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 품고 고향 떠난 아산 부역혐의 희생자 64구…세종 추모의 집 임시 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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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도 모른 채 끌려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희생자들이 고향 땅을 떠났다.
13일 아산시청 광장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아산지역 발굴 유해 봉안식이 열렸다.
이날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된 유해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한 대전 산내평화공원이 조성되면 이전,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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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뉴스1) 이시우 기자 =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희생자들이 고향 땅을 떠났다.
13일 아산시청 광장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아산지역 발굴 유해 봉안식이 열렸다.
이날 봉안식은 지난 3월부터 4월 사이 아산 배방읍 성재산에서 발굴된 62구와 염치읍 새교리에서 확인된 2구 등 모두 64구의 유해를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산부역혐의 희생자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과 치안대에 의해 집단살해 당한 민간인들이다. 1950년 9월에서 1951년 1월 사이 희생된 주민은 8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한달 여 동안 성재산 일원에서 발굴 조사를 진행해 왔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이 파놓은 것으로 보이는 폭 3m, 30m 구간의 교통호에서만 62구의 유해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30구는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손목에 묶여 있는 철사와 뼈 사이사이 놓인 녹슨 탄피가 학살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해 중 36구는 남성으로 확인됐고, 나이 가늠이 가능한 40구의 유해를 조사한 결과 2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해와 함께 유품 486점도 찾아냈다. 탄피와 삐삐선 등 학살에 사용된 도구는 물론 당시 피해자들이 소지하고 있던 유품들이 다수 발견됐다. 교복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단추와 만년필 등도 확인됐다.
발굴단을 이끈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희생자는 대부분 젊고 건장한 청장년과 학교 학생들로 추정된다"며 "손에 삐삐선으로 묶인 채 끌려와 처형 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염치읍 새지기에서 발굴된 유해 2구는 성별 미상의 14~15세 1명과, 30대 여성 1명으로 확인됐다.
73년 동안 산속에 묻혀 있다 발굴된 유해는 그동안 플라스틱 박스에 담겨 성재산 발굴 현장 컨테이너에 보관돼 왔다.
2살 나이에 어머니등 일가 친척 8명을 잃은 맹억호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아산유족회장은 이날 봉안식에서 "유족들은 부모, 형제, 친인척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어디에 묻혀 있는지도 모른 채 부역 혐의자 가족이라는 누명을 쓰고 어두운 그늘에서 숨죽여 눈물을 흘려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참혹한 현장에서 두 손에 묶인 삐삐선을 풀어주고, 수많은 총알을 제거해 준 발굴단을 비롯해 희생자 발굴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여전히 지하에서 울부짖고 있는 희생자들을 찾아줄 것"을 당부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유족과 유해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추가 예산을 편성해 유해 발굴 작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된 유해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한 대전 산내평화공원이 조성되면 이전, 안장될 예정이다.
issue7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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