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서 아들 잃었습니다”...눈물의 국민청원 하루만에 1만명 동의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게시된 청원글. [사진 출처 = 국민동의청원 사이트 갈무리]

어린이보호구역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게시됐다.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지는 아이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이를 어기는 운전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1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따르면 전날 자신을 최근 수원 스쿨존 사고로 숨진 초등학생의 아버지라고 밝힌 A씨가 작성한 ‘스쿨존 내 음주운전, 신호위반 사고 엄중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업로드됐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4시 25분 기준 1만1126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동의청원은 공개일로부터 30일 안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이후 심사에서 채택될 경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A씨는 “이번 사고로 인한 허탈함과 슬픔은 어떤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며 “작년부터 우회전 단속이 이슈가 됐고, 얼마 전 계도기간이 끝나 실제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교통법규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죽은 그 자리에는 여전히 차들이 신호 위반, 과속, 전방 주시 태만 등을 대수롭지 않게 하며 달리고 있다”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희생돼야 하고 가족들이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A씨는 5가지 대책을 제안했다. ▲교차로 회전 구간과 횡단보도 간 거리 확장 ▲스쿨존 내 펜스 및 안전장치 강화 ▲운전면허 관리법 강화 ▲스쿨존 내 CCTV 관제 시스템을 통한 신호 위반 및 과속 단속 ▲운수 차량에 대한 안전운전 계도 및 단속 차량에 대한 확실한 조치 등이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12시 30분께 경기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스쿨존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우회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버스가 교차로를 지날 당시 우회전 신호는 적색이었는데, 운전기사가 일시 정지를 하지 않고 시속 10~20km의 속도로 달리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기사는 현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민식이법도 소용없다...인식 바뀌는 게 우선

시민들이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시거리에서 스쿨존 사고로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기 위해 꽃과 간식, 장난감 등을 두고 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어린이 교통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운전자 절반이 ‘민식이법’ 하나만으로는 스쿨존에서 어린이 안전을 보호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악사손해보험이 19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1400명을 대상으로 운전자 교통안전 의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47%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민식이법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답변했다.

민식이법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시행됐다. 어린이보호구역에 무인단속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 속도를 시속 30㎞로 규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린이 교통사고가 이어지면서 민식이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2019년 567건에서 2020년 483건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엔 523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민식이법의 규제를 받지 않았던 2017년 479건과 비교해서도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조심히 운전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93%가 민식이법의 스쿨존 운행 제한 속도를 알고 있었다. 또 응답자의 88%는 스쿨존에서 절대 과속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쿨존 안전을 위한 개선점으로 불법 주·정차 구분 명확화(54.8%), 어린이 보호 구역 안내 강화(46%), 운전자의 보행자 안전 의식 개선(44.6%), 운행 속도 관리(35.4%) 등을 꼽았다. 이 문항은 복수 응답이 가능했다.

악사손해보험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스쿨존에서 어린이 보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운전자들이 관련 법 정비 및 보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