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론 부실화 위험 있지만 우려할 정도 아니다"

정영희 기자 2023. 5. 1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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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하나금융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시장 호황으로 PF대출은 최근 5년간 2.1배로 급증했음이 드러났다. 특히 비은행권의 부동산 PF대출이 크게 늘었다. 다만 지난해 금리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 경색이 본격화되면서 PF대출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부실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스1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비은행권으로 확산된 데 이어 PF대출이 건설·부동산 시장에서의 필수적인 사업비 영역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하며 각종 금융기관의 PF대출 잔액이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등 채무불이행(EOD) 사례가 늘고 다수의 건설업체가 도산하는 등 PF대출 채권의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기관이 PF대출에 보수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14일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 PF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브리지론과 비아파트, 물량 부담 지역 등을 중심으로 PF 부실화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지만 정부 정책 지원과 금융기관·건설업체의 자본 여력이 완충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개발시장 호황으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PF대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9월 금융기관의 부동산 PF잔액은 140조6000억원으로 2017년 대비 2.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잔액은 은행 1.8배에 불과하나 보험사는 2.0배, 저축은행 2.5배였으며 여신전문금융회사는 4.3배로 집계됐다. 보험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주로 중대형 개발사업에 대주로 참여하고 저축은행은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브리지론이나 본PF를 취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PF대출이 늘어나면 필수사업비 확보를 통한 준공리스크가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영업 경쟁이 심화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금융권 내 PF 금융주선(차주인 시행사와 대출조건을 협의해 확정하고 대출에 참여할 대주단을 모집하는 것)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며 증권사 등이 브리지론을 포함한 사업 초기자금 대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PF대출은 그 조달범위가 초기사업비에서 필수사업비로 확대되며 급격히 늘어났다. 과거에는 토지 잔금이나 초기사업비 위주로 주로 은행이 PF대출을 취급했지만 이후 비은행이 시장에 적극 참여하면서 PF 범위가 토지·공사비, 제세공과금, 분양경비 등 준공에 필요한 각종 비용인 필수사업비로 넓어졌다. 건설업체에서도 개발사업의 자금 선투입 부담을 줄이고 공사비 미회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공사비를 포함한 필수사업비의 조달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조달범위가 늘면 대출금 상환을 위한 금융기관의 필요 분양률은 올라가지만 사업비를 미리 확보할 수 있어 준공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PF의 대상 영역이 아파트에서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오피스, 호텔 등 아파트 외의 개발사업이나 비수도권의 주거상품 개발 등으로 확대된 것 또한 PF대출 증가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지난해 기준 여신전문금융회사, 증권, 저축은행의 PF대출 중 비아파트의 비율은 65% 이상이며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증권의 PF 중 비수도권 비중은 40% 내외다.

지난해 이후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 기조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대출 차환 위험도가 늘었다. 여기에 개발 원가가 늘고 분양시장 침체까지 이어지며 리스크가 더욱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은 은행(0.01%) 보험 (0.6%) 여신전문금융회사(2.2%) 저축은행(2.1%) 증권(10.4%) 등으로 증권을 제외한 업권의 PF대출 연체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손 연구위원은 "과거 금융위기 시 미분양 증가와 금융권 신용경색의 영향으로 저축은행 등에서 연체율이 급등한 사례가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브리지론, 분양성·환금성이 낮은 비아파트, 입주·분양 물량이 과중한 비수도권 주택시장 등이 PF대출 시장에서 부실 위험이 큰 영역으로 꼽히며 이 중에서는 올해 만기가 대규모로 도래할 것으로 보이는 브리지론이 가장 취약하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과거 금융위기 대비 현재 PF대출 중 브리지론의 비중은 비교적 낮아 시스템 위기로의 전이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도 건설업체 유동성 공급과 PF사업장 유형별 맞춤형 지원 등을 통해 부실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는데다 금융권과 건설업체도 자본 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 내 분양·매각 시장의 수요 회복이 쉽지 않고 금융기관도 PF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기에 사업장 단위로의 부실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 연구위원은 "분양·매각 수익으로 본PF를 상환한 뒤 브리지론을 상환하는 선순환이 약화되면서 개발원가 인하 등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울 경우 브리지론의 부실 확산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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