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총 쏘고 총 맞고…비극 되풀이되는 이유
미국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뉴스 중 하나가 경찰 관련 사건 사고입니다. 시민을 지키기 위해 범죄자들과 싸우다 총에 맞아 희생당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지만 과잉 대응으로 오히려 시민의 목숨을 앗아가 대규모 폭동을 촉발시키는 일도 있습니다. 2020년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그런 사례입니다. 한마디로 존경과 비난이 교차하는 직업, 바로 미국 경찰입니다.
'제복 입은 경찰' 상대로 강도 행각…피해 경관 사망
현지 시간 지난 6일 시카고 경찰청 소속 경관이 퇴근 중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10대 4명이 새벽 1시 40분 시카고 남부 주택가에서 24살 여성 경찰관을 총기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으려다 여의치 않자 총으로 쏴 살해한 겁니다. 3년 전 경찰이 된 피해 경관은 야간 당번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으며 제복을 입은 상태였다고 경찰 당국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현장 근처 CCTV 영상을 토대로 피해 경관이 차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 들어 가려하는 순간, 승용차 1대가 다가와 멈춰 섰고 차 안에서 운전자를 뺀 3명이 내려 접근하다 최소 2명이 총을 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 경관도 대응 사격을 시도했지만 얼굴과 목에 총상을 입고 쓰러진 걸로 알려졌습니다. 사건 직후 스마트워치의 자동 구조 신호를 받은 동료 경찰관들이 출동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극단적 선택하려는 사람에게 50발 넘게 총격
이때 다른 가족의 신고를 받고 경찰 4명이 출동했습니다. 어머니는 어떻게든 설득을 통해 아들의 극단적 선택을 말려줄 걸로 기대했겠지만 경찰들의 행동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경찰관들은 두 모자를 향해 다짜고짜 "손을 들라"고 외쳤고, 얼마 안 돼 아들 탄 픽업트럭을 향해 50발이 넘는 총탄을 퍼부었습니다. 당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찰이 경고 후 총을 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6초 정도였습니다.
해당 경찰관들은 아들이 총을 집어 들려고 해 그렇게 조치했다고 해명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아들은 머리에 3발을 비롯해 양손과 사타구니 등 여러 곳에 모두 9발을 맞았습니다. 경찰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아들에게 수갑까지 채운 뒤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들은 여러 차례 큰 수술을 받긴 했지만 다행히 목숨을 잃진 않았습니다. 총을 맞은 아들도 아들이지만 이를 지켜봐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총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지난 9일, 텍사스주 댈러스 외곽의 한 아웃렛 매장에서 총기 난사범이 쏜 총에 맞아 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중 3명은 어린이였습니다. 희생자 가운데는 한인 교포 30대 부부와 3살 아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6살 큰 아들은 엄마가 꼭 끌어안고 보호해 목숨을 건진 걸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나치즘과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30대의 소행이라고 전했습니다. 당시 그가 갖고 있던 총만 8정이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총기 난사가 발생한 텍사스에서는 주지사가 총기 사건 대책으로 '정신건강'을 언급해 비난을 샀습니다. 애벗 주지사는 현지 시간 7일 한 방송 뉴스에 출연해 "정신건강을 다루는 것이 (총기 사건에 대한) 장기적 해결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국에서 분노와 폭력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총기 사고의 책임을 대중들에게 돌렸습니다.
총기 규제에 적극적인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총기 소유가 헌법상 권리임을 강조합니다. 또 공화당 일각에서는 총이 문제가 아니라 총으로 범행을 하는 사람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합니다. 정신건강 문제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미국이 갖고 있는 총기에 관한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무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실제로 땅 넓은 미국에서 외진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총기란 야생 짐승 혹은 범죄자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화당 측 주장처럼 총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면, 그에 맞는 대책이라도 계속 내놔야 할 텐데… 그런 모습도 잘 보이질 않습니다. '총의 나라' 미국의 현 주소입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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