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세계 최저 한국, '노키즈존' 500곳"…외신도 주목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의 '노키즈존(어린이 출입금지 공간)' 확산에 주목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한국에서 어린이 출입 제한 공간이 늘어나는 건 육아의 어려움을 더 강조하고 출산을 더 꺼리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WP는 12일(현지시간) '식당에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면 차별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노키즈존 논란을 다뤘다.
WP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출산 후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들어가려다 노키즈존이라는 이유로 제지당한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엔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어린이 출입금지 구역 외에 아이 동반 입장이 금지되는 '노키즈존'이 약 500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포틀랜드주립대학의 우혜영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노키즈존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10년 전"이라며 "식당에 다 쓴 기저귀를 버리고 가거나 실내에서 아이들의 소란을 방치하는 부모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잇따라 제보되며 사회적 공분을 산 게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WP에 따르면 아이 동반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한국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영국·캐나다·독일 등에서도 비슷한 논쟁을 다루고 있다. 예컨대 일부 국제 항공사는 승객들이 어린이 승객과 떨어진 좌석을 고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박물관·도서관도 출입객의 최소 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뉴질랜드 소재 오클랜드공과대학교의 하이케 샨젤 관광학과 교수는 지적한다. 아이가 점점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으로 간주되는 현재 "노키즈존 정책은 아이를 갖기로 한 가족들을 더 설 자리가 없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WP는 특히 한국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 중인 만큼 노키즈존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우 교수는 노키즈존 확산은 '여성은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개념을 강화해 "육아에서 성별에 따른 역할 기대를 지속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공공장소에서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건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더 강조해' 출산 의지를 떨어뜨린다고 했다. '정상'으로 인식되지 않는 사람을 '덜 받아들이는' 사회에선 부모와 자녀는 물론 소수자와 장애인의 삶까지 어렵게 만든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의 얘기는 다르다. 되레 노키즈존을 통해 부모에게 육아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일랜드의 한 노키즈존 카페는 웹사이트에서 어른들에게 '마음 챙김의 시간'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 시애틀에서 노키즈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팀 프탁은 WP에 "나는 이 식당 말고 가족 친화적인 다른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면서 "모든 사람을 위한 공간과 가족들을 위한 공간, 어른을 위한 공간을 구분하는 게 우리 시스템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WP는 많은 전문가가 노키즈존 말고도 공공 환경을 관리하는 더 좋은 방법이 있음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럿거스대학의 존 월 아동학과 교수는 사업주는 어린이의 출입 자체를 금지하기보단 실내에서 시끄럽고 방해가 되는 행위를 제지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그는 "식당에서 술 취한 성인이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는 게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훨씬 더 짜증 나는 일"이라며 "아이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그들이 2등 시민이며 사회적 기업에 적합하지 않음을 알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시드니대학교의 에이미 콘리 라이트 아동 및 가족 연구센터 소장은 "사람들은 자신 역시 아이였다는 사실을 잊는다"면서 "노키즈존은 우리보다 먼저, 혹은 늦게 태어난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세대 간의 근본적인 약속을 깨는 것이자 매우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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