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새 909곳 ‘셧다운’… “시대적 흐름” vs “고령층 소외” [심층기획-은행권 점포 감축 논란]
신규 직원 채용도 팬데믹 전보다 감소
디지털 취약계층선 여전히 점포 선호
당국 ‘폐쇄前 영향평가’ 절차 강화 착수
금융노조 “절차 어겨도 실질 제재 부족”
전문가 “점포 수 유지 인센티브 병행을”
해외 사례 보니
금융기관 없는 지역 ‘은행 사막’ 지칭도
日은 지방은행 3곳서 영업점 공동 운영
◆코로나로 비대면 금융 가속화
1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2019년 말 6709개였던 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말 5800개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304곳이 줄어들었고, 2021년 311곳, 지난해 294곳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2018년 23곳, 2019년 57곳의 점포가 폐쇄된 것과 비교하면 최근 3년간 점포 폐쇄가 가속화한 것이다.
◆고령층은 여전히 지점 선호
문제는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선 여전히 은행 점포 이용 수요가 크다는 점이다.
한은의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 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70대 이상은 금융서비스 이용 시 가장 선호하는 접근방식으로 지점·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꼽은 비중이 95.3%(2021년 기준)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최근 1개월 내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경험 비율도 70대 이상은 15.4%에 불과했다.
당국의 대책에 대해 금융노조는 은행권이 해당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때 가해지는 실질적 제재가 부족한 만큼 점포 폐쇄 속도를 늦추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최원철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점포 폐쇄 절차의 경우 최소한 금감원의 감독규정에 명문화돼야 은행들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형식적인 절차만으로는 사실상 점포 폐쇄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美 주요 상업銀 점포 수 22년 만에 ‘반토막’
은행 점포 폐쇄로 인한 금융 사각지대 확대 우려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주요 상업은행 점포가 22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고, 영국에서도 6년 만에 점포가 30% 이상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각종 규약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은행권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디지털 금융 확산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12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주요국의 은행점포 폐쇄절차와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 내 상업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저축은행, 저축대부조합의 점포 수는 2008년 10만2630개에서 2021년 8만8926개로 줄었다. 영국의 은행 점포는 2015년 1만745개에서 2021년 6965개까지 감소했다. 캐나다도 2016년 6190개였던 은행 점포가 2020년에는 5783개로 축소됐다.
넓은 국토를 보유한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금융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다. 미국 금융기관 감시 단체인 전국지역재투자연합(NCRC)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문을 닫은 은행 점포 3분의 1이 인구밀도가 낮고 저소득층이 다수인 지점이었다. FSU는 2017년부터 2022년 폐쇄된 은행 지점 대다수가 비수도권에 위치해 지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는 16㎞ 이내에 은행이나 상호금융이 없는 지역을 ‘은행 사막’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런 곳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때 높은 수수료를 감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적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금융당국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포 폐쇄에 대한 규약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감독기관 지침 등으로 폐쇄 전 사전안내와 검토회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감독기관 지침으로 점포폐쇄 전 상세한 사전분석을 실시하고 이를 감독당국과 고객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권은 공동점포 운영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2018년부터 일반고객 대상으로 ‘뱅크 허브’를 운영 중이다. 허브 소속 은행은 일주일 중 하루씩 대면서비스를 제공하고, 입금 및 지급 등 간편업무는 허브가 위치한 우체국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지방은행 3곳이 협약을 통해 영업점을 공동 운영 중이다. 독일에서도 2개 은행 직원이 공동점포에 교대근무를 하는 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벨기에는 은행권 공동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운영 중이다
이구형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금융거래환경의 변화로 점포 폐쇄 자체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기관에서는 과도한 개입은 삼가면서도, 고객 및 지역사회의 불편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진·이병훈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