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흰 순록 캐릭터를 내세운 이유는? [ESC]
차보다 게임 관심많은 10·20대
볼보 순로기, 포르셰 톰·티나 선봬
현대차도 ‘돌아온 씽씽이’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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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동차는 10대들의 장난감이었고 자동차 종류를 술술 말하는 게 자랑인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10·20대들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엠제트(MZ) 세대들 사이에선 자동차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고 단순히 이동수단에 머물러있다. 지금의 10대들은 자기가 탈 자동차보다 게임 캐릭터의 탈 것에 관심이 더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회사들의 걱정은 점차 깊어지기 시작했다. 잠재적 미래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최근 자동차 브랜드들은 10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게임에 심취한 10대들을 위해 게임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패션 브랜드와 손잡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10대들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방법인 것이다. 몇몇 자동차 브랜드는 이색적인 마케팅을 고안 중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캐릭터다. 캐릭터는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어린이의 관심도 모을 수 있는 데다, 캐릭터의 생김새와 성격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마케팅 도구가 되고 있다.
친환경·교통안전 등 세계관
최근 볼보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친환경 활동의 일환으로 자체 제작 친환경 캐릭터 ‘순로기’를 공개했다. 순로기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순록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순록은 유라시아 대륙, 알래스카 등 북부 극지방 툰드라 지대에서 서식하는 사슴의 일종으로 지구온난화로 멸종 위기종 적색 목록에 지정된 바 있다. 볼보는 그동안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일상 속 실천을 계속했는데, 특히 친환경 캠페인에 대한 더 많은 이들의 참여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순로기 캐릭터를 기획했다.
순로기는 스토리 텔링부터 흥미진진하다. 평행 세계의 다른 지구에 살고 있다가 어느 날, 알 수 없는 빛에 휩싸이며 웜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우리가 사는 지구로 오게 됐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막아서 죽어가는 순록을 구해야 한다는 꽤 재미있는 사명을 가지고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통해 지구를 지킨다는 세계관을 지녔다. 자동차 회사의 캐릭터에 세계관을 부여한 건 아마도 볼보 순로기가 처음일 거다. 볼보는 올해 3월 말부터 공식 유튜브를 통해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오후 6시마다 메인 콘텐츠를, 셋째 주 금요일에는 서브 콘텐츠를 공개한다. 이들 콘텐츠는 다양한 친환경 활동 미션을 수행하는 웹 예능과 인터뷰, 브이로그 등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포르셰는 2020년 코로나19 때문에 변화된 아이들의 일상에 맞춰 몇몇 프로그램을 시도했는데 그중 하나가 ‘포르셰 포 키즈’다. 그리고 이 캠페인의 메인 캐릭터가 되는 ‘톰 타르가’와 ‘티나 터보’를 선보였다. 포르셰 포 키즈는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게임과 활동을 제공했다. 아이들은 포르셰 캐릭터인 톰과 티나와 함께 색칠하기, 아이디어 구상하기, 단어 찾기, 퍼즐 맞추기, 그림 찾기 등을 할 수 있다. 포르셰 포 키즈는 지속 가능성과 도로교통 안전 등의 주제를 담고 있다. 또 톰과 티나와 함께 수준 높은 학습을 비롯해 놀이를 위한 독특한 온라인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들은 단순히 즐거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 집중력을 훈련하고 놀이를 통해 학습까지도 할 수 있다. ‘이(e)-모빌리티 챌린지’를 통해서는 전기 에너지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전동화를 배울 수 있고, 포르셰 역사도 습득할 수 있다.
잠재적 고객 확보 마케팅
그럼 국산 브랜드의 상황은 어떨까?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현대자동차는 꽤 이른 시기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1996년 현대차는 텔레비전 광고인 ‘씽씽이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파란색 자동차인 씽씽이가 안전수칙을 안 지키는 늑대를 혼내주는 내용이었다. 당시 씽씽이 광고 시리즈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 제조사가 실구매자가 아닌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만화영화 형식의 첫 광고였으며, 시리즈를 통해 교통질서, 안전 교육, 환경 보호 등 공익적인 내용을 재미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단순히 광고에만 머무르지 않고 1997년에는 ‘현대자동차 어린이 궁전’을 만들어 씽씽이를 활용한 자동차 발전사와 생산 과정, 미래의 자동차, 교통안전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하고, 환경을 주제로 하는 어린이 그림대회를 열기도 했다.
2009년 마지막 광고 뒤 사라졌던 씽씽이는 2021년 9월 현대차 유튜브 채널에 ‘돌아온 씽씽이’로 귀환했다. 돌아온 씽씽이는 20세기에 탄생한 이 캐릭터에 대한 추억이 있는 30·40대는 물론이고 10·20대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다. 1화의 조회 수는 130만회가 넘었고 시리즈 전체 누적 조회 수는 500만회를 넘겼다. ‘돌아온 씽씽이’에는 아이오닉 5, 그랜저, 캐스퍼, 코나N 등 승용차뿐 아니라 1톤 트럭인 포터, 대형 트럭 엑시언트 등 상용차도 등장시키며 현대차 전체 라인업을 아울렀다. 현대차는 씽씽이 캐릭터가 언제든 ‘출격 대기’ 중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마스코트인 씽씽이와 어울리는 콘텐츠가 있다면 언제든 등장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캐릭터 마케팅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별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나갈지 꽤나 궁금하다. 과연 게임에 빼앗겼던 아이들의 관심을 자동차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단순히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가 아닌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캐릭터 대전의 결과가 주목된다.
김선관 자동차 칼럼니스트
작당 모의하는 걸 좋아해 20대 때는 영화를 제작했고 현재는 콘텐츠 제작 회사 <에디테인>에서 크리에이티브 에디터를 맡고 있다. 관심사는 사람·방향·풍류. 속이 꽉 찬 한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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