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늘고, 실거래가 오름세…서울 아파트 가격 어디로
급매 소진 뒤 거래 정체도…전문가 "금융시장 불안 등 여전, 더블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거래가 확 늘어나진 않지만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호가도 조금씩 오름세를 타고 있어요. 급매가 소진되면 수요가 줄어서 가격이 빠질 줄 알았는데 아직 꺾이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마포구 아현동 A공인중개사)
서울 아파트 시장에 거래가 늘면서 주요 인기 단지나 재건축 호재가 있는 정비사업 아파트 위주로 매매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급매물이 소진되고 호가를 올린 매물들이 나오면서 실거래가 상승 거래가 늘어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예년 대비 거래량이 여전히 적고, 급매 가격이 아니면 거래가 안되는 곳도 많아 본격적인 상승세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5개월 연속 거래량 증가…주요 단지 실거래가도 상승세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최근 극심한 거래 부진 속에서도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2천980건을 기록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는 작게는 약 3천∼4천건, 많게는 8천∼9천건에 달하던 예년 3월 거래량에는 못 미치지만, 2020년 8월(4천65건) 이후로는 1년 9개월 만에 최다 물량이다.
4월 거래량도 이달 13일까지 신고된 건수가 2천671건으로 전월 거래량에 육박했다. 4월 계약 물건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3월 거래량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당초 2∼3월에 급매물이 모두 팔리면 이보다 높은 금액의 매물만 남아서 거래가 감소하고 가격도 다시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주요 인기단지들의 경우 급매 소진 이후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강남3구와 송파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린 데다, 시중은행 금리가 하향 안정되면서 매수세가 다소나마 유입되는 분위기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허용, 생애최초 주택대출 확대, 특례보금자리론 판매 등도 거래 침체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는 평가다.
반면 집주인들은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떨어져 보유세 부담이 줄었고,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도 추진하면서 급매로 급하게 팔겠다는 사람이 줄었다.
이달 초 부동산R114와 연합뉴스가 올해 3∼4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아파트의 거래가격을 1∼2월 가격과 비교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1만3천242개 주택형 가운데 57.6%(7천624개)의 실거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주요 단지는 최근 저점 대비 거래가가 2억∼3억원가량 오른 곳이 많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83㎡는 3월과 4월에 각각 최고 21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말과 올해 초 18억3천만∼18억5천만원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잠실 리센츠 전용 84.99㎡ 로열층이 지난 3월 22억원, 지난달 최고 21억7천만원에 각각 거래됐고, 현재 22억원을 호가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연초 16억∼17억원대에서 팔리던 것이 현재 18억∼19억원대로 2억원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강북의 경우도 입주가 이뤄진 지 10년 이내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거래하는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연초 2단지 84.6㎡의 경우 16억원 선에 팔리던 것이 현재 16억5천만원 이상 호가하고 있다"며 "작년에는 급매물 이하 가격으로만 찾던 매수자들도 최근 가격이 뛰자 시세 수준으로 거래한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단지도 강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연초 21억원대 거래되던 전용 84㎡의 호가가 이르면 오는 7월 조합설립인가를 앞두고 25억원까지 올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조합설립인가를 위해 현재 아파트 조합원의 90% 가까이 동의를 얻었고, 상가 조합원의 과반 동의만 남은 상태"라며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에 제약이 있어 그전까지 사고팔려는 조합원과 매수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에 신속통합기획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양천구 목동14단지는 올해 1월 말 11억2천만원에 팔렸던 전용 71.4㎡가 지난달 말 13억5천만원에 거래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급매물 거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격 상승세는 없다는 단지들도 적지 않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연초보다 2천만∼3천만원 정도 오르는 듯했는데, 매수자는 여전히 가격을 깎아줄 것을 원하고 정상 물건보다 10%가량 싼 급매물만 찾는다"며 "매도자들도 급할 건 없다는 입장이어서 호가 조정이 안돼 거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급매 소진 이후 현재는 거래가 소강상태"라며 "가격도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불안 등 변수 여전…가격 올라도 '더블딥' 가능성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거래가 늘고 가격이 일부 상승했지만, 집값 상승세가 본격화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일단 최근 추이를 볼 때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값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쯤에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04%를 기록하며 5주 연속 낙폭이 둔화했고, 상승 지역도 강남4구와 용산구를 비롯해 7곳으로 늘었다.
실제 거래된 가격으로 지수를 산정하는 실거래가 지수는 올해 1월과 2월 두 달 연속 상승했고 3월 통계도 상승이 유력하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원의 아파트 표본조사통계는 실거래가지수보다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서울은 1월부터 실거래가지수가 올랐기 때문에 조만간 표본조사통계도 상승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실거래가지수에 이어 표본조사통계가 반등한다고 해서 본격적인 상승세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일단 예년에 비해 절대 거래량이 많지 않은 데다,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하고 미국·유럽 등 해외 금융시장 불안 요소도 크기 때문이다.
이달 이후 분양이 본격화하면서 미분양이 다시 늘고, 최근 전세사기 피해 문제와 역전세난이 하반기에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국지적 상승세에 단기적으로 집값이 1차 바닥을 찍더라도 수요 감소로 다시 가격이 떨어지는 '더블딥'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가격이 상승기에 접어들려면 투자 수요가 가세해 거래가 크게 늘어야 하는데, 현재 상태는 일부 생애최초나 갈아타기 수요만 움직여 거래량 증가가 미미하다"며 "여기에다 금융시장 불안,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있어 올해는 전반적으로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반등한다고 해도 금융시장 이슈에 따라 가격은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며 "매수자들도 조급할 필요없이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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