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즈 겐시·후지이 가제…日 애니 이어 J팝 열풍
기사내용 요약
이마세·아이묭, 멜론 톱100 진입도…싱어송라이터 주목
텐피트·래드윔프스 등 록밴드도 인기…장르 다양성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노우에 다케히코 '더 퍼스트 슬램덩크'·신카이 마코토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에 이어 국내에서 J팝이 주목 받는 모양새다.
14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일본 싱어송라이터 이마세가 지난해 8월 발매한 '나이트 댄서'는 올해 3월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100'에서 최고 순위 17위를 찍었다. 5월 현재 30위권 안팎을 오가며 해당 차트에 장기간 머물고 있다. 멜론 톱100에 진입한 J팝 가수는 이마세가 처음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 입어 지난달 13일 이마세가 첫 내한 쇼케이스를 열었고 국내 팬 500여명이 운집했다.
멜론 톱100은 K팝 인기 아이돌도 진입하기 어려운 차트다. 그런데 이마세뿐 아니라 '일본의 아이유'로 통하는 아이묭(Aimyon)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도 최근 멜론 톱100 순위권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약 4개월 전 워너뮤직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 가사 번역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117만뷰에 달한다.
'나이트 댄서'와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의 최근 국내 인기는 영미권 차트에서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K팝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가 반응을 얻고 있는 흐름과 비슷하다.
'큐피드'가 영미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숏폼 플랫폼인 '틱톡'의 영향이 크다. 댄스 챌린지 배경음악 혹은 인기 티토커의 감성적인 일상 배경음악 등으로 사용되면서 입소문이 났다.
일본에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대표주자는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출신인 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싱어송라이터다. 보컬로이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가창하는 걸 가리키는데 일본 인기 동영상 공유 사이트 '니코니코 동화'(니코동)에서 주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는다.
요네즈 겐시가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계기는 2018년 일본 TBS 드라마 '언내추럴' OST로 사용된 '레몬' 덕분이다. 그 해 일본 최고 히트곡이 된 '레몬'은 지난 3월 J-팝 처음으로 유튜브 조회수 8억뷰를 달성했다. 작년에 발표한 '킥 백'은 일본 TV도쿄 인기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 OST로 사용되면서 인기를 얻었다.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가제(후지이 카제)는 현재 가장 핫한 일본 뮤지션이다. 2020년 발매한 정규 1집 '헬프 에버 허트 네버(HELP EVER HURT NEVER)'가 호평 받으며 J팝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 음반의 타이틀곡 '죽는 게 나아'(Shinunoga E-Wa·死ぬのがいいわ)가 틱톡을 통해 역주행했고 작년을 대표하는 곡이 됐다. 이로 인해 후지이 가제는 일본을 대표하는 연말 음악 축제인 '제73회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했다.
이 같은 후지이 가제의 인기는 국내로도 이어졌다. 오는 6월24일 서울 광운대학교 동해문화예술관 대극장에서 피아노 아시아 투어의 하나로 첫 내한공연을 연다. 최근 티켓 예매 오픈에서 단숨에 표가 다 팔려나갔다.
일본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시장이 강세일 거라는 인식이 국내엔 아직도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늦긴 했지만 일본 역시 2010년대 중반부터 음악 시장이 스트리밍 체제로 넘어갔다.
'당신이 알아야 할 일본 가수들' 저자인 일본 음악 전문가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틱톡에 자신의 창작물을 올리고 메이저 레이블(유니버설뮤직)과 계약하는 이마세 같은 특이한 루트가 일본 내에서 많아지고 있다"면서 "예전엔 사운드 클라우드에 곡을 올린 뒤 반응을 얻었다면, 지금은 젊은 세대에 최적화된 틱톡이 그러한 역할을 일본에서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음악도 숏폼 위주로 청취되고 있다. 황 평론가는 "원래 일본음악에 대한 마니아들이 국내에 있었다. 그런데 수요가 정해져 있었다. 최근엔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일본 대중음악을 알아가고 있는 흐름이 보인다. 국경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로 여기는 거 같다"고 해석했다.
