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집권 2년차 경제성과, 특히 일자리로 말해야

양재찬 편집인 2023. 5. 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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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알바 빼면 줄어든 취업자 수
고용의 질 악화했다는 방증
1~3월 경상수지 11년 만의 적자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 1.1%
잃어버린 30년 늪으로 빠질 수 있어
민생 살리기 핵심은 괜찮은 일자리
민생을 보호하는 데 일자리만 한 게 없다. 기업들 스스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됐다. 조사기관마다 구체적 수치는 조금씩 차이나지만, 공통적인 사항은 한국·미국·일본의 안보협력 강화 등 외교안보 분야는 괜찮은 점수를 받는 반면 살림살이가 나빠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 악화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외생 변수로 인한 고물가·고금리 상황도 있지만, 장기화하는 수출 부진에 따른 한국 제조업의 위기 및 고용 둔화를 빼놓을 수 없다. 4월 고용통계에서 전체 취업자 수가 늘었다지만, 공공 알바가 대부분인 60대 이상을 제외하면 되레 줄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괜찮은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는 9만7000명 줄어 28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한창 일할 15~29세 청년층 취업자가 13만7000명 줄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40대 취업자도 2만2000명 줄며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의 고용은 줄고, 미래 세대인 청년층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취업자가 증가한 분야는 코로나19 종식으로 대면 영업이 늘어난 숙박·음식점업, 보건복지업으로 대부분 저임금이거나 정부 재정으로 유지되는 노인 일자리들이다.

전체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고용의 질은 악화하고 있다. 특히 전자 부품, 전기 장비, 기계 장비 등에서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흔들린다는 경고등이다.

제조업과 수출 부진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3월 경상수지가 2억7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지만, 기업들이 해외에서 받은 배당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이지 상품수지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째 적자 행진이다.

경상수지는 이미 1월과 2월 두달 연속 적자를 낸 터다. 1~3월을 합친 경상수지(-45억 달러)는 11년 만의 적자 상태다. 한은이 예상한 상반기 적자 규모(44억 달러)보다 많다. 이처럼 벌어들이는 달러가 적다 보니 우리 돈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중 홀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고금리 속 자영업자와 가계부채의 연체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4월 물가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둔화했지만, 전기료 등 눌러놓은 공공요금 현실화가 대기하고 있어 불안하다. 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국민의 체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미국발 은행 위기와 중국발 경제 보복도 잠복해 있는 상태다.

외국계 투자은행 8곳이 내놓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1.1%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5%로 낮췄다.

KDI는 상반기 반도체 경기 부진이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면 올해 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이 지금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일본식 장기 저성장 늪에 빠져들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했다. 외교에 있어서도 경제적 실리를 따지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할 것이다.

전기차 기술뿐만 아니라 생산시설도 국가전략기술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차세대 먹거리에 과감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했다. 외교에 있어서도 경제적 실리를 따지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사진=뉴시스]

국민 고통을 덜고 민생을 보호하는 데는 일자리만 한 게 없다. 그 일자리는 주로 기업에서 나온다. 기업들 스스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히 혁신하고, 세제 지원을 통해 기업의 운신 폭을 넓혀줘야 한다. 인공지능(AI), 비대면 의료, 자율주행, 로봇,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미래 산업 분야에서 젊은이들의 창업 의욕을 북돋아야 한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2년차에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쟁책 과제로 경제 회생을 꼽았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국방·안보도 긴요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집권 2년차부터는 전 정권 탓이나 비난 대신 오롯이 현 정부의 경제 성적표로 말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든, 내년 4월 총선거를 의식한 여야 정당들의 지지율이든 결국 관건은 국민 살림살이, 민생이 어쩌느냐다. 그 핵심에 괜찮은 일자리 창출이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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