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고위급 대화 잇따라…‘충돌방지용 대화채널’ 복원하나
USTR 대표·中상무무장 회동과 옐런 방중 가능성도
정찰풍선발 불통 완화시도…대만·우크라전 탓 여전히 지뢰밭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미국과 중국이 정찰풍선 파동 속에 끊어진 대화채널을 복원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미중경쟁이 소통 부재 속에 우발적으로 위험 수위에 이르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시도되는 관계경색 완화로 관측된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1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8시간 동안 대화했다. 그에 앞서 중국 베이징에서는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 지난 8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11일에는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각각 회동했다.
이달 말에는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이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양측이 오는 25∼26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서 만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과 중국이 연쇄적으로 고위급 회동을 갖는 것에 대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이 최근 몇 달 동안 급속도로 악화한 관계를 다시 안정화하려는 열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1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지난 2월 미국이 본토 상공에 등장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한 이후 양국 관계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미국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지난달 미국 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났을 때는 중국이 크게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재개된 미중 외교·안보, 통상 라인 대화는 양국 관계의 교착 상태를 끊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딩딩 중국 지난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WSJ에 “양국은 모두 관계 안정을 원한다. 어느 쪽도 관계가 계속 나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위원은 빈 회담에서 소통 창구를 계속 열어두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양국이 계속 대화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WSJ은 해석했다.
양국은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 가능성도 논의했다.
WSJ은 중국이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해 자연스럽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별도의 정상 회담을 갖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시 주석과 대화를 마련하는 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언제 회담이 이뤄질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다.
당시 두 정상은 쟁점 현안에 각자 입장을 개진하며 이견을 재확인했으나 충돌 방지를 위한 협력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책임감 있게 경쟁을 관리하고 열린 소통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천 교수는 대화채널이 복원되더라도 양국이 관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WSJ은 대만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의 불신이 여전히 깊기 때문에 관계 안정화 방안을 찾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대만 문제는 미중관계에서 가장 큰 난제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들어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고 미국도 공식적으로는 그 원칙을 수용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중국군의 대만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 때문에 양국은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에 군사적·정치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이 대만 독립을 부추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왕 위원은 빈 회동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이자,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말했다.
미중관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도 얽혀 있다.
중국은 전쟁 중재자를 자처하지만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밀착 관계 때문에 서방에서 냉소를 사고 있다.
친강 부장은 번스 대사와 만난 뒤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친강 부장이 유럽에서 독일 등 주요 교역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유럽과 미국의 결속을 깨트리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애 (pja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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