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기대주' 무신사 앞 꽃길과 가시밭길
독보적 플랫폼 무신사 앞 갈림길
세자릿수 성장률 한풀 꺾여
높은 수수료 매출 ‘양날의 검’
신성장동력 PB 기대와 우려 공존
자회사 적자 누적 해결할 수 있을까
기업공개 앞둔 무신사의 과제
# "독보적인 플랫폼." 무신사를 둘러싼 시장의 평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마니아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무신사는 그만큼 대체하기 쉽지 않은 플랫폼이 됐다. 여느 이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것도 무신사의 강점이다.
# 이 때문인지 IPO 시장에서도 무신사는 '기대주'로 꼽힌다. 하지만 무신사에 장밋빛 전망만 펼쳐져 있는 건 아니다. 높은 입점 업체 수수료 논란, 적자 누적 중인 자회사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무신사'는 MZ세대를 사로잡은 대표적 패션 플랫폼으로 꼽힌다. '신발이 무진장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2001년 개설)에서 시작해 "덕후가 성공한다"는 것을 증명해낸 조만호 창업자의 스토리도 매력적이다. 이런 무신사를 주식 시장도 눈여겨봤다. 무신사는 이커머스 업계에 얼마 남지 않은 'IPO 대어'로 꼽힌다.
'컬리' '오아시스' 'SSG닷컴' 등이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해 IPO를 줄줄이 철회한 가운데 무신사는 최근 신규 투자 유치에서 4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할 당시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2조50 00억원에 달했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 대부분의 기업가치가 50~60% 디스카운트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무신사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무신사의 IPO가 임박한 건 아니지만,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무신사는 2019년 미국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1900억원대 투자를 받았는데, 당시 5년 내 IPO 요건이 걸려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 측은 "현재로선 구체적인 IPO 계획은 없다"면서 "내년 하반기 시장 동향을 파악해 (IPO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신사로선 1년 남짓의 기간 안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과제를 푸는 게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하나씩 살펴보자.
■ 숙제➊ 수수료 = 무신사의 매출 중 42.5%(3017억원·2022년 기준)는 7000여개 입점업체가 내는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입점업체에 물류·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20~30%대 정률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무신사는 실질 수수료가 이보다 낮다고 주장한다.
무신사 측은 "입점 브랜드가 소비자를 위해 할인해주는 비용의 95%가량을 무신사가 부담한다"면서 "실제 입점 업체가 지불하는 실질 수수료율은 14.7%(2022년 평균)"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편에선 수수료 부담이 여전히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매출 상위 브랜드의 경우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 실질 수수료 부담이 낮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높은 수수료 탓에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2021년 기준)를 통해 분석된 온라인 쇼핑몰의 평균 명목 수수료(계약서상 명시된 정률 수수료)는 16.8%, 평균 실질 수수료는 10.3%로 무신사보다 낮았다.
이는 '수수료'가 무신사에 양날의 검이라는 걸 시사한다. 수수료 수익이 높다는 건 그만큼 무신사가 독보적인 플랫폼이라는 걸 의미하지만, 수수료 부담이 누적되면 입점업체의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지금은 무신사를 대체할 채널이 없지만, 이커머스 시장에 영원한 강자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때 승승장구하던 오픈마켓 G마켓·옥션부터, 소셜커머스 티몬·위메프가 이전의 위용을 잃은 건 단적인 예다.
■ 숙제➋ 무신사 스탠다드 = 무신사의 또 다른 수익원인 PB(Private Brand) '무신사 스탠다드' 역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무신사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2017년 무신사 스탠다드를 론칭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를 한국 대표 SPA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실제로 론칭 2년 만인 2019년 무신사 스탠다드는 매출액 630억원을 달성했다. 2021년 5월에는 서울 홍대에 첫번째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현재 홍대·강남 두곳의 매장을 운영 중으로 향후 대구·부산에 추가로 매장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온·오프라인으로 확장한 결과, 지난해 무신사 스탠다드를 포함한 제품 매출액은 179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탑텐(신성통상)'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 등 주요 SPA 브랜드와의 매출 격차는 여전히 크다. 지난해 탑텐과 유니클로는 각각 7800억원, 704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트렌드는 선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 연령대와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덴 한계가 있다"면서 "오프라인 소비가 회복하는 상황에서 점포 수가 많지 않다는 점도 규모를 키우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숙제➌ 자회사 = 무신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회사의 수익성 개선도 눈앞에 놓인 난제다. IPO 시장에서 '수익성 지표'의 중요도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무신사는 지난해 개별 기준 5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670억원) 대비 19.5% 감소했지만,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하지만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1억원에 불과했다. 자회사의 신통치 않은 실적이 나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게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에스엘디티(SLDT)'다.
SLDT의 지난해 매출액은 111억원으로 전년(16억원) 대비 6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도 427억원으로 같은 기간 163.5%(2021년 162억원)나 늘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급성장한 리셀 시장을 잡기 위해 무료 수수료 제도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했던 게 '동전의 양면' 같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무신사가 지난 4월 SLDT 대표로 '위메프' 최연소 임원 출신의 김지훈 대표를 선임한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훈 SLDT 대표는 "내년 이후 BEP(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하도록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대표 취임 직후 솔드아웃은 수수료 제도를 개편했다. 지난 1일 처음 도입한 판매수수료는 한달 만인 오는 6월 1일부터 2%로 오른다. 구매수수료 역시 2%에서 2.5%로 인상된다. 문제는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리셀시장 1위 사업자인 네이버 '크림'과의 경쟁 탓에 수수료를 전략적으로 올리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리셀 시장이 호황기를 지나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터 분석업체 브래키츠 김해근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리셀 자체가 상품의 본질적 가치를 뛰어넘는 '프리미엄'을 거래하는 건데 2년 전 유동성이 풍부하던 때와 지금은 시장 상황이 다르다. 수수료를 인상해 수익성을 소폭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시장의 성장성이 정체됐다는 게 더 풀기 어려운 숙제다."
이런 상황에서 명품을 주로 거래하는 만큼 지속되는 가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상품 검수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 숙제➍ 해외 시장 = 무신사가 외형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결국 '해외 성과'가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선 고성장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신사의 매출 성장률은 2019년 104.9%에서 2020년 51.0%, 2021년 38.9%, 2022년 53.5%로 고점을 찍은 지 오래다.
김해근 대표는 "국내 패션 시장 규모가 크다곤 하지만, 무신사가 아우르는 브랜드 패션 시장만으로는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듯 무신사도 2021년 일본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도쿄에 첫번째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개점한 무신사는 자신들의 앰배서더인 아이돌 '뉴진스'와 본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
서용구 교수는 "무신사가 고성장하는 '피크'는 지났다고 본다"면서 "K-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무신사는 모든 숙제를 풀고, 기대하는 몸값에 IPO를 성공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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