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어공주가 웬말”…원작 파괴 논란으로 벼랑 끝에 선 이 기업 [박민기의 월드버스]
과도한 PC주의 캐릭터에 흥행·매출 참패
피터팬·인어공주 등 주요인물에 흑인 섭외
“어릴 적 추억 훼손됐다” 일부 관객들 혹평
美 NYT “PC주의 디즈니, 모두를 잃었다”
이처럼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던 디즈니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미디어업계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때문입니다. PC주의는 인종·언어·민족·종교·성별 등에서 편견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상당한 정치적 갈등이 예상되는 민감한 주제인 만큼 디즈니는 논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PC주의 성향이 담긴 정책과 작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킨 건 이달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인어공주’입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TV에서 방영됐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실사화한 작품으로, 개봉 소식이 알려지자 관객들은 어릴 적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추억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디즈니가 여주인공으로 흑인 여배우 할리 베일리를 선택하면서 일각에서는 “어릴 적 꿈이 왜곡됐다”는 불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빨간 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모습과 다른 흑인 여배우를 선택한 것은 원작을 해치는 무리한 설정이라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9월 디즈니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인어공주 티저영상은 공개 2일 만에 100만 개가 넘는 ‘싫어요’를 받았습니다.
최근 개봉되는 디즈니 작품에서도 과도한 PC주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시청자 반발은 연이은 개봉작 흥행 실패로 이어지는 등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스트레인지 월드’는 1억8000만달러(약 2391억원)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6950만달러(약 924억원)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습니다. 스트레인지 월드는 10대 주인공이 동성애자라는 설정을 내세우며 디즈니의 ‘대표적 정치 영화’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는 레즈비언 부부 캐릭터 등장으로 도마 위에 오른 지난해 6월 개봉작 ‘버즈 라이트이어’가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그친 이후 연이은 실패로, 디즈니 입장에서는 뼈아픈 참패입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전역에 확산한 정치적 논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디즈니의 강박이 연이은 작품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을 주로 다루는 디즈니의 작품은 ‘정치적 논쟁’ 대신 ‘관객들의 재미’에 맞춰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재미와 웃음을 통해 관객들이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가는 길을 만들어야 할 디즈니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PC주의 캐릭터 만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디즈니의 이 같은 PC주의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지난해 9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피노키오’에 나오는 요정 역으로 흑인 여배우 신시아 에리보를 선택한 디즈니는 지난달 28일 공개된 ‘피터팬&웬디’ 속 요정 팅커벨 역에 이어 이달 24일 개봉 예정인 인어공주 역도 흑인 여배우에게 맡겼습니다.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훼손당한 일부 관객들은 온라인상에서 이미 ‘흑커벨’, ‘흑어공주’ 등의 별명을 만들며 조소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디즈니가 그 누구도 불쾌하지 않게 하려다 모두를 잃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책임져야 할 디즈니가 흥행과 매출에 이어 ‘초심’까지 잃는 비극을 써내려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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