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귀농 조건? 건강하고 농사에 열정만 있다면 충분” [귀농귀촌애(愛)]
귀농 후 2년간 6번 수박 농사…매년 5000만원 순수익
농장 규모 확장 위해 비닐하우스 부지 3년간 임대
불상사 대비 항상 병충해 방제·최신 재배법 배워
그는 늦깍이 귀농인이다. 나이 50을 훌쩍 넘기고서야 부모가 사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며 활짝 웃는다. 3년 전 귀농한 전북 고창 ‘수농장’ 김광수 대표의 얘기다.
5일 찾은 김 대표의 수박 농장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660㎡(2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가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달아 이어졌다. 사방을 둘러봐도 하얀 비닐하우스 뿐이다. 비닐하우스가 41개동이나 된다. 수박의 고장 고창에서도 흔치 않는 대규모 농장이다.
김 대표는 귀농 전에 도시에서 다양한 일을 해봤다. 자동차 판매를 비롯해 보험, 전기, 부동산 중개업 등 영업 분야에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자본이 없는 김 대표는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 하지만 벌이는 좋지않았다. 30년을 일했지만 한번도 목돈을 쥐어보지 못했다.
이런 도시 생활에 지쳤다.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귀농을 결심한 계기다. “어릴 때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수박 농사를 배웠죠” 김 대표는 특별히 수박 농사를 배우지 않았지만 자신 있었다. 귀농 후 2년간 6번의 수박 농사를 지었지만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매년 5000만원의 순수입을 올렸다.
수박 농사는 1년 3번 짓는다. 2월에 심고 6월에 수확하는 게 첫번째 농사다. 수확을 마친 후 곧바로 심으면 8월쯤 두번째 수확을 하게 된다. 여름이라 재배 기간이 짧다. 8월에 심은 수박은 11월에 마지막 수확을 한다. 마지막 수확한 수박은 주로 업소용 과일 안주로 사용된다.
김 대표는 올해 수박 농사를 크게 늘렸다. 때마침 농사를 짓는 8동 인근에 34동의 비닐하우스가 매물로 나왔다. “수박 농사에 자신이 생겼어요. 한번 크게 농사를 짓고 싶었어요” 김 대표는 3억원을 주고 지상물인 비닐하우스를 인수했다. 농어촌 공사 소유의 비닐하우스 부지는 3년간 임대했다.
대규모 수박 농사를 짓게 된 김 대표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매일 오전 6시 이전에 농장에 나오지만 퇴근 시간은 따로없다. 해가 지거나 일이 끝나야 퇴근하기 때문이다. “모종을 심고 나면 할 일이 많죠. 수박 한주 한주 곁순 따주는 게 품이 제일 많이 가요” 김 대표는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면 하루에 16명의 외국인 인부를 쓴다. 하루 인건비로 12만원씩을 준다. 돈이 궁할 때 인건비를 주는 게 가장 힘들다고 토로한다.
수박 농사를 짓는데 동네 친구 8명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모르면 친구들에게 수시로 물어보죠. 살아있는 교과서예요” 김 대표는 다행히도 아직까지 수박 병충해를 입지 않았다. 그는 항상 불상사에 대비해 농업기술센터와 지인들 농장에 들러 병충해 방제와 최신 재배법을 배우고 있다.
늦깍이 귀농의 염려에 대해, 김 대표는 “아직 건강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귀농의 조건으로 나이가 아니라 건강이라고 잘라 말했다. “건강하고 농사에 열정만 있으면 귀농 조건으로 충분해요” 김 대표는 우리 농촌은 아직 미래와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에서 살 때 느끼지 못했던 포근함과 희망을 귀농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고창=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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