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업무용 오피스텔, 주거시설로 둔갑…'제2 전세사기' 우려

임대인, 세금 중과 피하려고 ‘꼼수’... 전입신고 불가 법적 보호 못받아
전세사기 무방비… 대책마련 시급

10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오피스텔은 ‘전세권 설정 가능' ‘주변 편의시설 다양’ ‘역세권’ 등의 설명이 적힌 채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와있다. 한 포털의 부동산 플랫폼 갈무리

인천의 일부 업무용 오피스텔 소유자들이 주거용으로 불법 전세·임대 등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불법 전세·임대 등은 임차인들이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만큼 ‘제2의 전세사기’ 우려가 높다.

13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연수구 송도동의 전용면적 84.95㎡의 A오피스텔은 ‘전입신고 불가’라고 적어놓고 2억4천만원에 전세를 내놓고 있다. 업무용 오피스텔이다보니 전입신고 등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데도 ‘주변 편의시설 다양’ ‘역세권’ 등의 문구를 통해 사실상 주거용 오피스텔로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반면 같은 면적의 다른 주거용 오피스텔의 전세가는 최대 4억원에 이른다.

또 서구 청라동 전용면적 29.53㎡의 B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업무용 오피스텔이라 1억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있다. 같은 면적의 주거용 오피스텔은 1억3천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업무용 오피스텔 소유주들이 주거용으로 세입자를 받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업무용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쓰는 것은 명백한 탈세에 따른 불법 행위다. 

소유주가 주거용 오피스텔로 등록시 주택으로 포함, 세무 당국으로부터 과세 대상이고 다주택자는 주택 1개가 늘어날 때마다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추가로 내야 한다. 반면 업무용 오피스텔은 주택에 들어가지 않아 오히려 부가세 환급 대상이다. 업무용 오피스텔을 주거용 세입자를 받으면 소유주의 탈세가 이뤄지는 셈이다.

송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들이 업무용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세입자를 받는 사례가 잦다”며 “일부는 전입신고 대신 전세권을 설정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사실상 군·구 등의 단속 등이 쉽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같은 허점을 노린 불법이 성행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세입자는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다보니 확정 일자를 받지 못하면서 경매 등이 넘어갈 때 임대차 관계와 보증금을 주장하는 대항력을 갖지 못한다. 당연히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못해 우선변제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만약 소유주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닥치면 또다른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다르게 전세 등의 시세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깡통 전세’의 위험성이 큰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우선 오피스텔의 주거용 및 업무용에 대한 구분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군·구의 강력한 단속이 제2의 전세사기를 차단할 방법”고 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1만 가구에 이르는 오피스텔을 용도에 따라 단속하긴 힘들다”고 했다. 이어 “최근 전세사기 문제가 급증하는 만큼, 군·구와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