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당한 손흥민 지지하고 나선 메이슨 대행 "난 SONNY를 사랑해, 선 넘으면 처벌을"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난 쏘니를 좋아한다. 선을 넘는 사람이 있으면 처벌 받아야 해."
라이언 메이슨 토트넘 감독대행이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을 지지하고 나섰다. 사건은 지난 6일(한국시각) 토트넘과 크리스탈 팰리스의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가 펼쳐진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다. 경기는 토트넘이 해리 케인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했다. 이날 4-4-2의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 받았던 손흥민은 후반 44분 아르나우트 단주마와 교체됐다.
손흥민은 시간지연을 막기 위한 주심의 지시에 따라 벤치 반대편에서 관중석을 지나 걸어나왔다. 하필이면 손흥민은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석' 앞을 지나야 했다. 홈 팬들의 '나이스원, 쏘니!' 응원가와 기립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패배 직전의 분노한 크리스탈 팰리스 팬들의 적대적 행위가 이어졌다. 손흥민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그 중 일부 극렬 서포터들은 인종차별을 했다. 눈에 손을 가져가며 눈을 찢는 제스처를 했다. 몇몇 팬들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폭력적 제스처까지 했다. 명백한 인종차별적 행위였다.
손흥민은 고개 숙이거나 외면하지 않고 이들을 직시했다. 말없이 끝까지 이들의 행위를 응시하는 모습으로 용감함으로 맞섰다. 어이없다는 듯 실소하는 듯한 모습도 잡혔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이 구단 안전 관련 관계자를 불러 귀엣말로 뭔가를 알리는 듯한 모습도 함께 포착됐다. 이 장면은 경기 후 유튜브, 소셜미디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일부 팬들은 직접 찍은 영상을 SNS 태그 등으로 구단에 제보하는 열성을 보였다.
토트넘은 곧바로 화답했다. 강경 대응에 나섰다. 토트넘은 7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이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토트넘 구단은 경찰, 팰리스 구단과 협력해 수사하고 있으며 개인 신원을 확인 중이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올 시즌 초 손흥민이 첼시전에서 인종차별을 받았던 사례처럼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상대팀 크리스탈 팰리스 역시 구단 채널을 통해 '우리 구단은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제스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증거물은 경찰과 공유됐으며 인종차별 행위를 한 사람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구단 차원의 징계가 내려질 것이다. 그런 행동에 대해 결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시민사회도 목소리를 높였다. 디어슬레틱에 따르면 축구인권단체 킥 잇 아웃도 '끔찍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메이슨 감독도 인종차별에 단호히 맞섰다. 손흥민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그는 13일(한국시각) 애스턴빌라와의 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멋진 사람이고 나는 인간적으로 손흥민을 좋아한다"며 "이런 일은 우리가 보고 싶은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쏘니(손흥민의 애칭)와 경기장 내 모든 선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 삶을 바치는 사람들이다. 선을 넘는 사람이 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이슨 감독은 손흥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손흥민이 인종차별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손흥민은 잉글랜드 리그에서 많지 않은 동양인 선수, 그것도 리그 100호골을 터뜨린 토트넘의 절대적인 에이스인만큼, 몰지각한 상대 서포터스의 집중 표적이 됐다. 벌금과 축구장 입장정치 처분 등이 내려졌음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일 리버풀전에선 '스카이스포츠 해설가' 마틴 테일러가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남겼다. 코디 각포를 수비하는 모습을 보고 "마셜아트(무술)을 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무술은 동양인 관련 비하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다. 인종차별 논란이 이어졌고, 스카이스포츠 측이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토트넘의 홈구장에서 또 다시 인종차별이 나왔다.
메이슨 감독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손흥민은 의연한 대처로 인종차별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한편, 메이슨 감독은 팀을 이끌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메이슨 감독은 지난 32라운드 뉴캐슬전 대패(1대6) 후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코치가 사령탑 자리에서 경질된 후 '대행의 대행' 자격으로 3경기째 토트넘을 지휘하고 있다. 메이슨 감독은 "항상 준비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내가 클럽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 전반적인 생각이고, 팀이 나를 믿고 책임을 맡긴 후에는 계속 그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감독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토트넘은 메이슨 감독 역시 후보군에 올려놓은 상태다.
메이슨 감독대행은 팀의 간판인 케인이 지난달 말 내놓은 '작심 발언'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케인은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떠난 후 구단 내 선수들을 어우러지게 하는 문화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메이슨 감독은 "케인의 말에 100% 동의한다"며 "결국 환경, 문화 등 세부적인 부분을 정립하는 게 내부적으로 잘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무엇을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이만 잃어버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여기에 오는 모든 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목표를 원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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