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인 한국, 노키즈존은 500곳” 외신도 주목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각) “식당에 아이들을 데려갈 수 없다면 이는 차별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노키즈존’ 문제를 다뤘다.
WP는 “한국에는 약 500개의 노키즈존이 있다”고 했다. 이어 2021년 아들을 출산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출산 직후 산후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아내를 위해 용 의원의 남편은 짧은 산책을 권유했다고 한다. 용 의원 가족들은 아기와 함께 집 근처 카페로 향했다. 그러나 해당 카페는 ‘노키즈존’이라며 용 의원 가족들의 출입을 거부했다고 한다. 용 의원은 이때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는 “사회가 나 같은 사람을 원하지않는 것 같았다”며 “상처가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WP는 “어린이 출입 제한은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비슷한 논쟁이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며 “여러 항공사에서도 영유아 좌석과 떨어진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고, 일부 박물관과 도서관은 최소 연령 제한을 두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매체는 “이런 제한은 분노와 찬사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이어 “어린이 출입 제한에 동의하는 이들은 ‘사업주가 자신의 업장을 통제, 관리할 권리가 있다’고 한다”며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아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공공장소에서 존재할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논쟁은 다음 세대를 돌보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묻는, 더 큰 범위의 질문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다만 WP는 저출생이 사회적 고민거리인 지금 노키즈존 문제를 더욱 신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이 필수적이었던 전통적 가족상과는 달리, 현대에는 출산 자체가 개인 선택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한 전문가는 “이런 현실에서 노키즈존이 확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더 많은 가족들이 출산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WP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을 기록하는 한국에서 이는 특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포틀랜드 주립대학의 사회학자 우혜영씨는 “노키즈존은 여성들이 집에서 아이들을 양육해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며 “아이들의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하면서 양육이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아이를 갖지 못하도록 단념시킨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럿거스 대학의 아동학 교수 존 월은 “업주는 시끄럽고 방해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어른이 술에 취해 다른 사람에게 소리치는 것이 아기가 우는 것 보다 훨씬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을 제한할 때에는 ‘아동이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2등 시민’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라며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어울릴 필요가 없는 성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드니 대학의 어린이‧가족 연구 센터 책임자인 에이미 콘리 라이트는 “노키즈존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 오는 이들을 돌본다는 기본적인 세대간 협약을 깨뜨린다”며 “매우 근시안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신도 아기였다는 점을 잊는다. 당신들은 (아기였을 때) 한 번도 소리치며 울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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