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2차 공론조사…"의원 정수 가장 중요한 건 민심"
"국회 역할은 갈등 발견·처리…냄새난다고 화장실 줄이겠나"
(서울=뉴스1) 한상희 전민 기자 =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에 대한 500인 시민참여단 공론화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 및 의원 정수비례대표 선출 방식, 의원정수 등을 놓고 2차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KBS1에서 생중계된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에서는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 시민참여단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가장 관심이 쏠린 의원 정수에 대해서는 시민들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신재혁 고려대 교수는 미국, 일본,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가 적고, 대만은 2004년 헌법 개정을 통해 당시 225명이던 의원 수를 113명으로 줄였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절반 이상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정수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그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또 국회가 우리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또 국회가 또 정당들이 진짜 국민들의 삶을 낫게 하기 위한 정책 대결을 벌인다면 국회의원들이 더 필요하다고 국민들이 동의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국회의 역할은 갈등을 발견하고 그 갈등을 처리하는 과정이기에 근본적으로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저분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리가 화장실이 냄새가 난다고 화장실을 줄이거나 없앨 수는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국회법에 의하면 재적의원 3분의 1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의원 수가 100명이라고 치면 30명 남짓한 굉장히 친한 의원들이 법안 진행을 단독으로 블로킹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 정수를 줄인다고 해서 국회 권한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소수 의원들 내지는 소수 그룹에게 권한이 오히려 더 강화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전국을 인구 비례에 따라 여러 권역으로 나눈 뒤 해당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으로 가져가는 형태다.
한성민 한국외대 교수는 "(현재 채택하고 있는) 전국구 방식의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와 정당 사이의 거리가 멀어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비례대표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누구를 대표하는지에 대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에는 권역의 대표를 선출하기에 우리 지역의 대표를 선출할 수 있고 따라서 거리감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는 "오히려 전국형 전국구에 기초한 비례대표제보다 권역별로 했을 경우에는 사표의 증가가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며 "주권이 제대로 의석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는 경우엔 전국적인 사회집단들의 이해와 요구가 대표되기보다는 오히려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인물들이라든가 아니면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유지들이 대표로 선출되고 오히려 청년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집단들의 이해와 요구가 제대로 대표되지 못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불거졌던 위성정당 문제도 거론됐다.
한성민 교수는 "위성정당이 또다시 출연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원래의 취지인 대표성과 비례성에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지역구 선거에 어느 정도 이상의 후보를 공천한 정당에게는 반드시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는 내용의 위성정당 방지법을 제정한다 △21대 총선 이전에 사용했던 병립형 방식의 비례대표제로 돌아간다는 2가지 방법을 제언했다.
현행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공천 과정은 굉장히 비민주적"이라며 "당 지도부 몇몇에 의해서 명부가 작성되거나 또는 당원들이 투표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동원된 당원들에 의해서 비례대표 명부에 대한 작성이 이뤄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비례대표로 당선된 사람이 당의 입장이나 당 지도부의 입장에 한정해서 정책이라든가 법을 만들려고 하는 입장들이 있다"며 "우선적으로는 정당 공천이 보다 더 투명해야 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이 스스로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이해충돌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원호 교수는 "입법권이 국회에 있는데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들을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제정하고 표결하고 통과시키는 게 이해충돌 아니냐는 것은 굉장히 근본적인 딜레마"라며 "정치관계법 같은 경우에는 국회가 스스로 입법권을 자제하는 방식으로 제3의 기구로 돌리는 것도 고려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신재혁 교수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되 세비를 동결하는 방식에 관한 시민들의 질문에 "'의석 정수는 늘리되 세비는 그대로 하라' 여러분들이 이걸 강하게 요구하면서 '싫다'는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있으면 표를 안 주고 낙선시키시면 된다"며 "그러면 겁이 나서 여러분들의 말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일 진행된 1차 토론에선 소선거구(1인), 중선거구(3~5인), 대선거구(5인 이상), 도농복합형 등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 방식이 주로 논의됐다. 비례성·대표성·책임성 강화, 승자 독식 선거제도 극복, 지역주의 정당 구도 완화, 지방 소멸 위기 대응 등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의 원칙·목표도 논의에 포함됐다.
이날 오후 생중계 마지막에는 500인 회의의 최종 설문조사 결과의 주요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조사는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1~2차 조사는 1차 토론 이전에 실시됐으며 3차 조사는 이날 진행된다.
사전에 실시된 5000명 여론조사를 포함한 자세한 조사 결과는 정개특위에서 별도로 공개된다. 정개특위는 이번 조사 결과와 전원위원회 토론 내용 등을 참고해 선거제도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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