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엔 보신탕집 가면 처벌받을까? [The 5]

[The 5][더 파이브: The 5] 개 식용, 무법에서 불법됐지만 갈 길 멀어

2021년 불법 도살장에서 포착된 개들. 동물해방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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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개를 먹기 위해 죽이는 일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식용 목적의 개 도살을 처벌하기 때문인데요. 한 달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동물단체들과 만나 “개 식용은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개 식용 금지에 힘을 실었다고 하죠. 그러면 올해 여름엔 보신탕집이 영업을 못 하게 된 걸까요? 소비자는 개고기를 먹어선 안 되는 걸까요?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 김지숙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먹기 위해 개를 죽이면 불법인 거죠?

김지숙 기자: 동물보호법에선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번에 바뀐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선 이 “정당한 사유”를 세 가지로 명시했습니다. ① 사람을 공격하거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걸 막기 위해. ② 소, 돼지, 닭을 처리하는 도살장처럼 허가나 면허가 있을 때. ③ 구제역이 발생하면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돼지들을 살처분 하듯이, 다른 법률에 따른 명령과 처분을 이행할 때. 여기에 ‘먹기 위해 죽이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겁니다.

[The 2] 그럼 개고기를 식품으로 파는 음식점이나 개 도살장은 문을 닫아야 하나요?

김지숙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단 단속 주체인 지자체에선 법원이 이 법을 실제 사건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추이를 봐야 한단 태도입니다. 게다가 개 식용이 오랫동안 이뤄져 있음에도 처벌하지 않아왔고,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여럿 있잖아요. 지난해 기준으로 개농장이 전국에 1156곳이 있고, 개를 52만 마리 사육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을 일제히 단속해서 개 사육·도살·유통을 더는 할 수 없게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겁니다. 수십만 마리의 개들을 당장 관리할 방법도 없고요.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 연합뉴스

[The 3] 법 개정 이전엔 어땠죠? 먹기 위해서 개를 죽여도 됐었나요?

김지숙 기자: 이번 법 개정 이전엔 먹기 위해 개를 죽이는 것이 합법도 불법도 아닌 ‘무법’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육과 도살, 유통 과정을 들여다보면 적어도 5가지 이상 법률을 위반한다고 동물단체들이 지적해오고 실제로 고발도 여러번 했습니다. 예를 들어 허가 없이 음식물쓰레기를 반출해 개에 먹이는 행위(폐기물관리법), 허가 받은 배출시설이 없는 개농장에서 분뇨를 발생시키는 행위(가축분뇨법), 식품 원료로 인정받지 못한 식품을 유통한 행위(식품위생법) 등이 그런 것이죠.

최근엔 개를 죽이는 방식에도 법원이 제동을 걸었어요. 2020년에 대법원이 가장 대표적인 도살 방식인 ‘전기 쇠꼬챙이’를 사용해 감전시켜 죽이는 방식을 사용한 농장주에 대해 유죄 판결을 확정했거든요. 그러니 사실상 법을 피해서 개를 죽일 방법이 없었는데, 계속 감시를 피해서 도살이 행해지는 거죠.

[The 4] 법과 현실이 따로 가고 있네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지숙 기자: 일단 지난 2021년 만들어진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있습니다. 각 정부부처와 육견협회, 동물보호단체가 개 식용을 금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요. 종식 시점과 보상 규모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다 지난해부터 사실상 휴업 상태입니다. 위원회를 다시 가동해서 결론을 만들어내던지, 아니면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2035년까지 종식한다는 식으로 시한을 정하고, 그에 대한 보상과 전업 지원책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하는 거죠.

[The 5] 위원회에선 어떻게 생각이 달랐나요?

김지숙 기자: 육견협회는 개 식용 종식을 합의한 때부터 실제로 종식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애초 15년으로 제시했습니다. 동물단체는 5~8년을 이야기했고요. 처음엔 10년으로 합의가 모이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육견협회 집행부가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논의가 틀어졌다고 합니다. 또 보상 액수도 문제인데요. 육견협회는 관련 농가와 상인, 식당 모두 한 곳당 수십억원씩은 줘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동물단체는 “불법적 사업에 시민 사업으로 거액을 보상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는 중이고요.

▶▶[The 5]에 다 담지 못한 곰 사육 종식이 개 식용 종식에 주는 시사점, ‘소와 닭은 잡아먹으면서 왜 개는 안 된다는 거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답하는 방법 등을 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