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 주경기장 단독 공연…조용필, 불꽃보다 뜨거웠다
13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가 열렸다.
조용필은 2003년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으로 주경기장에 입성했다. 이후 일곱 차례 공연을 개최해 이번이 여덜 번째다. 2018년 데뷔 50주년 콘서트에 이어 5년 만에 다시 주경기장 무대에 오르는 조용필은 모든 관객에게 응원봉을 무료로 제공했다.
현장은 공연 수시간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부부 동반, 친구들과, 부모자식이 함께 하는 세대를 초월해 ‘조용필 감성’으로 대동단결한 공감의 현장이자, 조용필이라는 이름 하나로 맺어진 ‘팬’ 친구들의 아주 특별한 정모의 현장이기도 한 이곳은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열혈 팬클럽 회원들은 나름대로의 드레스코드를 맞추는가 하면, 조용필의 젊은시절 얼굴이 강렬하게 프린트 된 티셔츠를 맞춰 입고 위풍당당한 팬심을 드러냈다.
가수의 나이듦에 발맞춰 팬들의 머리도 조금씩 더 희끗해지고 주름도 늘어났지만 “오빠” 피켓을 든 장년층 팬들의 표정은 마냥 소녀의 마음 그대로. ‘오빠는 나의 빛’이라 쓰여진 머리띠를 쓰거나 조용필 스티커를 얼굴에 붙는 등 여느 아이돌 팬들과 다를 바 없는 팬 문화를 보여줬다. 공연 시작 시간이 다가올수록 기대에 부푼 얼굴의 ‘모두’는 제각각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각자의 시절로 돌아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대여’, ‘못찾겠다 꾀꼬리’까지 연거푸 소화한 조용필은 “평생을 여러분과 함께 해왔다. 제 나이 몇인 줄 아시죠? 55살이다”라고 너스레 떨며 데뷔 55주년을 에둘러 언급했다. 여전한 강골과 단단한 음성을 자랑한 “아직 괜찮다”고 체력을 자신했다.
주경기장 공연마다 공교롭게도 우천 콘서트가 돼 팬들 사이 ‘비를 부르는 남자’로 통했던 조용필은 “항상 이 무대에 설 때 비가 왔었는데, 오늘은 괜찮다. 있다가 조금 올 지도 모른다는데 그래도 괜찮죠?”라며 “오늘 저와 함께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고 즐깁시다. 오케이?”라고 환호를 이끌었다.
공연은 그 자체로 명곡 향연이었다. ‘어제 오늘 그리고’, ‘자존심’, ‘바람의 노래’로 그 시절 감성을 소환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 발표한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원’(Road to 20-Prelude 1) 수록곡 ‘세렝게티처럼’, ‘찰나’ 무대에선 여전히 젊은 감각과 사운드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어 ‘비련’에선 첫 소절 “기도하는”부터 엄청난 함성을, ‘창밖의 여자’와 ‘친구여’에선 팬들과 함께 한 떼창 장관을 연출했다. 그는 또 쉬지 않고 공연 ‘레어템’이던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잊혀진 사랑’, ‘서울 서울 서울’을 열창, 3만 5천 관객들을 쥐락펴락 했다. ‘서울 서울 서울’에선 88서울올림픽 개막식 공연 모습도 영상으로 펼쳐져 볼 거리를 더했다.
지난 4월 26일 발매된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투’(Road to 20-Prelude 1) 수록곡 ‘필링 오브 유’도 최초 공개했다. ‘필링 오브 유’는 귀를 사로잡는 가사와 멜로디가 특징인 신스팝 장르의 곡으로 결코 과거형 아닌 ‘현재형’ 조용필의 음악세계를 여실히 담아냈다.
공연 후반부 들어선 ‘고추잠자리’, ‘단발머리’, ‘꿈’, ‘태양의 눈’, ‘나는 너 좋아’, ‘판도라의 상자’, ‘모나리자’, ‘여행을 떠나요’까지 쉽 없이 내달렸다. 조용필은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흔들림 없이 힘 있는 음성으로 무대를 장악하며 노익장(老益壯)을 초월한 성성하고 펄펄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조용필은 앙코르곡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바운스’로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의 심장을 완벽하게 뛰게 했다.
그리고 공연의 주인공인 조용필은 ‘가왕’의 위엄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의 음성엔 여전히 힘이 가득했고 세월을 비껴간 듯 오히려 더 단단했다. 반백년이 지나도 가슴을 뛰게 하는 조용핗의 음악세계는, “아직 괜찮다”고 여유를 보여준 만큼 그렇게 우직하고, 무심하고, 요란하지 않게 계속될 전망이다. 세대를 초월한 ’현역‘인 그가 연내 발표 예정인 정규 20집이 더욱 기대된다.
조용필은 오는 27일 대구 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2023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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