최근 국내에서 일본 밴드의 부상도 주목해야 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OST 엔딩곡 '제제로감'(第ゼロ感·제ZERO감)'의 주인공인 일본 록밴드 '텐피트(10-FEET)'는 지난달 초 내한 이벤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40대 남성으로 구성된 록 밴드임에도 10~20대 여성 음악팬들이 대거 몰렸다. 텐피트 보컬 타쿠마(다쿠마)는 내한 당시 인터뷰에서 "많은 여성 분들의 함성을 들으면서 마치 저희가 아이돌이 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너의 이름은.'(2017), '날씨의 아이'(2019) OST 등을 함께 작업하며 국내 마니아층을 구축했던 일본 밴드 '래드윔프스'는 신카이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 OST에도 역시 참여했는데 일본 가수 토아카가 피처링한 타이틀곡 '스즈메'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5년 만인 오는 7월21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 홀에서 국내 팬들과 다시 만나는데 이 공연 티켓 역시 단번에 매진됐다.
J팝의 인기는 점차 북미 시장도 침투하고 있다. 일본 대세 2인 혼성 밴드 '요아소비'(夜遊び)의 '아이돌'은 13일 자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9위를 차지했다. 해당 차트에서 3주 연속 진입했는데 순위를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일본 도쿄 MX에서 방송을 시작한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OST다. 2019년 싱글 '밤을 달리다'로 데뷔한 요아소비는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구축한 팀이다.
일본 대중음악이 재패니메이션과 맞물려 시너지를 계속 발휘하고 있는 점은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황선업 평론가는 "'아이돌'의 경우 "최애의 아이'로 화제성이 크게 끌어올려졌다"면서 "노래가 애니메이션에 타이업(tie-up)되면 파괴력이 크다"고 했다.
이밖에 음악 좀 듣는다는 마니아들 사이에선 J팝 밴드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녹황색사회)도 뜨고 있다.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재즈, 힙합, 솔 등 다양한 요소를 아우르며 세련된 음악을 들려준다. 몇년 전부터 국내에서 팬덤을 구축한 포크 기반의 아오바 이치코도 눈여겨 봐야 한다. 지난해 말 '2022 아시안 팝 스테이지'의 하나로 내한공연했는데 국내 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몇년 전부터 일본 음악 마니아 층이 생겨나기는 시작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동화적 멜로디에 국내 팬들도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공고한 소비층을 형성한 시티팝의 주인공들인 70~80년대 일본 뮤지션들이 소환되는 흐름이 생겼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일본 뮤지션들이 국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주목 받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아이돌 중심이 아닌 싱어송라이터들이 주축이 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19년 시작해 얼마 전까지 '노(No) 재팬'(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불었던 걸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코로나19 영향도 컸지만 특히 일본 패션·맥주 브랜드 등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얼마 전 일명 '정대만 사케'로 통한 일본산 사케(청주) '미이노고토부키(三井の寿) 준마이 긴조'가 품절대란을 일으킨 것과 최근 편의점 시장에서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왕뚜껑 캔맥주)가 돌풍인 것에서 보듯 '노 재팬' 운동의 기세가 꺾이면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마음도 더 열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여기에 일본 대중문화의 강점인 애니메이션과 다양한 대중음악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면서 다시 국내에 'J-웨이브'(일본 대중문화 열풍)가 부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온다.
과거 대중음악 관련 J-웨이브가 생겼던 때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엑스재팬' '안전지대' '글레이' '라르크 앙 시엘' 같은 일본 록밴드들이 인기를 누렸다. '스마프(SMAP)', '아라시' 같은 자니스 사무소 소속 아이돌 그룹들도 인기였다. 아무로 나미에, 하마사키 아유미, 우타다 히카루 같은 일본 여성 솔로 가수에 대한 팬층도 두터웠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K팝이 일본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면서 국내에서도 J팝 인기는 시들해졌다.
그러다 이제 다양한 장르의 일본 음악이 틱톡 같은 숏폼, 재패니메이션이라는 강력한 대중문화 플랫폼을 타고 다시 세력을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럼 일본 내 K팝 인기와 국내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는 J팝의 인기가 서로 맞물리면서 생길 수 있는 시너지가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각각 고유의 색깔과 영역을 가져가고 있는 만큼 연결성을 갖기 보다 독자적으로 자생력을 갖고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황선업 평론가는 "일본 내에서 K팝이 대세가 되면서 다른 걸 듣고 싶어하는 니즈가 생겨났고 더 다양한 통로가 만들어졌다"면서 "최근 국내 J팝 듣는 현상도 음악을 듣는 통로가 다양해졌다는 방증이다. 항상 유행과 별개로 대중이 수용하는 건 각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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