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감사 또 감사···한전공대에 무슨 일이

세종=유현욱 기자 2023. 5. 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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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출연금도 깎일판
지역 정가 "탄압 멈추라"
[서울경제]

개교 2년차를 맞은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감사원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감사까지 들이닥치더니 기획재정부는 한국전력의 한전공대 출연금을 ‘현미경 검증’하고 있습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한전공대에 출연하는 것 또한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은 즉각 “윤석열 정부의 한전공대 탄압을 규탄한다”며 발끈했습니다.

지난해 3월 2일 오전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에서 열린 입학식 및 비전 선포식에서 폭죽이 터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전공대는 두 건의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이 제기한 공익감사청구를 받아들여 최근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한전공대 설립 적법성과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출 적정성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섭니다. 감사원의 칼끝은 캠퍼스 부지 선정 당시 특혜 의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부영그룹은 나주 혁신도시 내 골프장 부지를 기부채납 방식으로 한전공대 부지로 제공하고 전남도와 나주시가 잔여부지의 용도변경을 ‘적극 지원’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산업부는 한전공대의 출연금 무단전용, 법인카드 위법 사용 등 의혹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산업부의 감사는 지난해 9월 한전 감사실과 한전공대 지원단이 실시한 업무 진단 컨설팅 결과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결정됐습니다. 앞서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달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컨설팅 결과 한전공대 임직원들이 정부나 지자체 출연금 391억 원 중 208억 원을 무단 전용해 당초 교부 용도가 아닌 자신들의 인건비를 올리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법인카드 위법 사용도 16억 7000만여 원이 발견됐는데 어떤 제재나 문제 제기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전공대의 ‘호화 입학식’도 산업부 감사 대상입니다. 한전공대는 지난 2년간 입학식에 총 1억 7000만 원 상당을 지출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대(포스텍) 등 이른바 ‘5대 과기대’가 입학식에 평균 2743만 원을 쓴 것과 비교하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입니다.

2021년 이후 누적 적자가 44조 6000억 원에 달하는 한전이 올해 한전공대에 출연할 계획인 1588억 원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미 한전과 그 자회사는 2020년 600억 원, 2021년 413억 원, 지난해 711억 원을 한전공대에 출연했습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한전이 적자인 상황에서 한전공대에 12년간 1조 원 투자를 약정한 것을 삭감·이월·유예하는 방법을 검토해 달라’는 취지로 질의했고 이 장관은 “출연 계획을 기재부와 협의해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한전과 그 자회사는 산업부·기재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이사회에서 출연금을 확정합니다. 한전은 12일 내놓은 5조 60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에 한전공대 출연금 삭감을 넣지 않았지만 감사원과 산업부의 감사가 끝나는 대로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전공대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과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지역 정가의 생각은 다릅니다. 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은 12일 공동성명에서 “한전공대 설립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민주적인 입법절차를 거쳐 결정된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이런 국회의 입법취지와 권한을 ‘정치감사’와 ‘자금줄 옥죄기’라는 비정상적인 수단으로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개교 2년차를 맞이한 한국에너지공대는 공기업 자구책 마련을 위한 ‘재산’이 아니라 수백 명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연구와 학습에 매진하고 있는 공동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윤의준 한전공대 총장은 ‘2050년 에너지 분야 세계 10위 공과대학 진입’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세종=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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