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코인’ 논란 속에 속도 내는 가상자산 입법, 무엇이 달라질까? [김도형의 돈의 뒷면]
돈, 오카네, 머니. 세상 그 누가 돈에서 자유로울까요. 동전도 지폐도. 돈은 뒤집어서 봐도 돈일 뿐입니다. 그래도 돈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있습니다. 은행, 보험사, 카드사. 그리고 이들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을 출입하는 기자가 돈의 행간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를 기준으로 하루 평균 3조 원의 가상자산이 거래됐는데요.
이렇게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주식시장과 달리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과 같은 불법적인 행위를 규율하는 법률이 없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실제 입법이 목전에 다가왔는데요.
‘이용자 보호’라고 하지만 당연히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것을 보호한다거나 이런 내용을 담을 수는 없겠습니다.
그리고 가상자산 거래소에서의 사고나 해킹 등으로 인해서 투자자가 손해를 입는 일을 막는 것.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결국,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주식시장과 동일한 수준의 규율 체계를 마련된다는 의미이겠습니다.
● 2017년 비트코인 열풍… 롤러코스터 시세에도 시장 확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그동안 암호화폐, 암호자산, 가상자산 등 다양한 용어가 쓰여 왔습니다.
2023년 현재에는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 대다수가 가상자산의 존재를 알 듯하지만 수년 전만 해도 가상자산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가상자산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열풍’과 ‘폭락’을 반복하면서 관심을 모아왔고 덩달아 시장도 커졌습니다.
2017년 1월, 개당 1000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은 연말에는 1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큰 관심을 모았는데요.
이후에는 다시 등락을 거듭하면서 2020년 3월 500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2017년에 눈에 띄는 가격 상승을 보여주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2020년 말부터 다시 급등세를 보이다가 2021년 11월에는 6만 7000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적인 가격 상승을 보여줬는데요.
‘잡코인’과 비교하기 힘든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마저도 이처럼 롤러코스터 같은 가격 등락을 보이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고 자연스레 젊은 세대의 투자처로 세계에서 각광을 받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가상자산 입법 속도
2021년 11월 정점을 찍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그 이후로 서서히 하락했지만 국내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에는 여전히 4만 달러 안팎이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가상자산과 관련해서 우호적인 방향성의 공약들을 내놓았는데요.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가 확보된 가상자산 발행방식부터 국내 ICO(가상화폐공개)를 허용한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 금융당국, ‘최소한의 질서 확립부터’… 단계적 입법 전략
특히, 금융위는 “투자자 신뢰를 토대로 가상자산 시장이 책임 있게 성장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한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구체적인 미션을 부여받았는데요.
여전히 ‘금융’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이는 가상자산에 대한 기본입법에 나서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금융위가 해왔던 기존 업무와는 결이 상당히 다른데, 국정과제이기 때문에 속력도 내야 하는 과제라는 점 때문에 김주현 위원장은 물론이고 김소영 부위원장 등 금융위 주요 멤버들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슈인데요.
금융위가 고심 끝에 마련한 방안은 ‘단계적 입법’이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감안해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최소한의 입법부터 시작하자는 방향성이었습니다.
● 테라-루나 사태 등 잇따른 사건·사고로 입법에 속력
사실, 국회를 거쳐야 하는 입법은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입법을 추진하는 정부부처에서야 나름의 이유를 내세우겠지만 국회에서는 해당 부처의 입장만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정치적인 이슈에는 각 당의 입장도 반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상자산 입법의 경우 국정과제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는 국민의힘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당연하겠습니다만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백혜련 정무위원장을 비롯해서 야당 의원들도 최소한의 입법이 우선 필요하다는 상당히 공감하면서 입법 작업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상황은 아무래도 가상자산과 관련한 사건, 사고가 잇따랐던 일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루나-테라 폭락 사태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체포, 가상자산 투자 관련 살인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입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는 것입니다.
● 법사위-본회의 거쳐야 입법 마무리… “가상자산 시장에 큰 변화 예상”
물론, 아직 법이 실제로 제정된 것은 아닙니다.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서 본회의를 통과해야 비로소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안에는 법 시행에 따른 준비 사항 등을 감안해서 법이 공포되고 1년 뒤에 시행하도록 부칙이 달려있는데요.
그럼에도 법이 마련되기만 해도 실제 시행을 준비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예컨대, 이 법은 가상자산 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인 거래소들이 불공정거래 행위를 비롯해 이상 거래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이를 금융당국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주식시장에서 한국거래소가 시장감시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처럼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거래소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직접 감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불법 행위를 감시하기는 커녕, 가상자산 상장 대가로 뒷돈이 오고 간 일로 수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국내의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가 예상되는 입법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시장법으로 엄격히 규율 중인 주식시장에서도 시세조작 같은 불법 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법조차 없었던 가상자산 시장에서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입니다.
그동안 가상자산으로 큰돈을 벌었다던 사람이 많았는데, 이들 모두가 과연 공정한 조건 속에서 돈을 벌었던 것일까요.
가상자산 투자로 큰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의 경우 아직은 진실부터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 사실 이번 입법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 역시 그동안 여러 측면에서 무질서했던 가상자산 시장에서 바로잡아야 할 점들을 추가로 찾아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최소한의 규칙’도 없었던 가상자산 시장에 비로소 만들어지는 새로운 법은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정무위원회 대안으로 마련된 이번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이 법의 목적으로 함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의 보호를 위하여 예치금의 보호, 가상자산의 보관, 보험의 가입, 가상자산거래기록의 생성·보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등을 가상자산 거래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며,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함 ―이용자의 가상자산에 대한 임의적 입출금 차단을 금지하고, 가상자산사업자로 하여금 가상자산시장의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금융당국에 이를 통보하도록 함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에 관한 사항과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한 조사·조치권한을 규정함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되,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가중할 수 있도록 하고, 징역에 처하는 경우에는 자격정지와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며, 몰수‧추징에 관한 사항과 양벌규정을 규정함 |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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