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온라인 VOD를 통해 120년 전 우리나라로 떠나는 시간 여행

현화영 2023. 5. 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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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행사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인터넷 접속만 가능하다면, VOD를 통해 100여 년 전 우리나라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흥미로운 행사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오는 16일까지 '100여 년 전 외국인이 기록한 한국의 인상들' 온라인 VOD 기획전을 개최한다.

TV나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해외 여행지 영상을 손쉽게 수시로 간접적으로 즐기는 요즘, 잠시 100여 년 전 우리나라를 담아낸 영상도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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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스 버튼 홈즈의 ‘특이한 한국 문화’의 한 장면.
 
온라인 행사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인터넷 접속만 가능하다면, VOD를 통해 100여 년 전 우리나라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흥미로운 행사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오는 16일까지 ‘100여 년 전 외국인이 기록한 한국의 인상들’ 온라인 VOD 기획전을 개최한다. 20세기 초 4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촬영된 기록영상 중 6편을 상영하는데, 모두 외국인이 촬영한 흑백 무성 영상이다.

재커리어 버코위츠의 ‘제명미상(평양 풍물)’의 한 장면.
 
제임스 헨리 모리스의 ‘Archives Korea 1930~1940)’의 한 장면.
남대문 앞 거리 풍경부터 농사짓는 농부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외국인 촬영자에게) 상투를 틀고, 망건, 갓까지 써 보이는 남자의 모습 등 꽤 다양한 옛 우리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친절한 자막 설명은 없어서, 짐작과 상상을 좀 해야지만, 짧은 길이의 영상이라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온라인 VOD라서 멈췄다 보기, 반복해 보기 등등이 모두 가능하다. 또한, 해당 영상을 설명하는 여러 읽기 자료도 링크를 통해 참고할 수 있다. 

그동안 과거가 배경인 우리 극영화를 통해 여러 시간대와 공간이 재현된 모습을 보아왔지만, 이번 영상은 기록영화라서 그 느낌이 좀 다르다. 실제 100년 전 어딘가의 모습이고 누군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미지의 나라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제작되기는 했지만, 영상에 담긴 공간과 시간이 실재했던 건 변함없다. 낯선 모습이라는 점에서는 당시 외국인 촬영자의 시선이나 100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의 시선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도 같다. 

재커리어 버코위츠의 ‘제명미상(중국과 조선방문)’의 한 장면.
 
영화의 다양한 역할 중에는 기록도 있다. 소재 선택, 촬영, 편집 과정 등을 통해 특정 의도가 개입되어 왜곡이나 변형의 가능성도 있고, 결국은 재구성된 현실이기는 하지만, 카메라 앞에 있었던 사람, 사물, 자연 등은 분명 카메라 앞에 존재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사진이 대중화되었을 때, 많은 이들의 일상이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사진을 찍어 보관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보지 못했거나, 오래전에 본 것도 꽤 본연의 모습 그대로 언제든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진만 잘 보관하고 있다면,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다시 보기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본인이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도 사진으로 보게 되었고, 가보지 못한 노트르담 성당도 보게 되었다. 예전엔 초상화나 풍경화 등 그림을 통해 가능한 일이었지만, 모두가 초상화를 그렸던 것도 아니고, 특정 풍경화가 전시된 곳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상적으로 다시 보기가 가능한 건 아니었다. 

19세기 후반 영화의 등장도 여러 차원에서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었다. 그중 영화의 ‘기록 가능성’은 시각적 시공간 여행까지 가능하게 해주었다. 극영화든 기록영화든 현재까지 남은 옛 영화들은 창작물이라는 영화 자체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역사적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지닌다.

2023년 현재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인증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 대중들은 수시로 전에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잠시 회상에 빠진다. 다른 이가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간접 경험을 하기도 한다. 

TV나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해외 여행지 영상을 손쉽게 수시로 간접적으로 즐기는 요즘, 잠시 100여 년 전 우리나라를 담아낸 영상도 즐겨보길 바란다. 분명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사진=한국영상자료원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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