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관진…층층시하 옥상옥 맞는 군 [취재파일]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돌아왔습니다. 새로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위원입니다. 8인의 민간 전문가와 안보실장, 국방장관 등 10인 혁신위원 중 1인이지만 현역의 안보실장과 국방장관보다 권위가 높은 좌장이자 리더입니다. 위원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11일) 출범식에서 김 전 장관을 부위원장이라고 부름으로써 사실상 국방 혁신의 지휘봉을 수여한 것입니다.
여러 유력 매체들은 김관진의 복귀를 영웅의 귀환처럼 미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이라는 평을 시작으로 "이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2010년 장관 지휘서신 1호, '선조치 후보고'의 공세적 작전지침까지 소환했습니다. 대통령이 이끌고 언론이 밀어주니 김 전 장관 나아가는 길에 거침이 없습니다.
구글과 펜타곤처럼?…층층시하 옥상옥?
그런데 혁신위원 면면을 보면 에릭 슈미트 같은 혁신가는 없습니다. 김관진 전 장관을 필두로 김판규, 정연봉 등 퇴역 군인은 말할 것도 없고, 김승주, 이건완, 이승섭, 하태정, 김인호 등 학자나 과학자도 중대형 조직의 혁신을 이끈 적 없습니다. 무엇보다 국방혁신위가 모델로 삼는다는 펜타곤과 우리 국방부 앞에 놓인 안보와 전구(戰區)의 환경이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펜타곤은 중국, 러시아, 중동의 적들과 평원, 산악, 사막, 도심, 대양 등에서 기동 전쟁, 비대칭 전쟁, 사이버 전쟁, 대반란 전쟁 등을 벌이고 있는 반면, 우리 국방부는 오직 한반도와 주변 바다에서 북한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전, 정책, 전략, 전술이 같을 수 없고, 따라서 혁신의 방향과 방법론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김관진의 진면목은…
김관진 전 장관은 훌륭한 군인이었습니다. 별 넷을 따냈으니 그의 경쟁력은 이미 입증됐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언론들이 칭송하는 정도로 위인급인지는 의문입니다. 김 전 장관은 2005년 6월 김동민 일병이 수류탄과 소총으로 동료 8명을 살해한 경기도 연천군 28사단 530 GP 사건의 지휘 책임 대상 중 한 명입니다. 28사단이 속한 당시 3군의 사령관이 김관진 전 장관이었습니다. 국감 회의록을 살펴보면 합참의장 시절에도 북한 방사포 재장전 사격 속도를 안이하게 평가하는 등 몇몇 실책으로 국방위원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결정적으로, 김관진 전 장관은 부하들에게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게 함으로써 정치 관여 혐의 유죄가 확정된 바 있습니다. 군인의 정치 개입을 몸소 실천한 것입니다. 명분과 이유를 막론하고 군의 정치 개입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는 범죄입니다. 김관진 전 장관은 현역들의 반면교사입니다.
퇴역들의 생존력…
마침내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국방혁신의 임무도 퇴역 장군의 손에 맡겨졌습니다. 남북 강대강 대치에서 북한을 윽박지르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첨단의 혁신과 퇴역 장군은 영 어울리지 않습니다. 김관진의 국방 혁신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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