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배웠으면…카카오도 클라우드 집중 전략 [김현아의 IT세상읽기]
PBR 낮았던 클라우드 사업, 분사로 해결
KT 조직 구조조정 유연함 돋보여
합병이후 다음 클라우드 조직 정리한 카카오 아쉬워
지금이라도 클라우드 기반 AI 집중 다행
이번 주에는 초거대AI 시대에 진격하는 클라우드 시장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KT클라우드가 설립 1여 년 만에 무려 6000억원에 달하는 자본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IMM크레딧앤솔루션(ICS)으로부터 6000억23만4680원을 유치했습니다.
이는 업계 최고 규모입니다. KT 대표이사(CEO)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희소식이었죠.
그런데 더 놀란 것은 KT클라우드의 기업가치입니다. KT로부터 분사하기 전 4000억원에서 4조 3000억원의 기업가치(프리머니 밸류, 투자 전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죠. 1년 사이에 기업가치가 10배 정도 성장한 셈입니다.
PBR 낮았던 클라우드 사업, 분사로 해결
김영진 KT CFO(최고재무책임자)는 KT에 속해 있을 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저평가됐는데, 분사 이후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김 CFO는 “KT클라우드가 스핀오프하기 전에 자산 잔고 가격이 8000억원 정도였고, 저희 회사(KT)가 저평가돼 PBR 0.5 정도의 밸류 밖에 못 받아 KT클라우드의 기업가치는 4000억 밖에 안됐다”면서 “프리 머니 기준으로 4조 원이 됐으니 기업가치가 10배 정도 성장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KT주가가 저평가돼 PBR이 낮았고, 이는 KT클라우드의 기업가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분사로 해결됐다는 취지입니다.
KT클라우드는 기업 디지털전환(DX) 시장을 겨냥한 KT그룹의 핵심 회사입니다.
국내 최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운영함은 물론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네이버클라우드와 경쟁하며 1위(CSP기준·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를 달리고 있죠.
최근에는 AI 풀스택(Full-Stack)서비스로 초거대AI 시대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AI 풀스택이란 AI 반도체 등 인프라부터 고객에게 제공하는 AI 응용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제품과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이달 말 AI 반도체(NPU) 개발사인 리벨리온과 함께 기존보다 5분의 1 이상 비용을 줄인 AI 인프라 서비스를 시작하죠. 네이버-삼성 AI 반도체 연합군의 유사 서비스보다 빠릅니다.
KT 조직 구조조정 유연함 돋보여
KT클라우드의 성장세는 모회사 KT가 대기업답지 않게 조직구조 개편에 유연한 태도를 지녔던 덕분입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조직을 뗐다, 붙였다 하는데 저항이 많지만, KT는 KT클라우드를 분리하면서 현물출자 방식을 취해 주주들의 반발도 최소화했죠.
그런데 급성장하는 클라우드 시장에 대한 관심은 비단 KT뿐이 아닙니다. 네이버 역시 네이버클라우드로 지난해 말 AI, 기업간거래(B2B) 관련 사업 조직을 모았죠.
그런데 카카오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사실상 해체하고,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다시 짠다고 합니다.
클라우드 뒤늦게 뛰어든 카카오 아쉬워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본인의 대표이사직 사퇴를 알리면서 클라우드 중심 사업 재편과 비핵심 사업에 대한 철수, 매각, 양도를 언급했다고 하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공짜 문자, 무료 메신저로 사업을 시작한 카카오가 B2B 시장 공략을 위해 세운 회사입니다.
기업용 카톡으로 불렸던 업무용 협업툴 ‘카카오워크’도 내놨지만, 별 인기를 끌지 못했죠. 지난해 1406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라도 카카오가 클라우드 중심으로 B2B 사업을 재편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2014년 다음카카오 합병법인의 초대 CEO를 맡았던 임지훈 전 대표는 2017년 퇴임하기 전 안타까웠던 일을 물으니 “다음에 있었던 클라우드 조직과 사업을 정리한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다음포털 사업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바꾸기로 한 카카오인 만큼, 더 신속하고 미래 지향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조직 전반에 대해 바꾸는 걸 유연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이를테면, 카카오클라우드(가칭)를 만들어 성장세인 클라우드 기반의 기업용 AI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합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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