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큰 화재 막은 30대男...쉬는 날 놀러 온 소방관이었다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광장에 설치된 13m 나무조형물(매직트리)에서 불이 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슈퍼맨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쉬는 날이었던 소방관이 큰 화재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께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있던 13m 높이 대형 조형물 '매직트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때마침 당직 근무에 따른 대체 휴무로 아내, 아들과 함께 에버랜드로 온 인천 송도소방서 소속 조찬동 소방사(38)는 불이 난 것을 보고 현장에 나섰다. 그는 당시 진화를 시도하던 에버랜드 자체소방대에 자신이 소방관이라는 점을 알린 후 소방대가 끌어온 옥외소화전 수관을 잡고 조형물을 향해 물을 뿌렸다.

조 소방사와 소방대 활약으로 불길은 금세 잡혔다. 뒤이어 현장에 온 용인소방서 대원들이 화재 발생 25분 만에 완전한 진화에 성공했다.

진화 작업 중 조 소방사가 입던 흰색 티셔츠 곳곳에 검은 얼룩이 생겼다. 에버랜드 측은 화재 진압 후 조 소방사에게 갈아입을 티셔츠를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여분 옷이 있다"며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진압을 적극 도운 조찬동 소방사. 인천 송도소방서 제공

한편 에버랜드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을 태운 불을 잡기 위해 소방당국은 장비 14대, 인원 44명을 투입했다. 큰 불길은 오전 11시27분께 잡혔으며 이어 오전 11시35분에 불을 완전히 껐다. 불이 난 조형물은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곳에 있어 불이 나자 수십건의 119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현장체험을 온 학생 등 단체 방문객이 뒤섞여 화재 현장을 촬영하거나 대피하는 등 소란도 벌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자세한 화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진화 작업으로 검은 얼룩이 생긴 티셔츠.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