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말고 애 키워’...교황, 반려견 축복 부탁한 여성 질책

"신생아 적으면 희망 없다"며 출산 장려
SNS서는 '교황이 현실 모른다' 비판도

프란치스코(오른쪽 첫번째) 교황이 지난달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수요 일반 알현을 하던 중 한 어린이와 인사하고 있다. 바티칸시티=로이터 연합뉴스

'동물을 기르는 대신 아이를 낳으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반려견을 데려온 여성을 또 한 번 꾸짖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아기를 축복해달라'며 반려견을 데려온 한 여성을 나무란 경험을 공유했다. 2주 전 바티칸시국의 일반알현에서 한 여성이 가방을 열며 교황에게 '내 아기를 축복해 주세요'라고 했고, 가방 안에는 그의 반려견이 있었다.

교황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 여성을 나무랐다. 많은 어린이가 굶주리는데 내게 작은 개를 데려왔느냐고 얘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일반알현 행사에서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견을 기르는 것은 이기적이라 말한 데 이어, 이날도 "어떤 가정은 자녀를 낳는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길을 선택한다"며 한탄했다.

이날 회의는 출생률 하락을 주제로 열렸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포함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와 같은 교황의 발언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출산기피 현상이 번지는 현실을 경고하던 중 나왔다.

이러한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가 '인구통계학적 겨울'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는 신생아 수가 처음으로 4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교황은 "아이들의 탄생은 희망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다. 태어나는 아이가 적으면 희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생활비와 부족한 보육 여건, 집세 상승 등 문제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현상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교황의 시선이 부적절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텔레그래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대인의 생활을 모른다'며 그의 발언이 소셜미디어에서 반발을 불렀다"고 전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