 봄, 여름 시즌 수많은 행사와 축제 무대를 포기했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지난 9일 최정훈은 "첫 방송의 경우에는 일주일 동안 이분들이 부르실 노래에 대해 공부하고, 인터뷰도 찾아봤다"며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옆에서 이를 듣던 '밤의 공원' 밴드 마스터이자 멜로망스 멤버 정동환 역시 "5~7월 동안 많은 행사와 축제 무대가 많은데 (최정훈이) 공연을 하지 않고 방송에만 전념한다는 말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고 최정훈의 진심을 높이 샀다.

최정훈이 '밤의 공원'에 얼마나 진심인지, 얼마나 설렘을 느끼는지는 같은 날 오후 진행된 첫 회 녹화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녹화 현장에는 04년생 어린 관객부터 60대 나이 지긋한 관객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관객들이 '밤의 공원'을 찾아 음악으로 하나가 됐다.

/사진제공=KBS
최정훈의 새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찾은 첫 회 게스트는 가수 김창완, 장기하, 박정현, 미노이, 배우 이동휘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이는 김창완으로, 그동안 최정훈은 공공연히 산울림에 대한 존경심을 밝혀왔을 뿐만 아니라, 이날 현장에서 김창완에 대해 "잔나비의 뿌리이자 음악의 아버지"라며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 흔한 인이어도 착용하지 않고, 통기타를 치며 두 곡을 완벽하게 소화한 뒤 김창완은 긴장한 최정훈에게 "너무 대본을 보지 마라. 손님이 더 힘들지 호스트가 더 힘들겠냐"고 장난스럽게 조언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최정훈 역시 김창완의 농담에 비로소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무려 '잔나비의 뿌리'인 김창완이 첫 회, 첫 번째 게스트로 출연한다는 것은 '밤의 공원'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려는 최정훈의 의지로 해석된다. 그만큼 자신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걸 목표하고, 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명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이곳뿐이지 않을까. 이 시대에 필요한 음악을 무대에 올릴 것"이라는 이창수 PD의 말과 스케줄도 잡지 않고 프로그램에 올인한 최정훈의 진심이 깃든 '밤의 공원'. 미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다양한 음악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위로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

김노을 기자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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