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소진 뒤 서울 아파트 전셋값 꿈틀…두달새 수억원 상승도
5월 비수기 들어 수요 감소…하반기 역전세난에 하락 확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직장인 김모(33) 씨는 신혼집으로 눈여겨보던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신축 아파트 전세 매물을 알아보던 중 예상보다 크게 오른 전셋값에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올해 초만 해도 전셋값이 5억원 후반에서 6억원 초반이었으나 불과 몇 달 사이에 평균 7억원으로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공인중개사무소에 물어보니 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변 전셋값도 몇 달 사이에 수천만원씩 올랐다고 한다"며 "올해 초 가격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전셋값이 많이 올라 다른 단지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 매매가와 함께 전셋값 하락 폭이 둔화하는 가운데 급매물이 소진된 후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올해 1·2월과 3·4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4천952건 중 2천49건(41.4%)이 종전 거래보다 금액이 오른 상승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2월과 3·4월 동일 단지, 동일 면적에서 전세 계약이 1건이라도 체결된 거래의 최고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앞서 부동산R114가 같은 방식으로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비교했을 때 5천138건 중 3천459건(67.3%)이 하락 거래였던 것을 고려하면 전셋값이 빠르게 회복세에 접어든 셈이다.
실제로 최근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초에 비해 최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올랐다.
동작구 흑석동의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용면적(이하 전용면적) 84.94㎡는 올해 1월 보증금 5억8천만원(15층)에 계약됐으나, 이달 들어선 동일 평형 13층 물건이 7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84.94㎡는 올해 1월 10층, 11층 모두 10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으나, 지난달과 이달에는 13억원(23층), 12억5천만원(22층) 등으로 상승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59.96㎡는 1월 5억8천430만∼7억9천만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으나, 지난달 거래된 전세는 보증금 6억6천만∼8억5천만원이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0(고층) 59.39㎡는 올해 2월 2억1천만∼2억2천500만원에 전세 거래됐으나, 지난달에는 2억2천500만∼2억8천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송파구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세 급매물이 대거 빠지고 지금은 가격이 올해 초에 비해 최소 1억원 이상 올랐다"며 "급하게 전세를 내놔야 하는 집주인이 거의 없어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다른 지역도 전세 상승 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는 같은 기간 전세 거래 7천414건 중 3천256건(43.9%)이 종전 거래보다 금액이 오른 상승 거래였고, 인천은 1천378건 중 618건(44.8%)이 상승 거래로 집계됐다.
일부 단지의 전셋값 반등은 전세대출금리 하락과 급매물 소진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최근 전세사기 우려가 커지면서 빌라 수요 일부가 노원구 등 비교적 저렴한 전셋값의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월세 대신 전세를 택하는 수요가 늘었고, 낮아진 전셋값에 일부 상급지 갈아타기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전셋값이 상승하긴 어려울 것 예상한다.
당장 이달 들어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전세 수요가 감소하는 분위기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4월까지 양호하던 전세 거래가 이달 들어 찾는 세입자가 감소해 거래가 잘 안된다"며 "가격이 싼 전세만 찾아서 시세 수준의 전세는 거래가 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과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등의 문제도 전세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현재도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떨어져 역전세난이 나타나고 있지만, 작년 하반기 최고점에서 맺은 전세계약의 만기가 돌아오면 집주인은 더 많은 보증금을 내줘야 한다"며 "전셋값이 쉽게 오를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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