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헬스장`의 배신…"`주3회` 믿고 1년치 냈는데"

팽동현 2023. 5. 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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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동작구에 사는 A씨는 틈이 날 때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기 바쁘다. 연간등록을 한 동네 피트니스센터의 모바일앱을 열어 필라테스 시간을 예약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간해선 예약이 힘들다. 처음 등록을 할 때와 달리 피트니스센터 측에서 이용 가능한 필라테스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A씨는 "100만원 넘는 돈을 미리 내고 연간 등록을 하면 매주 3번씩 원하는 시간에 필라테스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연회비를 결제했는데, 몇달 지나니 이용 가능한 필라테스 프로그램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다 보니 예약을 하지 못해 혹시나 나오는 취소물량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휴대전화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주간 예약이 시작되는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정해진 시간에 알람까지 켜놓고 미리 예약을 하지만 깜빡하고 넘기면 낭패를 겪는다.

◇연회비 받고 나선 프로그램 축소 빈번

실제로 A씨가 다니는 피트니스센터는 당초 3개의 필라테스 공간을 두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그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했지만 중간에 내부공사를 하고는 필라테스 공간을 하나로 줄였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용 가능한 기구의 종류도,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의 수도 3분의 1로 줄었다. 이용자들의 예약 전쟁, 취소 물량 확보 전쟁이 시작된 것을 그때부터다.

A씨는 "10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연간 회원이 된 것은 센터 측이 제시한 환경과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인데 중간에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센터 임의로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은 이용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센터들은 더 고가 프로그램 늘려

이곳 외에도 코로나19 기간에 손님을 잡기 위해 낮은 가격으로 연회원을 늘린 피트니스센터들이 최근 엔데믹이 되고 이용자들이 늘어나자 얼굴을 바꾸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센터 입장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고객이 연회비를 낸 상태라면 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프로그램을 간소화해 공간과 인건비를 효율화하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이 피트니스센터는 필라테스 공간을 줄이는 대신 PT(퍼스널 트레이닝) 공간을 늘렸다. 단체로 하는 필라테스보다 개인별로 하는 PT의 수익이 높을 뿐 아니라 PT는 별도의 설비를 둘 필요 없이 피트니스센터 내 운동기구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A씨는 "특히 연휴가 있는 5월에는 연휴를 빼고 나머지 요일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하루에 한번만 이용 가능하도록 조건을 붙여놓고, 동시에 가능한 필라테스 프로그램은 종전의 3개에서 1개로 줄이니 사실 3번 모두 가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가스비 폭탄에 샤워시설도 대폭 축소

지난 겨울 가스비와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피트니스센터들이 샤워 공간을 대폭 줄이고 전체적인 다이어트 경영을 하면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의 한 피트니스센터는 지하 대중목욕탕을 함께 경영하면서 피트니스 회원들에게는 목욕탕을 무료로 쓸 수 있게 했으나 최근 목욕탕 운영을 중단했다. 그러면서 종전 운동시설 한 켠에 샤워부스를 만들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했지만 비좁은 데다 급하게 시설을 만들다 보니 배수부터 환기까지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한다.

이 센터를 이용하는 B씨는 "샤워시설을 가보면 '샤워는 집에 가서 하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물은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수시로 찬물과 뜨거운 물이 오가니 불편함이 크다. 이용자들에 비해 샤워시설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연간 회원 등록을 한 터라 울며 겨자먹기로 다니고 있다"고 했다.

피트니스센터의 비합리적인 환불조건도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용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면 가입은 할인가로 하되 환불은 정상가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센터가 마음에 안 들어도 선뜻 그만두기가 힘들다.

◇가입은 할인가, 환불은 정상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한 헬스장 관련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2638건으로, 전년 2406건 대비 약 9.6%(232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필라테스 분야에서는 662건에서 802건으로 21.1%나 늘었다.

소비자원은 대부분의 체육시설들이 상시 프로모션으로 할인가를 제시하며 회원 유치 경쟁을 벌이지만, 막상 회원이 자타 사정으로 환불을 요구하면 계약서를 근거로 내세우며 환불을 거부하거나 잔여 일수 또는 횟수 대비 적은 금액만 환불해주는 '꼼수'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무료 법률상담, 한국소비자원 등을 통해 서비스 이용·해지 관련 환불 문의와 피해 사례 공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개인적 사정으로 중도해지 요청할 경우 실제 계약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해 이용 일수(횟수) 만큼 공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고, 과다한 위약금을 산정할 경우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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