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밝힌 '스즈메의 문단속' A to Z
'스즈메의 문단속' 300만 돌파 기념 재내한
"상처가 있던 소녀가 회복해 가는 과정이 한국 관객들을 움직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전 내한했을 당시 '300만 관객이 돌파하면 재내한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 스위트 앰베서더에서 국내 취재진들과 만났다.
먼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300만 명에 이어 순식간에 400만 명을 돌파하고, 50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 신기한 마음 반, 감격한 마음 반이다. 많은 기자님들이 와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지난달 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누적 관객 수 532만 명(9일 기준)을 돌파하며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최초로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기존 역대 국내 개봉 전체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4위였던 '쿵푸 팬더 2'(506만 4796명)를 뛰어넘는 숫자로, '겨울왕국 2'(1375만 668명), '겨울왕국'(1030만 5051명)에 이어 흥행 3위의 기록이다.
이어 그는 "재해를 입고 상처를 갖고 있던 소녀가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 한국 젊은 층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준 게 아닐까요. 또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에 비해서 제 작품은 불안정해요. 영화의 퀄리티도 아직 많이 부족하죠. 그렇게 불안정한 영화를 보고도 한국 관객들은 메시지를 얻어가시죠. 정말 다정하다고 느꼈어요"라고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기자님들이 아신다면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소재로 다루며 치유와 재생의 메시지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재난을 다루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고,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회에서 일어났던 큰 재해를 다음 세대에게 알리고자 했다는 그는 "동일본대지진이 옛날이야기 혹은 신화 같은 것으로 여겨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은 영화나 애니가 존재하기 전부터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로 다음 세대에 전달했고, 애니 또한 그런 미디어이기 때문에 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옛날이야기 같은 감각으로 만들어 내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본대지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 재난이고, 여전히 그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은 쓰나미와 지진 등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것이었고, 떠난 사람과의 재회도 그리지 않는 것이었다. 애니메이션적 허용으로 인해 또 다른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12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그 상처가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고 아직도 자신의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피난 상태인 사람들이 수천 명이 있어요. 그래서 쓰나미나 지진을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겠다는 건 처음부터 정해 놓았죠."
"또 돌아가신 분들과 재회하는 이야기도 만들지 않겠다고 했어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잖아요. 여러 가지 작은 장치들을 고민해서 만들었어요. 일본 영화관에는 주의사항이 적혀 있어요. 영화가 지진에 관해 그려내고 있다고 알리고, 혹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이 우연히 본다면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미리 주의를 드리는 작업을 했죠."
에히메에는 홍수, 고베와 도쿄에는 1995년과 1923년에 각각 큰 지진이 있었다고 설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다만 스즈메의 동네는 실재하는 곳이 아니다. 가상의 동네와 실제로 존재하는 동네를 섞어서 그렸다. 영화가 개봉한 뒤 일본에서는 성지순례를 많이 하는데 실제 장소를 쓰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민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너의 이름은.'을 만들었을 때 그런 일들이 많았다. 이런 걸 피하고자 스즈메가 살고 있는 마을을 가공의 동네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여고생이 세상을 구하는 기본 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10대나 젊은 세대들이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데 학교나 집이 아는 다른 세계를 원하고 추구하는 시기에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제3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는 진심을 드러냈다.
"애니 대상이 10대나 젊은 세대가 아닐까 싶었고, 그럴 때 젊은 주인공을 그려내고 있다. 다음 작품 주인공의 연령은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저는 한국에 올 때 대한항공을 타고 왔는데 비행기 출발 전에 K-POP 가수가 안내 비디오에 나오더라고요. 이를 보면서 나 같은 아저씨는 비행기를 타면 안 되나? 싶기도 하지만 즐겁고 용기를 얻어요. 한국 문화 자체도 젊은 세대를 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들고 어떤 면에서는 한국도, 일본도 안고 있는 큰 과제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렇게 많은 취재진들이 오신 걸 보니 한국에 다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관객들을 만나지 못했는데 저녁에 극장에 가서 팬들, 관객들에게 '스즈메의 문단속'을 왜 좋아하는지 물어볼 생각에 설레고 기대돼요"라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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