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지원 의혹’ 수사받는 독일 前총리…남아공도 무기·탄약 제공?
中기업은 러군·군수산업 지원 의혹
北은 바그너에 로켓·미사일 등 수출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데 있어 가장 표면적·대표적인 조력자는 군사기지를 제공한 ‘최우방’인 벨라루스이지만 전황이 길어지면서 ‘숨은 조력자’로 의심되는 국가, 인사들이 속속 지목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NV)는 폴란드 매체 ‘RMF24’를 인용해 폴란드 검찰이 게르하르트 슈뢰더(사진) 전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때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던 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슈뢰더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친러시아 성향의 행보를 보여 비판을 받아왔지만, 특정 국가의 사법 당국이 러시아에 대한 그의 전쟁 조력 여부 대해 수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이번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에 이달까지 총 325대의 탱크와 14대의 미그-29 전투기를 보낼 정도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는 국가다.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검찰은 슈뢰더 전 총리가 자신이 지닌 러시아 에너지 분야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우크라이나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특히 EU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러시아가 압박을 하는 과정에 슈뢰더 전 총리가 도움을 줬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트의 이사장이었던 슈뢰더 전 총리는 이번 전쟁이 시작된 후 약 3개월이 지난 2022년 5월에야 사임했다. 그나마 유럽의회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는 그에 대해 개인 제재 임박 등으로 압박한 후에야 사임한 것인 만큼 자진 사퇴도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AFP통신은 지난 10일 러시아의 전승절이었던 이달 9일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마련한 리셉션에 슈뢰더 전 총리가 참석한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독일 정치권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 “사리 분별 없는 행동” 등의 비난이 나왔다.
한편 지난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매체들은 루번 브리지티 주남아공 미국 대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립 입장이라는 남아공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군대에 무기를 공급한 것으로 확신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작년 12월 6∼8일 케이프타운 사이먼타운의 해군기지에 정박한 러시아 화물선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 선박은 러시아로 돌아가기 전에 분명히 무기와 탄약을 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브리지티 대사는 ‘남아공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했다는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한 질문에 “목숨을 걸 수 있다”고 답했다고 현지매체 뉴스24는 전했다.
이에 앞서 원로 정치인 시드니 무파마디 대통령실 국가안보특별보좌관 이끄는 남아공 대표단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관세 면제 혜택을 주는 미국의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혜택을 계속 받기 위한 교섭을 위해 최근 미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는 “남아공이 최근 러시아, 중국과 함께 한 해군 연합훈련의 시기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브리지티 대사는 덧붙였다. 남아공은 지난 2월 22∼27일 동부 콰줄루나탈주의 리처드만 인근 인도양 해역에서 러시아, 중국과 해군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미국과 EU 등 서방 진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째(2월 24일)를 맞는 날과 시기가 겹쳐 이 훈련을 비난했으나 남아공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우호국 간의 군사 훈련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브리지티 대사의 이번 주장에 대해 남아공 대통령실은 우려를 표명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언론 성명에서 “러시아에 대한 남아공의 무기 공급을 주장하는 브리지티 대사의 발언은 최근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무파마디 특보가 이끄는 남아공 대표단 간 협력과 파트너십 정신을 훼손한다”며 “‘레이디R’로 알려진 러시아 선박이 남아공에 정박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항해 목적에 대해 여러 주장이 제기됐으나 현재까지 이런(러시아 무기 공급)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뒷받침한 것으로 국제사회의 지목을 받은 국가들은 이란, 중국, 북한 등이 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도심을 유린한 무인 살상 드론을 공급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로이터통신은 이달 초 EU 집행위원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수행을 돕는 3HC 반도체 등 최소 7곳의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HC 반도체는 대러 수출 통제를 회피하면서 러시아군과 군수산업 지원을 위해 미국산 부품 조달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EU는 보고 있다.
북한의 경우 이번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의 민간용병회사 바그너 그룹에 로켓·미사일 등을 판매한 것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가 이같은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또 북한은 바그너 그룹에 포탄도 판매하려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모두 서방의 이 같은 지적을 부인하고 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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