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사 아나운서 vs ㄴ사 아나운서 전처, '깡통전세 사기' 진실 공방
피해자 165명, 피해액 약 327억 원
‘깡통전세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전 ㄱ방송사의 전 아나운서 A(54·남)씨와 ㄴ방송사 전직 아나운서의 전처 B(41)씨가 재판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과거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일 당시에는 매우 친밀한 관계로 알려졌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서로에게 날카롭게 칼을 겨누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대전지검 형사2부는 지난 2월 A씨와 B씨, 공인중개사 등 4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A씨의 아내 C(54)씨 등 공범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어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가 오늘(13일) 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8일 열린 3차 공판에서 B씨 측은 “검찰 공소장의 사실관계는 대부분 인정하나 피해자들에게 ‘스타벅스 입점 건물을 사게 해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일부 혐의를 부인한 뒤 “깡통전세 매물에 하자가 있는 건 A씨만 알고 있었다”며 A씨의 범행이라고 말했습니다.
B씨는 신문에서 “A씨는 범죄를 통해 번 돈으로 명품을 사는 등 사치를 부리고, 혐의는 전부 나한테 떠넘긴다”며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A씨가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며 건물을 급하게 넘기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평소 지인들에게 "많은 건물을 갖고 있다는 등 재산을 자랑하고 다녔다”는 진술도 덧붙였습니다.
A씨 등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세보증금과 매매가가 비슷한 ‘깡통전세 오피스텔'을 대량 매입해 전세자가 살고 있는 상황을 숨기고 월세 물건으로 속여 총 165명에게 327억 원가량을 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 ‘H’ 법인을 만든 A씨 등은 대표와 이사 등을 맡고 수도권 지역 공인중개사를 동원해 전세·매입가가 같거나 차이가 작게 나는 오피스텔을 대량으로 사들였습니다. 그러고는 이를 3~4곳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고 손님이 찾아오면 “현재 임차인이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데, 지금 사면 절반 정도 싼 값에 매입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속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들은 “A 아나운서 등이 설립한 법인에서 파는 물건이니 안심하라”고 설득했으며 피해자들은 수도권 지역인 데다 값이 저렴하고 공인들이 판다는 말과 실제로 A씨를 봤다는 목격담 등을 바탕으로 별다른 의심 없이 매물을 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일부 매입자들이 친한 지인에게 이 정보를 알려주면서 피해 규모가 점점 더 커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씨 등은 매입자들에게 오피스텔을 팔아 번 돈으로 세입자가 매달 월세를 내는 것처럼 80여만 원을 보내주는 한편, 수도권 지역 오피스텔을 계속해서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총 600채에 달하는 오피스텔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자들 가운데는 10여 채를 사들여 19억 원 상당의 피해를 본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짜 임차인을 내세워 매입자들에게 “내가 월세 사는 사람”이라고 속이고 계약서를 위조해 가며 사기 행각을 벌인 이들 일당은 새 주인인 매입자와 기존 전세자가 연락하거나 전세 관련 서류가 오가는 과정에서 범행이 들통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증금까지 떠안아 오피스텔을 1.5배 이상 비싸게 산 셈인 피해자들은 매입 전부터 이미 전세자가 살고 있어 보증금을 자신이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A·B씨, 부동산업자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ㄱ사의 아나운서였던 A씨와 ㄴ사 아나운서였던 B씨의 전남편은 외제 차를 몰고 다니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오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각각 방송사를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B씨는 이날 공판에서 “A씨가 공인중개사랑 부동산 법인을 세운 뒤 자본 없이 깡통전세 오피스텔 23채를 사들였다”면서 “A씨가 직접 매입자들을 만나고 계약서도 썼기 때문에 전세 매물임을 모를 수가 없다. 월세 물건으로 속이려고 전세 계약서를 떼는 일도 A씨가 직접 했다”고 말하며 이를 몰랐다는 A씨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B씨는 또 “매입자들이 방송사 직원인 A씨를 믿고 그와 직접 거래하는 걸 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범행 당시 A씨는 채무 변제를 독촉받고 있어 생활비는 물론 사치품과 명품 등도 모두 범죄수익금으로 사들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A씨는 “B씨 혼자서 한 범행이고, 나는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혐의를 적극 부인했습니다. 또 “오피스텔 매매 입금 통장을 수년간 B씨에게 맡겼다. 이 사실은 카카오톡에도 있다”면서 “B씨가 ‘거래에 유리하다’면서 제안해 부동산 법인을 설립했고, 나는 그것이 부동산 사기를 치기 위한 것인지 몰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재판 초반부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강력히 대립하고 있는 두 공범의 ‘진실 공방’은 재판이 진행될수록 더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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